간헐적 단식

by hannah

2년 전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다. 나는 16시간 공복을 유지하고 남편은 20시간을 한다. 3년 전 단식을 시작한 남편이 1년 동안 아무런 고통 없이 10kg을 감량하는 걸 보고 나도 시작했는데, 지금은 습관이 되어 공복 유지가 전혀 힘들지 않다.


뭔가를 시작하기 앞서 늘 그렇듯, 남편은 간헐적 단식에 관한 방대한 양의 리서치를 훑어보았다. 인간의 몸은 공복 상태에서 노화방지 호르몬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최소 16시간 최대 23시간도 가능하다. Eating window라고 부르는 먹는 시간 동안에는 먹고 싶은 걸 가리지 않고 먹는다. 너무 단 음식은 피한다. 난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오전 11시까지 물이나 아메리카노 종류만 마신다. 가끔 단식을 어기기도 하는데, 먹고 싶을 땐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야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기도 한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꼭 치팅데이를 갖는다.


아침엔 아이 등교 후 보통 수영을 가거나 테니스를 치기 때문에 공복 유지가 쉬운데, 화요일은 예외다. 공복에 글쓰기수업을 참석했더니 머리 회전이 전혀 안 되는 느낌이었다. 뇌도 에너지가 필요한 거구나, 싶어 화요일만큼은 아침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안 먹던 아침을 먹으니 소화가 안 되는 것 같아 저번주 화요일엔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까지 갔다.


한의사인 친구가 평생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나의 엄마에게, "어머니, 제발 어두워지면 그만 드세요. 전기가 발명되기 전에 인간은 일찍 저녁을 먹고 깜깜해지면 잤잖아요? 우린 그렇게 디자인 됐어요. 먹고 자면 몸에 염증 생겨요."라고 잔소리를 한다. 물론 고집 세고 남의 말 안 듣는 엄마에게 먹힐 리는 없지만. 그의 말대로 저녁을 일찌감치 먹고 자정쯤 잠이 들면 다음날 몸이 가뿐하다. 그러다 치킨이나 틈새라면을 야식으로 먹은 다음 날은 몸살이 날 것처럼 찌뿌둥하다. 기상조차 쉽지 않다. 그래도 먹고 싶은걸 참지는 않는다. 자주 그러진 않으니까, 운동하면 되니까.


초콜릿 중독자인 시어머님이 보이스메일을 남기셨다. 겨울에 우리가 이사 들어갈 영국 집 거실벽 페인트 색깔에 관해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는데, 초콜릿을 드시는 건지 우물우물거리신다. 왜 간헐적 단식을 해도 살이 안 빠지는 거냐고 자주 역정을 내시는데, 칼로리가 있는 음식은 어떤 것도 안된다고 백번을 말씀드려도 돌아오는 대답은 같다. "아니, 복숭아 하나, 초콜릿 한 조각 이런 게 무슨... 제대로 된 음식도 아닌데... 안 먹는데 살이 안 빠지네." 아무래도 곁에서 지켜보면서? 어머님 다이어트를 돕는 편이 낫겠다. 참, 5년 전 사놓고 거울 옆에 걸어만 둔 채 못 입고 계신 드레스가 있는데, 마침내 입고 계신 행복하고 아름다운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고 동기 부여를 해드리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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