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과정의 즐거움, 성장
"엄마! 나 요즘 자꾸 다리가 아파! 지금도 허벅지 여기가 너무 아파."
보미가 걸을 때마다 요즘 부쩍 다리가 아프다고 한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줄넘기 대회가 생각났다. 유치원에서 줄넘기 대회가 있어서 체육 시간에 줄넘기 연습을 계속하다 보니 아픈 것 같았다.
줄넘기를 처음 배우는 거라, 자세가 잘 안 잡혀서, 어떻게 뛰어야 하는 건지 서툴러서, 잘하려다 보니 너무 다리에 힘을 줘서 그런 것 같았다. 다음 주에 줄넘기 대회가 열린다. 가정에서도 연습하면 좋을 것 같다기에 보미 자세도 봐줄 겸 줄넘기를 사서 집에서 연습해 보기로 했다.
처음 줄넘기를 사서 유치원에 가지고 가던 날이 생각이 났다. 그날 아침 보미가 줄넘기를 해보겠다며 팔을 돌리는 것도, 줄을 넘기는 것조차 힘들고 어색했는데 그 새 많이 늘었다. 줄을 넘지는 못하지만 팔로 줄을 정확히 돌리고 자세도 괜찮았다.
어릴 적 마당에서 동생이랑 줄넘기하는 걸 좋아했던 난 어떻게 줄넘기를 배웠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좋아서 매일 저녁마다 옥상에 올라가 했었다.
"엄마가 한번 봐줄게."
보미가 줄넘기하는 게 힘들고 못한다고 속상해하는 것보다 내가 어릴 적 느꼈던 것처럼 재미를 느꼈으면 했다.
줄이 계속 발에 걸렸다.
"팔을 머리 뒤에서 시작하지 말고 옆구리 쪽에서 팔꿈치를 접어서 시작해 보면 어떨까. 그리고 줄이 오기 전에 뛰는 거야. 그러면 발에 줄이 안 걸릴 것 같은데."
"이렇게?"
휙. 신기하다. 자세만 바꿨을 뿐인데 그렇게 넘기기 힘들던 하나를 넘겼다.
"엄마 봤어? 나 방금 하나 했어!"
"응! 봤어. 대단하다! 우리 보미 대단해!!"
보미는 빙그레 웃었다. 자신감이 붙었는지 내가 알려준 자세로 진지한 표정으로 한번 더 해보았다.
"이번에는 줄을 너무 빨리 돌렸던 것 같아. 팔을 너무 빨리 돌리지 말고 줄이 발아래 오기 전에 뛰어 보는 거야!"
"알겠어!"
이번에도 한번 넘겼다. 두 번째에서 걸리긴 했지만 어떻게 넘어야 하는지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았다. 자신감이 붙은 건지 승부욕 때문인지 보미는 뛰고 또 뛰고 걸리면 다시 또 뛰고 그렇게 한참을 뛰었다. 한 개를 넘고 두 개까지 넘겼다.
"엄마! 방금 봤어? 나 두 개나 했어!"
"와! 진짜 잘했다! 대단해!"
보미의 웃는 얼굴에 자신감, 뿌듯함이 보였다.
"줄넘기 이제 좀 재밌는 거 같아! 어제까지는 다리가 너무 아파서 힘들기만 했거든."
"줄넘기는 하나를 넘기면 하나 더 넘기고 싶어지고 또 하나 더 넘기고 싶어지는 거 같아. 그래서 줄넘기가 재밌어. 엄마도 어릴 때 동생이랑 자주 했었어. 시합도 하고."
"보미가 줄넘기 열개 넘기는 날에 엄마랑 시합하자!"
"좋아!"
"허준이 교수가 수학에서 가장 으뜸인 상을 받았네. 세계적으로 가장 으뜸인 수학상을 받은 거야."
오늘 아침 신문에 허준이 교수가 한국인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했다는 기사가 크게 실렸다.
"와. 정말? 난 숫자 잘 못하는데."
"왜. 보미 간식 동생이랑 똑같이 나누는 거, 보드게임 주사위 숫자 더하는 거 잘하잖아. 그 정도면 잘하는 거지?"
"아 그런가?"
"허준이 교수가 그랬어. 수학은 나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해 가는 과정이었다고.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
"아니 모르겠어."
"편견은 어떤 것에 대해 먼저 온전히 이해하지 않고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대로만 생각한다는 거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내 생각에만 치우친다는 거지. 허준이 교수는 수학을 공부하며 자신의 편견을 알아갔던 거 같아. 그리고 한계라는 건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의 정도를 말하는데 엄마는 허준이 교수가 자신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느끼고자 매번 어려운 수학 문제에 도전했던 게 아닐까 생각해. 어려운 문제에 부딪혀도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한계에 도전하고 또 도전했던 거지. 그렇게 하다 보니 수학자들이 풀기 어려운 문제도 풀 수 있었던 거 같아."
"좀 어렵네!"
"보미 줄넘기와도 비슷해. 보미가 줄넘기를 계속 연습하는데도 왜 안 되는 건지 생각도 안 해보고 잘 안되고 힘들다고 난 여기까지야 하고 미리 포기했으면 4개까지 넘을 수 있었을까. 난 줄을 넘길 수 있어. 열개도 할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줄을 넘기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내고 연습하다 보니 어느새 4개까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맞네. 빨리 포기해버리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어."
"응. 허준이 교수가 그랬듯 우리도 수요일에 있을 줄넘기 대회 준비에 최선을 다해보자."
"응. 나 오늘도 4개나 했어!"
드디어 줄넘기 대회 날.
매일 10분씩 연습했던 것처럼 아침에 연습을 하고 유치원을 갔다. 대회에서 잘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원하면서 보미가 상장을 들고 나왔다.
"엄마! 이거 봐. 나 상 받았다. 노력상!"
"와! 멋진 상이네! 축하해!"
"일등 못해도 열심히 한 어린이한테 주는 상이래."
"포기하지 않고 멋지게 해낸 우리 보미 너무 멋지다!"
"다온이랑 주은이는 으뜸상, 노력상 두 개 받았어!"
"대단하네. 그런데 엄마는 으뜸으로 잘한 것도 멋지지만 보미가 줄넘기 대회를 준비하면서 친구들과 엄마, 동생이랑 줄넘기 연습을 하며 재밌었고 대회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그게 1등보다 더 멋진 거라 생각해!"
"응. 노력하는 게 최고지!"
아빠한테도 보여주겠다며 상장을 들고뛰어 나가는 보미의 모습이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잘했어.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후회하지 않는 게 더 멋진 거야.
나는 마음의 경계를 넓힘으로써 정원을 넓혀나갔단다. 계속 배우고 스스로 숙련해나가는 데 시간을 바친다면, 불가능한 목표란 거의 없지.
열망과 믿음이 충분하다면, 꿈을 얻기에 충분한 지력과 힘이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_부자의 언어, 존 소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