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영국으로 열흘간 콘퍼런스를 다녀온 남편이 귀국길에 코로나를 데려왔다. 남편은 무증상이었지만 아빠에게 옮은 아이가 많이 아팠다.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에 이틀간 토를 해댔다. 증상이 호전되고 이제 한숨 돌리나 싶었을 때, 아이의 몽유병이 시작되었다. 잠들고 한두 시간 내에 갑자기 벌떡 일어나, 깨어 있는 것처럼 말도 했고, 아팠을 때처럼 약한 경련도 일으켰고, 혼자 화장실을 다녀오기도 했다. 한 번은 거실에서 남편과 넷플릭스 쇼를 보고 있는데, 자던 아이가 거실로 나와서는 주방 쪽으로 가 휴지통을 열고 잠옷 바지를 내리기 시작했다. 놀란 내가 아이 이름을 크게 불렀지만 엄마의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았다. 남편은 웃음을 참으며 아이의 어깨를 잡아 화장실로 이끌었다. 볼일을 본 후, 아이는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침대로 몸을 던졌다. 남편이 고백한다. "사실은 나도 저랬어. 딱 아들 나이 때, 매일 밤 티브이 옆에서 바지를 내렸대." "응? 아이가 아파서 일시적으로 그러는 게 아니라고?" 이를 어쩌나, 유전이라니.
몽유병은 4세에서 12세 사이에 나타날 수 있는 꽤 흔한 질환이다. 11-12세에 심해지고 사춘기 이후 뇌가 성숙해지면서 서서히 사라진다.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다. 생리적 변화에 기인한 아동 수면보행증과 달리 성인의 경우는 심한 경우 평생을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고 증상과 정도에 있어 개인차가 매우 크다.
남편에겐 이모가 한 분 계신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오신 이모님은, 'On the road(길 위에서)'를 사랑하는 히피이고 알코올중독자이며 국가직으로 수질을 연구한 화학자 중 한 분이셨다. 결혼 전 만난 이모님은 그야말로 자유로운 영혼의 상징이셨다. 언제든 어디로든 훌쩍 여행을 떠나시고 젊은 남자와의 대화를 좋아하시고, 나와는 셸과 딘의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누길 좋아하셨다. 내 결혼식에서도 멋진 패시네이터를 하고 나타나 남편의 정신적 지주? 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시며 우리의 앞날에 큰 응원을 보내주셨다. 코로나로 못 만나 뵈었는데 그 몇 년 사이 알코올중독증이 심해져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거동이 불편한 정도의 상태가 되셨다.
시부모님과 줌 통화를 하면서 이모님에 대한 소식이 전해져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다 남편이 아들의 몽유병 소식을 전하자 어머님이 말씀하신다. "너(남편)는 크면서 나아졌지만, 리사(이모님 성함)는 아직도 몽유병이 있잖니... 그래도 예전처럼 벽난로에 불을 피우거나 운전하고 나가거나 가스불 켜고 스크럼블드에그를 만들진 않는 것 같더라." 네?? 어머니... 정말 유전인 건가요... 아... 위험천만하게 수면 중 요리라니... 불을 지핀다니. 내일은 수면보행증에 관련된 연구와 논문을 찾아봐야겠다. 제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