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vs 아들러
3월 2일 개강, 첫 강의를 위해 강의실에 들어섰다. 30분 일찍 도착해서인지 아직 아무도 없었다. 근데 학교가 왜 이렇게 썰렁하지... 혹시?
학교 메일을 뒤져보니 아니나 다를까 개강은 3월 9일이었다. 아, 이런 또 덜렁거렸구나. 일정을 자세히 살피지 않은 자신에 대한 책망, 집이 가까워서 다행이라는 안도감, 개강에 대한 기대감, 이런 식으로 고객과의 약속이 어긋날 수도 있다는 불안 등이 스쳐 지나갔다.
프로이트는 실수를 통해 무의식에 억압된 욕망을 보려 하였다. 반면 아들러는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의 목적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나의 실수는 하루빨리 학생들과 만나서 배움을 함께 하고 싶다는 나의 욕구가 드러난 것이라 해석하고 싶다. 새롭게 만날 학생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고, 함께 할 과정을 잔뜩 기대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실수 덕분에 강의 준비도 일찍 끝냈다.
사실 3월 2일을 개강일로 착각한 이유로 나의 치밀하지 못함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다른 근거도 있었다. 우리 집 대학생 둘 다 2월 마지막 주에 개강한 거다. 그래서 '요새는 개학을 빨리하는구나. 그럼 우리 학교도 이번 주 개강이겠네.'라고 생각했다. 소위 일반화의 오류다.
나건 남이건 아주 치명적인 실수가 아니라면 책망하기보다는 그 일을 통한 배움을 성찰하는 여유를 갖는 것이 좋겠다. 실수할 만한 어떤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결과와 달리 원했던 것이 있기 때문이다. 깊어진 자기 이해와 더불어 다음번엔 어떻게 잘해 나갈까를 계획할 때 우리는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