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은 새, 혹은...

흐린 기억 속에서 엄마는 13

by 작은노래

데이케어 센터에서 돌아오시는 엄마를 부축하며 집으로 들어갈 때 가끔씩 엄마 모습이 비에 젖은 새와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비를 맞고 지쳐있는 새처럼, 어깨는 구부정하고 움추러들어 있다. 눈빛은 약간 불안해 보이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찾듯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는 듯하다.


그런 날이면 나의 마음도 비에 젖은 듯 슬퍼진다. 당당하고 자신만만하던 엄마의 모습은 어디로 갔나? 호탕하게 웃으시던 그 모습은 어디로 갔나? 지치고 좌절하기도 했던 아들딸들에게 희망의 아이콘이었던 그 환하고 밝은 모습은 어디로 갔나?

이제 엄마는 돌보아줄 손길이 없으면 두려운 여린 한 마리 새처럼 되신 것일까?


어떤 때 엄마는 내 신발을 숨기고 시치미를 떼고 있는 강아지 같기도 하다.

약을 드렸는데 잠시 한눈을 파는 동안 그걸 휴지에 뱉어 놓으셨다.

"어, 엄마 약 금방 드셨네."

엄마는 말똥말똥 나를 쳐다보신다. 그 눈길이 장난꾸러기 같기도 하고 시치미 떼는 것 같기도 해서 둘러보니 입에서 녹다 만 알약이 휴지에 놓여 있다. 그 휴지를 돌돌 말아두지는 못하셨다.

노인들은, 특히 치매 노인들은 뭔가를 삼키는 게 힘이 들기에 약 한 번 꿀꺽 삼키는 데 오래 걸린다. 여러 번 시도를 해야 하고, 넘기실 때까지 잘 지켜보아야 한다.

때로 엄마의 눈은 사슴 같기도 하다. 나를 보며 뭔가 할 말을 삼키는 듯한 엄마의 눈빛, 아련한 기억들이나 생각의 조각조각들이 잘 맞춰지지 않아, 그 실마리를 찾을 때면 쓸쓸함과 슬픔과 그리움이 막 섞인 듯한 눈이 된다.

컴퓨터 화면을 통해 자손들의 사진이나 영상을 볼 때도 엄마는 진지하고 깊고 그윽한 눈빛이 되어 바라본다.


나는 엄마의 눈빛을 내 마음대로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과거와 미래와 잘 연결되지 않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 옆에 있어드려야만 되는...

조금씩 조금씩 기억이 희미해지고, 그 기억들은 이어지지 않고, 그래서 아득하고 아련해지는 엄마를 보며 내가 느끼는 쓸쓸함과 안타까움과 애틋함.. 이런 것들을 통해 나는 엄마를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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