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관리의 시작, 용돈기입장
"엄마 티니핑 좋아하지?"
보미 표정을 보니 좋아해야 된다고 말해야 하나.
"좋아하지. 근데 왜?"
"아. 아니야. 비밀이야!"
엊그제 유치원에서 생일 편지봉투를 만들어 오더니 다가오는 내 생일 준비를 하는 것 같다. 비밀이라더니 어제는 "엄마 티니핑 스티커북 좋아해?"라고 물어보고. 생일 선물 티니핑 스티커북 사주려나.
요즘 보미가 매주 용돈을 받기 시작하면서 가게에서 사고 싶은 과자나 문구를 골라 직접 돈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는 재미에 빠졌다.
"엄마 나도 이제 어른이야. 어른들은 돈, 지갑, 휴대폰이 있잖아. 나도 돈이랑 지갑, 휴대폰이 있으니까."
아. 그러고 보니 엊그제 유치원에서 휴대폰을 만들고 왔던 게 기억이 났다. 종이를 휴대폰 형태로 접어서 그 위에 문자와 숫자를 써서 키보드 화면처럼 만들었는데 꽤나 잘 만들었다.
자기 돈으로 직접 물건을 산다는 게 어른스러워진 것 같아 뿌듯하고 자랑스러운가 보다. 주말에 외출할 때면 쓸 용돈을 조그마한 토끼 지갑에 넣어서 꼭 가지고 간다. 다이소를 들르는 날은 엄청난 행운의 날이다.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하니까.
"이제 매주 용돈을 받잖아. 돈 관리를 스스로 해보면 좋을 것 같아. 용돈을 어디에 썼고 지금 얼마 정도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돈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기록해볼까? 기록을 하면 돈을 어디에 많이 쓰는지 알 수 있고 쓰지 않아도 될 낭비를 줄일 수 있거든."
요즘 다이소를 들릴 때마다 가기 전엔 살 생각이 없었는데 마음에 들어서 하나씩은 꼭 사려고 한다. 계획에 없는 소비가 조금씩 느는 것 같아서 돈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간단하게 시작해보기로 했다. 스케치북으로 직접 용돈기입장을 만들었다. 보미가 좋아하는 그림도 그리고. 첫 용돈기입장이다.
들어온 돈과 나간 돈, 남은 돈이라고 글자를 적고는 들어온 돈에는 이번 주 용돈 3천 원을, 나간 돈에는 소원통 1천 원과 투자통 1천 원을, 그리고 남은 돈에는 3천3백 원을 적었다. 지난주 용돈을 쓰고 남은 돈이 포함된 돈이다.
"이제부터 돈을 받거나 쓸 때마다 여기에 기록해 보는 거야."
"응! 좋아!"
보미는 매주 용돈 3천 원을 받으면 용돈통, 소원통, 투자통에 각각 천 원씩 같은 금액을 넣는다.
"꼭 같은 금액으로 안 넣어도 돼. 보미가 생각하기에 필요한 통에 더 넣어도 돼."
"난 다 필요해서 똑같이 넣을 거야."
어느덧 소원통과 투자통에 만 2천 원이 모여졌다. 지금 돈으로는 보미의 소원인 마당 있는 집을 사려면 시간이 꽤나 걸리겠지만 보미가 투자하고 싶다는 넷플릭스 회사의 주식을 한 주씩 사면서 돈을 불릴 생각이다.
"나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 만들 거야!"
적은 액수지만 차곡차곡 쌓이는 통을 보고 있자니 곧 소원이 이루어질 것만 같다.
숫자, 글자를 뒤집어쓰고 계산도 서툴지만 기록하면서 수 계산도 하고 새로운지 재밌나 보다.
"엄마! 엄마는 돈 어디까지 셀 수 있어? 혹시 조까지도 셀 수 있어?"
"셀 수는 있지. 그런데 엄청 큰 숫자니까 세는 데 한 참 걸리겠는데!"
"와. 엄마 대단하다. 난 백까지 밖에 못 세는데.."
"엄마는 생일 케이크 뭘로 받고 싶어? 혹시 아이스크림 케이크? 지난번에도 어피치 아이스크림 케이크 했잖아."
이번에도 아이스크림 케이크로 해야 하나.
"응. 날씨도 덥고 그러니까 아이스크림 케이크도 좋지!"
"와! 그렇지."
티니핑 스티커북이든 어피치 아이스크림 케이크든 다 괜찮다. 엄마 생일을 생각해주는 사랑스러운 딸의 마음이야말로 세상 최고인 거지.
오늘 하원 때 보미가 그림을 그린 종이를 들고 나오면서 신발을 신지도 않고 나에게 바로 달려왔다.
"엄마 이거 엄마 생일 책이야! 오늘 만들었어!"
스케치북 종이를 오려서 만든 멋진 그림책이었다. 고깔모자를 쓴 내 얼굴과 옆에는 선물, 내가 좋다고 했던 하츄핑과 방글핑 그림이 가득했다. 그리고는 옆에 글이 쓰여 있었다.
엄마. 드디어 생일이 다가오고 있어. 엄마. 괜찬아 선물이 있잔아.
케이크도 있잔아. 월레 필요하니까!
잘봐바! 엄마 양치도 가르쳐주고. 치카
다음 장에는 내 얼굴이 고양이 같다며 고양이를 예쁘게 그려주고. 그 옆에는 반짝이는 노란 칫솔을 그렸다.
요즘 양치를 스스로 꼼꼼히 할 수 있도록 저녁마다 가르쳐 주고 있는데 그게 생각이 났나 보다.
엄마가 좋아하는 색이라고 하며 초록, 핑크, 노랑으로 색을 칠한 페이지도 있고.
요즘 보미가 생각하는 나에 대한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나를 생각하며 조그마한 손으로 종이를 접고 책을 만들어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는 게 너무나 고마웠다.
어쩨뜬 7월은 엄마 생일!
오예! (브이 하는 손 그림)
고소고소한 이야기!
막내도 누나가 만든 그림책을 보더니 색종이를 찾아서 접고는 엄마 이름 어떻게 쓰지? 하면서 제일 좋아하는 포켓볼이랑 경찰차, 바람을 그리고는 다른 종이로 칼을 만들더니 "엄마 선물 만들었어!" 라며 씩씩하게 주고 갔다.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