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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현숙 Apr 07. 2023

기지시줄다리기 큰 줄 제작현장에 가다

나라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기지시줄다리기 축제준비 완료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리에서는 매년 4월이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기지시줄다리기 축제가 열린다.


2023년 기지시줄다리기 축제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취소·축소 개최됐던 아쉬움을 달래며 4월 19 ~ 23일까지 기지시줄다리기 박물관 일원에서 5일 동안 진행된다.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이하, 보존회, 회장 구은모)가 2023년 당진시 기지시줄다리기 축제를 위한 큰 줄을 송악하수종말처리장 인근의 기지시줄다리기 줄제작장에서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설레는 마음으로 현장에 다녀왔다.



기지시줄다리기는 볏짚 4만 단으로 약 40여 일간 길이 200m, 무게 40톤에 달하는 큰 줄을 제작한다.


현장에 도착하니 거대한 줄틀에 큰 줄을 꼬기 위해 고정틀과 이동틀에 중줄 3개가 묶여 있었다.


보존회에서는 3월 초부터 매일 20여 명의 인원이 참여해 잔줄 420가닥을 제작했다고 한다.

제작한 작은 줄 420가닥을 6개의 중줄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날은 수백 명의 마을주민과 자원봉사자들, 세한대 학생들이 함께 힘을 모아 큰 줄을 꼬기 위해 모였다.


줄다리기 축제에 사용하는 큰 줄을 꼰다고 하니 기대 반 설렘 반으로 현장을 둘러봤다.


큰 줄 제작을 위해 줄틀 3개의 굴레통에 각각 중줄 3개가 엮어져 있었다.



사진으로 보이는 줄의 두께를 보면 알겠지만 큰 줄은 수백 명의 인원이 있어야 만들 수 있다.

고정틀에 큰북이 달려 있고 전수자가 북채를 들고 있어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줄 만드는 과정을 보고 이해가 되었다.

"의여차! 의여차!"
여러 명의 건장한 성인이 구령소리와 북소리에 맞춰 각각의 굴레머리를 돌리기 시작한다.



줄틀의 굴레머리가 돌아가면 수십 명의 사람들이 일열로 서서 3개의 중줄을 발을 이용하여 굴린다.


굴러가며 꼬아진 큰 줄은 연결된 로프를 이용하여 다시 몸 쪽으로 끌어당기고 다시 발로 구르기를 반복한다.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줄이 꼬이는 속도에 맞춰 이동틀에서 고정틀 방향으로 사치미질을 하는데 사치미가 중줄 세 가닥이 단단하게 꼬아지는 역할을 한다.

사치미질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중줄 아래엔 굴림목을 넣고 사치미질 속도에 맞춰 양쪽에서 지렛대로 굴림목을 굴려 준다. 중줄 위에 서서 사치미질을 하는 전수자의 기상이 마치 폭풍우를 헤치고 나가는 선장의 모습처럼 장엄하기만 하다.

기지시줄다리기에 사용되는 큰 줄이 처음부터 이렇게 컸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기지시(機池市)는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줄틀을 보관하는 연못이 있는 시장마을이었다.

이곳에 농경문화와 해양문화, 난장문화가 접목되면서 여타의 줄다리기와 달리 독특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고 한다.

기지시 시장은 350여 년 전부터 한 달에 장이 12번이나 섰을 정도로 기지시 줄난장은 호황을 이뤘다. 이에 맞춰 농경사회에서 작게 만들던 줄은 참여인원이 증가함에 따라 줄이 계속 끊어지자 안섬 지역의 주대틀로 거대한 줄을 만들기 시작해 지금의 줄다리기 형태가 생겼다고 한다.


사치미질하는 전수자의 모습이 선장처럼 장엄하게 느껴졌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나 보다.



큰 줄의 무게가 엄청나 전승자 몇몇의 힘만으로는 사치미질을 할 수는 없다.


사치미 윗부분엔 도움줄이 길게 연결되어 있다. 사치미의 움직이는 방향에 맞춰 예닐곱명의 건장한 청년들이 도움줄을 잡고 양쪽에서 줄을 당긴다.


이 모습이 보기엔 단순해 보이지만 한껏 힘을 주며 줄을 뒤로 당긴 후 반대편에서 줄을 당기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일정한 속도로 앞으로 나가야 한다.


이때 균형을 잃으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협동심과 순발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큰 줄을 완성한 후엔 4월 10일까지 큰 줄인 암수줄에 머릿줄과 곁 줄, 젖줄을 만들어 기지시줄다리기에 사용할 줄을 최종적으로 완성해 나간다.​

한편 기지시줄다리기 축제는 당진시민 노래자랑과 불꽃쇼, 제례행사, 줄꼬기 체험, 아티스트 공연, 줄다리기 등의 볼거리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또한 한국전통줄다리기한마당 행사와 체험프로그램(소원지달기, 팝업북 만들기) 등이 진행될 계획이라고 하니 많은 분들 오셔서 축제를 즐기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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