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아이들이 고양이를 좋아해서 길을 가다가도 길고양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한동안 지켜보고 가는데 아침 신문을 보다 바스테트라는 암고양이가 주인공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문명 책이 소개된 글을 읽고 아이들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다 싶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가의 책은 <개미>, <상상력 사전> 이후 세 번째다. 소설책은 주로 도서관에서 빌리는 편이긴 하나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존경하는 작가 중 한 명이기에 문명책도 역시나 서점에서 구매했다.
문명은 1,2로 나눠진 장편소설이나 2016년에 나온 전작 <고양이>라는 책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총 3부작으로 고양이들이 전염병과 테러, 전쟁으로 멸망 위기에 처한 인류를 구하고 인간 문명을 대체할 고양이 문명을 수립하려는 야심 찬 고양이의 계획이 담겨있는 재밌는 내용이다. 주인공인 암고양이 바스테트는 <고양이 폐하>가 되기를 꿈꾸며 새로운 고양이 문명을 세우려 한다. 집사 나탈리에게 내 지위에 걸맞은 대접을 해주길 바란다며 당신이 가끔 내가 누군지 깜빡깜빡하는 것 같다며 인간들은 우리의 하위 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오래전 공룡의 시대가 끝났듯 인간의 시대도 저물었다고.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3가지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참신한 소재.
알 수 없는 전염병으로 함께 살아남기 위해 화해하고 연대하기보다는 다르다는 이유로 동족을 죽이는 짐승으로 변해가는 인간들과 달리 숫자와 힘을 불려 가는 종. 인간들이 약해지기만을 기다리면서 세상의 지배자를 꿈꾸는 동물. 쥐와 인간들의 모든 지식 습득과 인간들과 소통이 가능한 제3의 눈. 인간들이 동물들의 뇌를 컴퓨터와 연결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USB단자다. 인간들의 정보를 한데 모아 놓은 인터넷이라는 곳에 접속할 수 있다. 바스테트는 처음부터 아주 원대한 계획이 있었다. 그건 바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이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만드는 것."
2. 안전지대를 찾아 나서는 모험을 통한 몰입도 있는 전개
쥐의 대장 티무르. 그 역시 제3의 눈을 갖고 있으며 방대한 인간들의 지식을 넘어서 모든 생명체가 자기에게 복종하도록 싸움을 서슴지 않기에 인간과 고양이들은 티무르 군단을 피해 안전지대를 찾는다. 그 와중에 돼지, 투우, 독수리 등 다양한 동물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이 흥미롭다. 돼지들의 인간 재판은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인간들이 동물들에게 행한 학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인간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려는 것 같다. 돼지 왕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인간들은 이 세상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오. 세상은 그들 이전에 존재했고 그들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니까."
3. 유머, 예술, 사랑
"고양이가 인간과 겨루려면 유머, 예술, 사랑 세 가지 개념을 체득해야 해."
나탈리 집사가 바스테트에게 건넨 말이다. 바스테트는 이 3가지 개념에 집중하며 자신에게 일어나는 현상, 반응, 느낌들에 놀라움과 감탄 등 감정을 배우게 된다. 현존하는 지구상에 생명체 중 인간만이 가진 큰 특징인 유머, 예술, 사랑에 대한 소중함과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까지 생각하게 된다. 효능이 뛰어난 쥐약을 개발한 뉴욕이 마지막 희망지라 생각하고 그곳을 향해 가지만 결국 뉴욕에도 수백만 마리의 쥐들이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글거린다. 희망이 실망감으로 변하는 순간 새롭고 신기한 경험을 한다. 눈앞이 부예지면서 눈가에 액체가 고이고 목구멍이 간질간질하다. 정반대의 두 가지 강렬한 감정이 만나서 일으키는 새로운 현상.
<나는 울지 못해 웃는다>
기회가 되면 문명 전작인 <고양이>를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 바스테트의 야심 찬 생각들에 조금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1,2권으로 이루어진 장편 소설임에도 전혀 지루함이 없었던 이야기. 몰입돼서 단숨에 읽어버릴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신비스러운 이야기. 소설을 바라보는 나의 식견을 넓혀준 또 하나의 소중한 책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