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여름방학이다

딴짓을 할 시간

by 해나

'여름방학에 꼭 하고 싶은 3가지'

방학을 하루 앞둔 저녁, 보미 수현이와 함께 식탁에 앉아 스케치북에 썼다.

방학을 맞이해서 하고 싶은 일들을 목록으로 적어보기로 했다.


"엄마, 나 제일 하고 싶은 거 있어. 6살 때 갔던 라바랜드 놀이공원 가기!"

"난 쿠키 만들기!"

"한번 스케치북에 적어보자. 그림으로 그리고 싶으면 그려도 돼."

보미와 수현이는 지난해 놀이동산 갔을 때와 지난 휴일에 쿠키 만들었을 때의 추억을 그림으로 그려나갔다.

"쿠키 만들 때 초코도 꼭 있어야 해. 빼빼로 만들 거야!"

수현이는 지난 주말에 좋아하는 동물 모양으로 쿠키를 만들고 초코시럽을 잔뜩 넣고 얼려서 먹었던 게 너무 좋았나 보다.

"난 동글이 열차 또 타고 싶어!"

롤러코스터지만 보호자 동반 시 키가 100cm 이상만 되면 탈 수 있다기에 별로 안 무섭겠지 했는데 웬걸. 오빠가 손사래 치며 다시 못 타겠다고 나왔던 놀이기구다. 6살에 처음 경험한 보미는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소리도 안 나왔다고 한다. 타는 내내 계속 고개를 숙이고 바닥만 봤다고.

"타고나서는 다시 안 타겠다고 그랬잖아. 너무 무섭다고."

"동글이 열차 타면 하늘에 붕 떠있는 기분이야. 엄청 무서운데 또 타고 싶어."

"음. 방학기간이라 놀이공원에 사람들 많을 거 같은데 놀이기구 탈 때마다 기다리는 거 괜찮겠어? 저번에 좀 힘들어했어서."

"아! 아니. 그건 너무 힘들 거 같아. 여름방학 말고 언제 가면 사람들 많지 않아?"

"놀이공원이 밖에 있는 거라서 추운 겨울엔 여름보다 사람들이 많이 안 갈 거야. 그리고 평일엔 학교나 회사를 가야 하니까 더더욱 많이 없을 거고."

"그럼 겨울에 갈까? 좀 아쉽긴 한데 놀이기구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어."



"우리 지난 여름방학에 뭐했지?"

"음. 영상 만들었잖아!"

"맞네! 보미가 그림으로만 그리던 걸 처음 영상으로 만들었었지. 지구 환경에 대한 영상을 만들었잖아. 보미가 직접 캐릭터를 정하고 스토리보드도 만들고 장난감을 소품으로 해서 영상도 찍고."

"햄찌와 용이가 주인공이었어. 레고 장난감이랑 몰랑이 친구들도."

"6살이었는데 영상을 만들다니. 엄마는 보미가 만든 영상을 보고 너무 대단하고 멋지다고 생각했어."

"재밌었어. 그거 말고도 아이패드에 내가 만든 영상들 많아."

보미는 그 체험 이후로 동생과 함께 집에 있는 장난감으로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 영상을 찍는다. 찍다가 웃거나 동생과 다퉈서 울고 뒤죽박죽이지만 다시 봐도 재밌는 영상들이 참 많다. 아직까지 꿈이 영화감독이라고 하니 그림책과 영상을 만드는 게 너무 재밌나 보다.


얼핏 보기에 작은 일이라도 전력으로 임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작은 일을 성취할 때마다 인간은 성장한다. 작은 일을 하나씩 정확하게 처리하면 큰 일은 저절로 따라오는 법이다.

_데일 카네기


"엄마, 우리 접시도 만들었잖아!"

수현이가 골똘히 생각하다 갑자기 떠올랐는지 소리쳤다.

"응. 지난 겨울방학에 보미 수현이가 처음으로 흙을 가지고 예쁜 접시 만들었었지. 물감으로 알록달록 칠하고. 지금 과일 접시로 엄청 잘 쓰고 있잖아. 그리고 썰매 타는 거 좋아해서 방학 내내 한라산 매일 올라던 거 기억나?"

"응. 눈 때문에 우리 차 갇힐 뻔했던 것도? 차가 안 움직였잖아!"

고랑인지 모르고 눈이 덮여 있어서 들어갔다가 꼼짝달싹을 못했다. 눈이 많이 내리던 날이었는데 30분 넘게 눈을 치우고 손으로 차를 밀고, 보미는 오늘 집에 못 가는 거냐며 울고. 그 아찔했던 기억에 우리는 웃음이 나왔다. 그때는 심각했던 것들이 이제는 잊지 못할, 웃음이 나오는 추억이 됐네.

"썰매 또 타고 싶다!"

"이번 겨울에도 가자."


딴생각,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말도 되지 않는 생각을 떠올리며 웃어라. 그러면 정신의 주름살이 빠르게 펴지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에게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한 이유는 정신을 쉬게 해 주기 위해서다.

_타이탄의 도구들, 팀 페리스



"이번 여름방학엔 어떤 재밌는 걸 해볼까? 엄마가 보미 수현이가 해보면 좋을 것들을 좀 찾아봤는데 한번 봐볼래? 보고 괜찮으면 알려줘."

아이들이 그리기, 만들기 활동을 좋아해서 낙서한 듯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평소에 접해보지 못한 다양한 미술 재료들을 사용해볼 수 있는 바스키아 클래스를 보여주었다.

"좋아! 이거 해보고 싶어."

"바스키아는 미국 화가인데 낙서한 것처럼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유명해. 거침없이 표현하는 것들이 너희들이 좋아할 것 같거든. 그리고 우리가 그림을 그릴 때 평소 사용하지 않았던 다양한 재료들로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너무 좋을 것 같아."

"엄마. 수현이 컵이 깨졌잖아. 저번에 떨어트려서. 컵 만드는 건 어때?"

"오 좋은 생각이네. 지난번 접시 만들었던 곳에 전화해볼게."

수현이가 아끼던 컵이 깨져서 무척 아쉬워했는데 너무 잘됐다. 직접 만든 컵에 물을 따르고 마실 때마다 얼마나 뿌듯하겠어.


"참, 이번에 재밌는 미술 전시하더라고."

미술 전시 작품 사진 몇 개를 보여줬다. 피에로처럼 생긴 사람들이 곳곳에 앉아 있고 서있는 사진을 보더니,

"엄마. 진짜 피에로야? 정말 사람이야?"

"잘 모르겠어. 직접 가서 봐야 알 거 같은데. 신기하지? 우리 여기 가볼까?"

"좀 무섭긴 한데 가볼까? 재밌을 거 같기도 하고."

"이 피에로들이 작품에서 무얼 이야기하려는지 궁금하지 않아? 진짜 사람인지도."

미술 작품을 보는 것을 좋아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자주 간다. 이번 미술 전시는 집에서 좀 먼 곳이라 고민하고 있다가 아이들 방학 겸 가보려고 한다.


예술 공부는 일자리가 로봇과 자동화에 대체되는 노동의 종말 시대에 흔들리는 삶의 방향을 잡아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즐거운 방법이다.

_프로페셔널 스튜던트, 김용섭



"엄마. 우리 다했어. 이제 우리 포켓몬 놀이해야 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의자에서 내려가더니 놀이방으로 달려간다.

"이번엔 내가 고라파덕 할 거야."

"난 이상해씨."


어느새 수현이 스케치북에는 포켓몬과 쿠키로 가득 차 있었고 보미 스케치북에는 '바스키아, 수현이 컵 만들기, 바다에서 잠수하기'라고 쓰여 있고 옆에는 바다 그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역시 여름엔 바다를 빼놓을 수 없지.


가득 차게 그림을 그린 만큼 이번 여름방학이 기대되는 거겠지.

내 스케치북에도 어느새 바다에서 해가 지는 줄 모르게 수영하는 나, 미술 전시 그림을 보면서 행복해하는 나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사람들은 우리가 종종 자신이 속해 있는 그림은 볼 수 없다고 말한단다. 우리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지. 그러니 정기적으로 혼잡한 곳에서 자신을 떼어내어, 더 큰 그림을 생각해야 하는 거야."

_부자의 언어, 존 소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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