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의 달인에게 배우는 피드백 비결
리더의 피드백
병원은 무섭다. 아파도 가기 싫다. 왜? 주사 때문이다. 아이나 어른이나 주사 맞기는 공포다. 인간은 하나의 완결된 유기체다. 피부로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구분 짓고, 신체를 보호한다. 그 피부를 뚫고 주삿바늘이 들어온다. 몸이 낫는 데 필요한 일이라고 머리로는 알지만, 몸과 마음은 주사를 거부한다. 아프고 싫다.
리더 역할을 하다 보면 구성원에게 발전적인 피드백을 해야 할 일이 있다. 구성원의 성과가 낮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 반복된다면 피드백이 필요하다. 주사 한 방이다.
피드백이 필요한 것은 알지만 정작 잘하기는 쉽지 않다. 자칫하면 비난이나 잔소리로 흐른다. 어떤 리더는 상처 주기 싫어서 아예 피드백하지 않는단다. 리더가 피드백하지 않는다면 실격이다. 근무 태만이다.
주사와 피드백은 묘하게 닮았다. 상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지만 아파서 싫다.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조심스럽고 불편하다.
어느 영역이나 자기 일에 정통한 달인이 있다. 역량을 높이기 위해 달인에게 배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30년 이상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 ‘아프지 않게 주사 놓는 법’을 들었다.
1. 유능한 간호사는 자신이 무엇을 할지 알고, 그것을 환자에게 알려준다. “팔뚝에 근육 주사를 놓을 텐데요, 살짝 따끔하실 거예요.” 심리적인 요인이 고통의 크기에 영향을 준다. 주사실에 들어온 환자는 불안하다. 바지를 내려야 할지, 팔을 걷어야 할지, 침대에 누워야 할지 당황스럽다. 환자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려 주면 미지의 불안이 다소 가라앉는다.
2. 유능한 간호사는 자기가 편한 자세가 아닌, 환자가 편한 자세로 주사를 놓는다. 주사가 아픈 가장 큰 이유는 근육이 긴장하기 때문이다. 간호사가 놓기 편하더라도 환자가 불편한 자세라면 근육이 뭉쳐서 더 아프게 느껴진다.
3. 유능한 간호사는 한 번에 빠르게 주사를 놓는다. 혈관을 못 찾아 여기저기 바늘에 찔린 적이 있다. 최악이다. 유능한 간호사는 주의 깊게 관찰하고 원샷 원킬로 간결하게 마무리한다.
조직에서의 피드백도 마찬가지다. 목적을 분명히 하고, 구성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에서, 간결하게 피드백하는 것이 요령이다.
1. 피드백의 목적을 분명히 한다. 발전적 피드백의 목적은 그야말로 구성원의 발전, 성장, 개선이다. 자기 성에 차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것은 분풀이지 피드백이 아니다. 상대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성원의 어떤 행동을 어떻게 성장시키기 원하는지 그려보면 이성적인 피드백을 준비할 수 있다.
2. 구성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내가 준다고 피드백이 먹히는 것은 아니다. 시속 160km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고, 준비 안 된 상대에게 뿌리면 폭력이 된다.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피드백도 효과를 낼 수 있다. 그가 심리적으로 여유가 있는지 확인하고, 가능한 조용한 곳에서 긴장을 풀고 대화한다.
3. 간결하게 한다. 좋은 말도 5분 이상 길어지면 잔소리가 된다. 필요한 피드백을 솔직하고 명확하게 마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거다. 들어주고 함께 개선안을 찾는 양방향 대화 과정이 변화를 이끌고 신뢰를 두텁게 한다.
1960년대 서독으로 많은 간호사분들이 파견 가셨다. 타지에서 수모도 많이 당하셨으리라 짐작된다. 독일 환자들이 처음엔 우리 간호사를 믿지 못해 주사 맞는 것을 피했다고 한다. 불굴의 한국인들은 고기 비계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게 주사를 놓을지 연구하고 연습했다. 나중에는 독일 환자들이 한국 간호사만 찾았다고 한다. 이런 간호사, 광부 선배님들 덕분에 대한민국이 성장할 수 있었다.
구성원의 변화와 성장을 위해서는 때로 아픈 소리, 쓴소리가 필요하다. 조금만 준비하면, 유능한 간호사가 환자를 잘 돕듯 세련되게 피드백할 수 있다. 좋은 피드백은 구성원을 성장하게 한다. 피터 드러커가 말했다.
지식근로자의 학습을 위한 가장 확실하고도 유일한 방법은 피드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