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버님을 크나큰 우주보다, 보석보다, 명예보다 목숨보다... 세상의 어떤 것보다사랑합니다."
그 옆에서 셋째 딸 코델리아는 생각했다.
'난 뭐라고 말하지? 진정 마음에서 우러난 사랑을 해야지.'
다음으로 둘째 딸 리건이 대답했다.
"(언니 것 받고 한 장 더) 그리고 세상의 어떤 것도 아버님을 향한 제 효심보다 즐겁지 않습니다."
코델리아는 고민했다.
'난 뭐라고 하지. 아버지에 대한 내 효심은 말할 수 없이 큰데.'
두 딸의 찬양을 받은 리어는 흡족했다. 둘에게 왕국의 삼분의 일 씩 떼어주고, 막내 코델리아의 더 멋진 대답을 기대했다.
코델리아가 대답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Nothing, my Lord.)"
황당한 리어는 다시 한번 답할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코델리아의 답은 분명했다.
"아버지를 극진히 모시는 것은 낳아주신 은혜를 갚고자 딸로서 도리를 다하는 것입니다. ... 그런데 언니는 어떻게 아버지를 최고로 사랑한다고 하면서 다른 사람과 결혼할 수 있었나요? 제가 결혼하면 남편에게 사랑의 반을 바쳐야 합니다. 그러니 아버지를 온전히 사랑할 수 없습니다"
이때부터 시작한 리어의 폭주로 코델리아는 빈손으로 쫓겨나고, 리어 자신의 비극도 시작된다. 리어왕이 비극이 된 것에는 코델리아의 지분도 크다.
코델리아에게 묻고 싶다. 꼭 그렇게 얘기했어야 했냐고 (너 T야?)
코델리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오히려 언니들에 비하면 훨씬 진실에 가까웠다. 하지만 자신의 의도를 충분히 나타내지 못했고, 친절하지도 않았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거칠게 표현하면 뜻이 전달되지 않을뿐더러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까지 한다.
마치 명품 백을 신문지에 싸서 '오다 주웠다'며 던지는 것과 같다. 제 딴에는 멋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상대의 기분은 거지 같다.
코델리아가 딸의 인정을 갈구하는 아버지 리어의 마음을 헤아리고 자신의 의도를 담아 이렇게 표현하면 어땠을까?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낳아주신 은혜에 깊이 감사하고 딸된 도리를 다하고 싶습니다. 나중에 결혼해서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까 것이 걱정돼요. 그래도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은 계속 간직하겠습니다."
내가 좋은 의도로, 상대방 잘되라고 하는 말이 어떻게 전달되고, 상대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자. 내 삶이 비극이 되기 원하지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