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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Jan 04. 2016

왼손잡이들과 일하는 법

학생들에게서 배운 것

지난 학기, 학생들에게 한 주제를 주고 토의시킨 후 조별 결과물을 칠판에 쓰도록 시켰다. 판서하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보며 깜짝 놀란 것은 5명 중 3명이 왼손으로 글씨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어릴 적, 왼손으로 밥을 먹거나 글씨를 썼다가는 당장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래서 왼손잡이 친구들은 공은 왼손으로 던져도 식사와 필기는 오른손으로 하도록 훈련되었다.

 왼손으로 필기하는 학생들에게 어릴 적 왼손 쓰는 것에 대해 어땠냐고 물어보니, 별다른 제재를 당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역시 만일 우리 아이가 왼손잡이라면 자기가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대로 내버려 두었을 것 같다.


 신세대, X세대, Y세대.... 앞 세대는 다음 세대를 다른 명칭으로 부르며 이해하기 어려운 집단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세대가 다르다면 그들의 방식을 수용하고 이해해야 그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  

사실 자기가 편한 손으로 연필을 쥐고 밥을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세상에 오른손잡이가 더 많아 그들의 방식이 더 익숙한 것 뿐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손으로 쓰느냐가 아니라 어떤 글, 어떤 결과물이 나오냐는 것이다.


 최근 조직의 리더는 위 아래로 여러 세대의 조직원들과 함께 생활할 수 밖에 없다. 제대로 된 리더라면 왼손으로 쓰는 것 보다는 쓴 결과물에 집중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결과물이 나오기도 전에 왜 일을 그렇게 하느냐며 간섭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다. 일하는 사람의 동기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왼손잡이는 왼손으로 쓸 때 가장 멋진 글씨가 나온다.

관리자는 일을 바르게 하는 데 관심이 많지만, 리더는 바른 일을 하는 사람이다. 일을 통해 얻기 원하는 결과물에 대해서는 분명한 기대를 공유하고, 다른 이들의 일하는 방식은 존중하는 리더의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 안그래도 할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미래의 먹거리를 걱정하며 창조경제와 창의성을 외친다. 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 수많은 왼손잡이들- 자기만의 방식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핍박받고 무시당하고 있지 않을까?

우리 조직에 나와 다른 방식으로 일하기를 고집하는 직원이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 호기심을 갖고 기대하면서 바라보자. 회사를 말아먹을 정도로 엄청난 실수가 예상되지 않는 한 그들이  어떤 결과를 낼 지 기다려 주자. 모든 발전은 새로운 시도로 출발된다.

왼손잡이들이 일하는 방식을 존중하고 격려하는만큼 우리의 미래가 더 밝아진다고 믿는다.   


왼손잡이

                                       이적


나를 봐 내 작은 모습을

너는 언제든지 웃을 수 있니

너라도 날 보고 한번쯤

그냥 모른척해 줄 순 없겠니


하지만 때론 세상이 뒤집어진다고

나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모두다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그런 눈으로 욕하지마

난 아무것도 망치치 않아

난 왼손잡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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