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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Feb 17. 2018

과학자의 생각법

엘리 골드랫의 The Choice

 제조회사의 공장 관리자로 살아갈 때 내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책은 엘리 골드렛의 '더 골(The Goal)' 이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당근과 채찍만 경험해 왔던 내게 골드렛의 과학적인 방법론인 제약이론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후 그의 팬이 되어 'It's not luck'에서는 프로젝트 매니징의 원리를, '신기술 도입의 함정'에서는 투자의 기준을 배웠다. 


 2010년 구입했던 그의 책은 'The Choice'.  과학자의 생각법에서 배우는 선택의 지혜라는 부제에 기대를 품고 읽기 시작했다. 엘리 골드렛의 과학적 사고법은 어떤 이슈에도 분명한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것이며, 이를 로지컬 맵으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초이스'에서 골드렛의 딸은

    [충만한 삶을 살기 원한다.]  


-> [충만한 삶이란 의미있는 성공을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 [의미있는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스태미너를 가져야 한다.]

-> [스태미너를 가지기 위해서는 명확하게 생각해야 한다.]

라는 사고 과정을 로지컬 맵으로 표현하였다. 결국 충만한 삶을 살려면 명확한 사고법을 익혀야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나는 책을 읽으며 도무지 위의 사고 과정 중 단 한계도 수긍할 수 없었다. 그렇게 덮인 '초이스'는 책장에 꼽힌 채로 7년을 지내게 되었다. 


 최근 박사 논문을 마치고, 일거리도 떨어져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초이스'를 다시 읽기 시작하고 역시 그 대목에서 걸렸지만 끝까지 읽었고, 과연 보물을 발견했다. 사고의 인과 관계는 개인의 주관적인 가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물리적인 세계와 같이 일관된 답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명확한 사고를 위한 근본적인 사고의 공리를 갖추는 것은 보다 나은 선택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골드렛이 이야기하는 사고체계의 근본적인 공리는 다음과 같다. 
1. 현실은 단순하다.
2. 이 세상은 조화롭다.
3. 사람은 원래 선하다. 


 이 공리를 받아들이면 여러가지 가능성이 열린다. 물리적인 세계를 뉴턴의 법칙 몇 개로 설명할 수 있듯이 현실은 단순하므로, 명확한 사고를 거듭하면 결국 근본적인 원인에 다다르게 된다. 현실에서 만나는 갈등은 모순된 것을 원하는 상황에서 비롯되지만, 세상은 조화롭고 사람들은 선하므로 모든 갈등을 제거할 수 있다.
 내게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골드렛이 기업의 이익 개선을 위한 궁극적인 솔루션을 협력사의 성공에서 찾는 대목이었다. 재고를 줄이고 물류를 개선하는 과정을 통해 얻는 마진 개선은 단지 수 퍼센트가 아니라 수십, 수백 퍼센트를 넘어설 수 있다. 그리고 활동 과정에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이를 남 탓으로 돌리지 않고 사람들은 원래 선하다는 신념을 유지하며 명확한 사고를 거듭해 더 나은 결과를 얻은 사례가 좋았다. 


 오랜만에 '초이스'를 읽으며 골드렛의 사고법 뿐 아니라 인간관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인생사 복잡해 보이지만 근본 원리를 찾는다면 복잡성 안의 단순성을 발견할 수 있다. 복잡한 문제도 해결책은 참 단순하다는 것을 지나고 나서 느끼곤 한다.  
코칭 구루인 골웨이는 코칭의 중요 목표로 고객의 성과를 가로막는 장애물의 제거를 언급하였다. 골드렛의 명확한 사고 과정으로 고객의 근본적인 장애물을 찾아 제거하거나, 또는 역으로 궁극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 분명히 하는 것이 의미있는 코칭 과정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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