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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론가 Apr 08. 2017

17. 도깨비가 준 샌드위치

<쓸쓸하고 찬란한 神 도깨비> 가 말하는 삶

나는 수천의 사람들에게 샌드위치를 건넸다. 허나 그대처럼 나아가는 이는 드물다. 보통의 사람은 기적의 순간에 멈춰 서서 한 번 더 도와달라고 하지.
당신이 있는 걸 다 안다고. 마치 기적을 맡겨 놓은 것처럼.

그대의 삶은 그대 스스로 바꾼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그대의 삶을 항상 응원했다.


                                                                       <도깨비> 4회 中



드라마 <도깨비>를 정말 좋아했던 이유는 '재미'가 가장 컸겠지만 그만큼이나 컸던 이유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했기 때문이었다. <파리의 연인>의 '애기야 가자'부터 <태양의 후예>의 '그 어려운 걸 자꾸 제가 해냅니다'까지 수많은 히트작에, 수많은 명대사를 남긴 김은숙 작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작가이지만 사실 그동안의 작품은 어떤 마음을 울리는 장면이나 내용이 있어서 좋았다기보다는 정말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도깨비>는 삶과 죽음을 다뤘던 작품이었던 만큼 마음에 쏙쏙 박히는 에피소드와 명대사가 많았다. 오늘은 <도깨비>가 말하는 명대사와 함께 '삶과 죽음'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잠깐! 읽기 시작하기 전에 도깨비 ost ♪♬를 PLAY!


#1

"나는 수천의 사람들에게 샌드위치를 건넸다. 허나 그대처럼 나아가는 이는 드물다. 보통의 사람은 기적의 순간에 멈춰 서서 한 번 더 도와달라고 하지. 당신이 있는 걸 다 안다고. 마치 기적을 맡겨 놓은 것처럼. 그대의 삶은 그대 스스로 바꾼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그대의 삶을 항상 응원했다."

개인적으로 '최애' 명대사. 한 번 듣고, 정말 잊을 수가 없었다. 한 사람의 인생에 주어지는 '기적'은 인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뿐이라는 것. 그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물론 나를 포함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기적을 기다린다. 그 기적이 나를 완전히 바꿔줄 것처럼. 하지만 기적이 와도 여전히 나는 나다.  결국 내가 바뀌지 않으면 몇 번의 기적이 와도 내 삶은 바뀌지 않겠지.


#2

"때론 부모가, 자식이, 형제가 서로서로에게 수호신이 되어 주기도 한다. 그저 난 샌드위치를 건넬 뿐. 저자를 구하는 건 내가 아니라 저자의 딸이다."

세상을 살면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좋은 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지만 생각해보면 크고 작은 나쁜 일이 더 많은 거 같기도 하다.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쉽게 놓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같기도 하지만. 그리고 홀로 견뎌낼 수 있는 나쁜 일도 있지만 혼자는 버티기 힘든 나쁜 일도 있다. 그때마다 신이 우리에게 찾아올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친구에게 '샌드위치'를 받는다. 신이 주는 '기적'같은 일은 아닐지 몰라도 한마디의 위로가, 한마디의 공감이 기적보다 더 큰 힘을 주기도 하니까.

그렇게 오늘도 나는 또 누구에게 '샌드위치'를 줄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3

"누구의 인생이건 신이 머물다가는 순간이 있다. 당신이 세상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 누군가 세상 쪽으로 등을 떠밀어주었다면 그건 신이 당신 곁에 머물다가는 순간이다."

매번 샌드위치를 건네던 도깨비가 처음으로 샌드위치를 건네받던 씬. '늦게 빛나는 인생도 있지 않겠어요?'라는 아저씨의 눈물 섞인 한마디가 왜 이렇게 짠하던지. 위 대사가 더 마음에 와 닿았던 건 이 아저씨의 마음 짠한 한마디였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행복한 사람들 틈에 껴서 홀로 둥둥 떠닌다고 느낄 때, 그렇게 세상 끝으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누군가의 샌드위치 하나가 세상 쪽으로 당겨줄 수 있다는 사실.

신을 기다리기도, 누군가에게 신이 되어주기도 하는 내가 되기를 바라며-



우리는 살면서 최소한 한 번의 기적과 마주한다고 한다. 아직은 짧디 짧은 내 인생에 기적이 이미 지나간 건지, 다가올 건지는 잘 모르겠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기적을 만나도 만났음을 아는 이가 있고, 만났음에도 모르는 이가 있을 테니 말이다. 그걸 아는 이가 되고 싶은데 이래서 참 어리석다, 내가.



도깨비는 시청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이기도 했다.


'당신의 삶에는 기적이 있었나요?'

'당신은 여전히 기적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삶이 주는 질문에 답했나요?'


드라마가 우리에게 답을 줄 수는 없다, 물론. 우리 모두의 인생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를 테니까. 하지만 질문을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내 인생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있다.



"신은 그저 질문하는 자일뿐.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

오늘도 우리는 답을 찾기 위해 오늘을, 내일을, 한걸음, 한 걸음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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