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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Apr 11. 2019

우리는 보는 것을 믿을까? 아니면 믿는 것을 볼까?

사람을 보는 관점과 그 영향


'생각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오귀스트 로댕은 조각을 독자적인 예술 분야로 격상시킨 최초의 현대 조각가다. 그는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추구했다. 당시 파격적이었던 그의 작품을 바라보는 기성세대 예술 평론가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어느 날 로댕과 친분이 있던 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평론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작품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입수한 로댕의 작품입니다. 여러분들 의견을 말씀해 주시죠." 

로댕의 작품이라는 말에 평론가들은 하나같이 혹평을 퍼부었다. 비평을 다 들은 쇼는 말했다. 

"아, 실수했네요. 이제 보니 이건 미켈란젤로의 작품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보기엔 정말 형편없는 작품인가 보네요."  

한참 떠들던 평론가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로댕의 작품은 형편없다는 선입견에 붙잡혀 작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했다. 있는 그대로를 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대상에 투사하였다.   




  사물이나 현상을 볼 때 취하는 태도나 방향을 관점이라고 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어떤 관점을 가지느냐, 즉 사람을 어떤 존재로 보느냐가 중요하다. 사람에 대한 관점이 그 사람과의 관계와 행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경영대학원 애덤 그랜트 교수가 쓴 기브 앤 테이크에서 인용한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한다. 이스라엘에서는 남자는 5년, 여자는 3년 동안 의무적으로 군대에서 복무한다. 어느 날 이스라엘 신병 훈련소의 몇몇 소대장들은 아래의 공문을 받았다. 

이번 소대 훈련병들의 평균 잠재력이 다른 소대 훈련병들보다 눈에 띄게 뛰어나므로... 그들이 놀라운 성취를 이루리라고 기대해도 좋다


  과연 일정 기간 훈련이 진행된 후 해당 소대원들은 체력이나 전문지식 등의 각 측정 항목에서 다른 훈련병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사실 위의 메시지는 실험자가 조작한 것으로 아무 근거 없이 무작위로 전달된 것이었기 때문에 애초에 다른 결과가 나올 리 없는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몰랐던 소대장은 소대원들의 잠재력을 믿고 기대하여 더 많이 돕고 꼼꼼히 피드백을 주었다. 소대원이 실수한 경우에도 능력의 부족이라 판단하지 않고 배움의 기회로 삼도록 배려해 주었다. 결과적으로 소대장의 지원을 받은 훈련병들은 자신감을 갖고 성장하여 더 높은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는 보는 것을 믿기보다 믿는 것을 보곤 한다. 이스라엘 군대에서의 실험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을 어떤 존재로 보느냐는 관점은 상대의 행동과 조직 성과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기왕이면 좋은 관계를 맺고 성과가 잘 나오게 하는 관점, 즉 상대를 가능성과 잠재력이 높은 존재로 바라보는 것이 우리에게 득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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