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D-300
스물아홉, 5년 연애한 남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렸다.
친구들은 말했다.
딱 너처럼만 살면 좋겠다고.
표면적으로 우리의 조건은 꽤 괜찮은 편이었다.
둘 다 대기업 & 안정적인 직장에 다녔고,
신혼집은 수도권 신축 아파트를 자가로 마련했으며,
남편은 선한 눈매의 호감형 인상에
요리를 취미로 하는 다정하고 자상한 성격의 사람이었다.
게다가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까지.
이 정도면 SNS에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연출하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결혼식 이후 나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우리 취향대로 아기자기 예쁘게 인테리어 한 아파트와
매일같이 남편이 차려주는 정성스러운 집밥 사진을 올렸고
종종 5성급 호텔과 오마카세 식당, 해외여행에서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업데이트했다.
하지만 과시는 결핍이라고 했던가.
실제로 내가 겪고 있는 결혼의 현실은 SNS와는 많이 달랐고
꽃길만 펼쳐질 것 같았던 우리의 앞날은
결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각자의 길을 가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글은 스물아홉에 결혼해 서른에 이혼하기까지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나의 이야기.
그리고 이혼 후 1년 동안
오롯이 홀로서기 위해 고군분투한
결혼과 이혼에 대한 아주 솔직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