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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Sep 27. 2024

리더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리어왕과 리더십

덮을 것도, 거할 곳도 없이 주린 배를 움켜쥐고, 누더기를 걸친 사람들아, 어떻게 이 폭풍우의 밤을 견디는가? 아, 나는 지금까지 너무도 그런 일을 모르고 지냈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3막 4장, 모든 권력과 재물을 물려준 딸들에게 버림받은 리어 왕이 황야의 폭풍우 속에서 울부짖는 한탄이다(민음사, 최종철 역).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한 나라를 다스리던 리어 왕은 어떻게 한순간에 비참한 신세가 되었을까? 비록 무대 위의 이야기지만 인간 본성을 꿰뚫는 셰익스피어의 통찰은 리더십에 대한 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리더십은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이다. 그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대체로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포지션 파워(Position power)다. 직위에서 오는 영향력이다. 지위가 높아지면 더 많은 힘이 생긴다. 조직 운영, 인사, 재정에 대한 의사 결정 권한이 커지는 한편, 책임도 무거워진다. 조직에서 상사가 부하에게 지시하고 명령할 수 있는 정당성이 포지션 파워에서 비롯된다. 

두 번째, 전문성 파워(Knowledge power)다.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이나 경험에서 오는 힘이다. 사람들은 전문가의 의견을 높이 평가하고, 따르는 경향이 있다. 육아에서 오은영 박사, 요식업에서 백종원 대표의 솔루션은 대중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세 번째, 품성 파워(Character power)다. 인간적인 매력이다.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에 의하면 성격(personality)은 타고난 본능이지만 품성(character)은 가치를 우선시하는 역량이다. 품성은 어려운 때에 인간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준다. 주도성, 결단력, 자기 절제 등의 품성 역량이야말로 잠재력을 발휘하고 성공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사회적 지위나 학위가 없어도 품성으로 존경받는 사람이 있다. 


다시 리어왕으로 돌아가 보자. 

팔십 노인 리어는 왕이라는 직위를 내려놓고 책임에서 벗어나 안락한 노후를 누리고 싶었다. 그러나 포지션 파워가 사라지자 가장 가까이서 그를 칭송하던 딸들조차 그를 고집스러운 천덕꾸러기이자 노망 난 늙은이로 취급했다. 오랫동안 누려왔던 리더로서의 힘이 오직 포지션 파워에 기인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비참하지만 뼈 아픈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작은 회사 사장으로 일했던 때의 경험이다. 생산과 품질 문제로 골머리가 아팠다. 고객사에서 깨지고 돌아와 직원들에게 역정을 냈다. 화를 내니 모두 고개를 숙였다. 직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열심히 움직이는 것 같았다. 내가 뭐라도 된듯한 느낌이었다. 점점 화를 내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구석 흡연장으로 가는데, 믿고 의지하던 리더들이 내 험담을 하고 있었다.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얼굴이 벌게져서 몰래 뒷걸음쳐 나왔다.  


조직 리더의 대부분은 자기 분야의 전문가로서 우수한 성과를 냈기 때문에 남들보다 높은 직위를 얻는다. 직위는 더 많은 영향력을 주고 때로 권력에 취하게 한다. 잠시 생각해 보자. 이 직위가 없는 나는 누구인가? 다른 사람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품성은 갈고닦으며 개발할 수 있는 행동 방식이다. 품성의 핵심은 말과 행동이며, 말과 행동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언행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미리 고려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일의 결과를 성찰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노력하는 사람은 주위에 감동을 준다. 결국은 품성이고, 남는 것은 사람이다. 

나의 리더십은 무엇으로부터 오는가? 또 다른 리어가 되고 싶지 않다면 진지하게 숙고해 볼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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