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세션 #2 독약

관계를 망치는 네 가지 독소

두 번째 세션 날이다. 어플을 구동하니 곧 유 코치가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팀장님. 반갑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보내 주신 과제는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저도 보내 주신 참고 자료를 잘 읽었습니다.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민기가 어렸을 땐 저도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도 믿었고, 뭘 해도 예쁘고 좋았어요. 그때는 다들 자기 애가 천잰 줄 알잖아요. 그런데 요샌 아이가 바뀐 건지, 제가 바뀐 건지 무조건 받아주는 마음이 안 생겨요. 그래서 안 그러려고 해도 자꾸 싫은 소리를 하게 되네요.”


“네, 아빠 노릇이 쉽지 않으시죠. 혹시 어떤 일이 있으셨는지요?”

“어제 퇴근하니 아내가 민기의 중간고사 성적표를 보여 주더라고요. 근데 수학이 38점이었어요. 다른 과목들도 그리 잘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참으려고 했는데, 38점이 뭡니까? 아무리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참으려고 해도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그래서 아이랑 얘기 좀 했죠.”




강일은 어젯밤 민가가 학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시작한 대화를 떠 올렸다.

“민기야, 너 아빠랑 얘기 좀 하자. 이리 와.”

“좀 씻고 갈게요.” 볼멘소리로 민기가 대답했다.

“야, 됐어. 아빠랑 얘기하고 씻어. 얼른 와.”


민기가 서재로 들어왔다.

“너 이번 수학 몇 점 받았어? 38점이 말이 되냐? 아빠가 정말 웬만하면 참고, 기다려주려고 했는데 이건 정말 아니잖아. 너 집에 오면 맨날 게임하고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고, 공부하는 건 내가 본 적이 없어. 그러니 이런 결과가 나오지. 이게 뭐냐? 도대체 문제가 뭐야?”

민기는 볼이 부어서 손톱만 뜯고 아무 대답이 없었다.

“너도 입이 있으면 말을 해 봐.”

“저도 공부해요. ”

“하긴 뭘 해. 숙제나 하면 다행이지. 공부하는데 38점이 나오냐? 그게 말이 돼? 너 맨날 게임만 하니까 그런 거 아냐?” 강일의 목소리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다.


“제가 뭘 맨날 게임만 해요? 다른 애들은 얼마나 많이 하는데. 아빠도 집에서 컴퓨터 많이 보잖아요.”

“이 녀석이 꼬박꼬박 말대꾸네. 아빠는 일하느라 그런 거지. 그리고 아빠가 학생이냐? 아빠랑 너랑 똑같아? 어디서 반성은 안 하고 핑계를 대. 38점이 점수냐. 너 닭대가리야?”


강일은 이건 실수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닭대가리’라는 말을 참지 못하고 내뱉는 자신을 보았다. 곧 아내가 들어와 민기를 데리고 나갔다. 제 방으로 들어간 민기는 큰 소리로 문을 닫으며 그날 밤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 저러다 닫힌 문이 영영 열릴 것 같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이 올라왔다.




“아, 정말 답답하고, 화도 나고, 한편으로 슬프기도 하셨겠네요. 민기가 좀 더 좋은 성적을 받고 잘 되기를 바라고 계신데, 그게 통하지 않으니 많이 섭섭하고 좌절스러우셨겠습니다. ” 다시 유 코치가 말했다. 민기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그렇죠. 지가 반성하는 모습만 보였어도. 제가 그렇게 하진 않았을 텐데. 저도 좀 심하게 해서 미안한 마음도 있어요. 속상합니다.”


“네, 많이 속상하셨겠어요."

약간의 침묵이 흐른 뒤, 유 코치가 말했다.

"그럼 오늘은 어제 있었던 아드님과의 대화를 좀 자세히 살펴보면 어떨까요? 관계에 있어서 어떤 말을 어떻게 하느냐가 정말 중요해서요.”

“네, 좋습니다. 좋은 방법이 있으면 좀 가르쳐 주세요.”


"관계와 관련된 연구 결과를 말씀드릴게요. 미국의 가트맨 박사는 지난 40년 간 3,000 쌍 이상의 부부를 대상으로 행복한 관계와 불행한 관계에 대해 연구하였습니다. 그 결과 두 사람의 관계가 행복한가 불행한가는 성격차이도 아니고, 경제 문제나 불륜도 아니고, 단지 '대화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는 것을 발견했죠. 불행한 사람들은 서로 독을 뿜는 말을 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은 호감과 존중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뜸을 들인 유 코치가 말을 이어갔다.


"가트맨 박사가 말하는 관계를 망치는 네 가지 독약은 비난, 방어, 경멸, 담쌓기입니다. 그 첫 번째, 비난은 '항상', '맨날', '한 번도', '절대로' 등이 들어가는 말입니다. 이는 상대가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뉘앙스를 풍깁니다. 이를테면, 아까 팀장님께서 아드님에게 ‘너 집에 오면 맨날 게임하고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고, 공부하는 건 내가 본 적이 없어.’라고 말하신 것이 바로 비난에 해당됩니다."

유 코치의 이야기를 들은 강일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유 코치는 설명을 계속했다.


"두 번째는 방어입니다. 비난을 받은 사람은 자신이 공격을 받았다고 느끼므로 자연스레 방어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너도 그렇잖아.' 또는 '그건 너 때문이야.'라는 반응이 방어에 해당합니다. 아까 팀장님의 비난에 아드님이 '아빠도 집에서 컴퓨터 많이 보잖아요.'라고 대응한 것이 바로 방어입니다. 비난 속의 '매일', '항상'이란 수식어는 상대가 부당하고 억울하다고 느끼게 하므로 방어를 촉발하게 됩니다.


세 번째는 경멸로, 가장 치명적인 독입니다. 경멸은 상대를 자기보다 못난 사람으로 비하하는 것으로 비웃거나 모욕을 주는 언행입니다. 가트맨 박사는 '경멸은 마치 상처에 황산을 뿌리는 것과 같은 행위'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팀장님께서 아드님에게 ‘너 닭대가리야?’라고 하신 것이 바로 경멸에 해당합니다. 경멸은 꼭 욕과 같은 언어가 아니더라도 비웃는 표정이나 태도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니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강일은 속으로 '내가 아들에게 황산을 뿌렸다니... 그때 그 말을 해서는 안됐어.'라고 자책했다.


"마지막 네 번째는 담쌓기입니다. 담쌓기는 상대와 말을 하지 않고, 접촉을 피하는 것입니다. 담쌓기는 더 이상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한 행동이지만, 결국 불신만 깊어져서 관계를 해치게 됩니다."


"결국 민기와 내가 그 네 가지 독약을 다 쓰고 있었네요. 거기다 나는 경멸까지 해 댔으니. 후..." 깊은 한숨을 내 쉬며 강일이 말했다.


"팀장님, 팀장님께서 민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민기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말을 하신 것을 잘 압니다. 다행인 것은 아직 늦지 않았고, 또 독약에는 해독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네? 해독제가 있다고요? 그게 뭐죠" 해독제라는 말에 강일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그럼요. 있고 말고요. 네 가지 독에 대한 해독 방법은 자료로 보내 드릴게요. 더 나아가 행복한 관계를 누리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며 사랑과 존중의 언어로 대화합니다. 행복한 사람들은 사랑과 존중의 긍정적인 언어를 독이 되는 부정적 언어보다 5배 이상 사용한다고 합니다."

유 코치가 확신에 가득한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랑과 존중의 대화란 것이 도대체 어떤 건가요?"

"네, 그것은 이 프로젝트 굿 대디의 코칭 과정을 통해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익혀가도록 하겠습니다. 우선은 대화의 독을 빼는 것이 중요하니까 앞으로 팀장님께서 비난, 방어, 경멸, 담쌓기를 사용하실 때마다 핸드폰에서 경고가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어떠세요. 괜찮겠습니까?"

"그럼요. 그런 기능도 있다니. 제가 독이 있는 말을 하지 않는 데 도움이 되겠습니다."


"그러실 거예요. 지금 기분은 어떠세요?" 유 코치가 물었다.

"참담하네요. 아이가 도대체 왜 저러나, 사춘기라 그런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생각만 해 왔었는데, 어쩌면 저한테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힙니다."


"네. 그것이 모두 팀장님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이 관계의 개선을 위해 팀장님께서 하실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이 앞으로 더 좋은 관계의 초석이 되겠죠."

"그래도 다행이네요. 늦게나마 이런 조언을 듣게 되어 감사합니다."


"네, 그럼 오늘 세션을 정리해 주시겠어요?" 유 코치가 마무리를 요청했다.

"음, 사용하는 말이 관계에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고요. 그동안 아들과 한 말이 독성 언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앞으로 사랑과 존중의 대화를 배우게 될 것이 기대됩니다."


"네, 정리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음번 뵐 때까지 해보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코치님께서 말씀하신 네 가지 독인 비난, 방어, 경멸, 담쌓기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아, 정말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 독만 빼더라도 대화의 질이 훨씬 높아지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팀장님은 가족을 사랑하고,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이시니 틀림없이 잘 될 겁니다. 그럼 다음 세션 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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