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욕망의 가짜 충족

꿈에서 누는 오줌은 시원하지 않다.

방광이 가득 찼다. 화장실로 간다. 맨발로 닿는 바닥이 축축하다. 지린내가 코를 찌른다. 내 뒤로 사람들이 줄을 선다. 모두 화장실이 급한 사람들이다.


소변보는 곳은 달랑 하나다. 제대로 된 소변기가 아닌 하수구를 조준하여 일을 본다. 아랫도리를 열고 하초의 힘을 뺀다. 안 나온다. 뒷사람이 긴장해서 그런 거 아니냐며 보챈다. 긴장을 풀어야 한다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드디어 오줌 줄기가 뻗친다. 이상하다. 시원하지 않다. 쭉쭉 치고 나가는데 해소감이 없다. 꿈이다.


아침마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 꿈을 꾸다가 깬다. 신체 감각으로 전해지는 욕구를 꿈에서 채우려 한다. 꿈에서 보상받는 욕구는 채워지지 않는다. 알맹이 없는 공갈빵 같다.


욕망을 충족하는 방법이 많아졌다. SNS로 자기를 과시한다. 인플루언서의 삶을 엿본다. 가상의 관계를 연결한다. 포르노로 흥분을 느낀다. 웹툰으로 상상의 폭력을 행사한다. 유튜브로 재밌게 사는 사람들을 본다. 별다른 노력 없이 값싸게 채우는 방법이 많다.

꿈에서 누는 오줌처럼 어떤 것들은 공허하다. 탐닉하면 할수록 오히려 갈증이 심해진다. 결국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내 삶의 채워지지 않은 욕구는 무엇인가?

그 욕구를 어떻게 채우고 있는가?

싸구려 쾌락으로 삶을 허비하고 있지는 않는가?


요새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밤 수면 중에 깨어 화장실에 가는 일이 없어진 거다. 저녁 식사를 적게, 일찍 먹은 덕인 것 같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자다가 두세 번은 일어나서 일을 봐야 했다. 수면의 질이 낮아져 낮에 피곤했다. 그리고 방광 근육이 약해지면 빈뇨가 생긴다고 들었다. 자다가 이불에 실례라도 하면 큰일이다.


그렇다. 적게 먹고, 좋은 것을 먹고, 근육을 키워야겠다.

좋은 음식, 가치 있는 지식을 먹고,

몸을 움직이고, 하기 싫은 일을 하며,

과정을 즐기는 근육을 키워야겠다.

오늘부터 실천!


keyword
작가의 이전글누가 트레이를 깨뜨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