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선생님들

흐린기억 속에서 엄마는 10

by 작은노래

엄마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혈관성 치매라는 판정을 받은 이후 6년. 그동안 4명의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엄마를 돌봤다. 그분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반 동안 엄마와 함께 했다. 엄마가 인복이 많아서인지 다들 정성스러웠고, 돌봄의 기본 자세를 갖추고 있었고, 서로 다른 장점이 있었다.

첫 요양보호사인 S선생님. 나이가 50대 후반인데 긴 생머리에 날씬한 몸매를 지닌 그 분은 첫날부터 엄마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갔다. 동생집에 있을 때 오시던 분이라 내가 세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동생 말로는 깔끔하고 성실한 분이라고 했다. 엄마가 우리집 쪽으로 이사를 오시며 그 분과는 헤어지게 되었다.

두번째 요양보호사 P선생님. 붙임성도 좋고 요리솜씨도 좋았다. 엄마에게 늘 사근사근하게 대했고, 미용실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아침마다 엄마 머리를 멋지게 꾸며드렸다. 옷 정리며 집안 청소도 깔끔하게 하셔서 어쩌다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은 집이 왜 이리 깨끗하냐고 놀라곤 했다. 어느날 어깨가 아프시다고 했다. 미용실을 하며 생긴 직업병이 도진 거였다. 남편 분도 돌봐드려야 했다. 이래저래 그분과도 헤어지게 되었다.

K선생님. 경우 바르고 직업 전문성이 있는 분이었다. 요양보호사로 책임져야 할 부분을 절대 소홀히 하지 않았다. 노인들이 흔히 갖고 있는 질병이나 습관 같은 것도 잘 알고 있어서 괜한 걱정으로 조바심치기도 하는 나를 편안하게 해 주었다. 그 분과는 30개월을 함께 했다. 그러다가 그분의 어머니를 돌봐드려야 해서 떠나셨다. 그분 형제들이 비용을 모아 수입을 보전해 준다고 했다.

네번째로 N 선생님이 우리집에 오셨다. 사람을 구하는 일은 늘 막막하고 걱정이 된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 여러 분을 소개받았고, 우리집과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N선생님이 오게 되었다. 한때 사업체를 운영했던 분이고, 레크레이션 강사 자격도 있다고 했다. 오지랖 넓다 할 만큼의 친절과 배려 덕에 엄마는 자주 웃으셨고, 나까지 N선생의 챙김을 받았다.

그분들 덕에 나는 내 집과 엄마집을 오가며 엄마를 돌볼 수 있었고, 몸이 아프거나 바쁠 때 한숨 돌릴 수 있었고, 긴 여행을 할 수도 있었다. 노인을 돌보는 일에 가족 말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너무도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데이케어 센터나 요양보호사 등. 그리고 엄마처럼 집에서 자식들이 돌보고 개인 요양보호를 받는 것은 또 얼마나 좋은 상황인가! 물론 엄마가 받은 요양등급으로는 데이케어 비용을 보조 받는 정도이기에 요양보호사에게 드려야 하는 보수는 그리 만만치 않지만.


가끔 생각한다. 세상 사람들이 다 좋을 수는 없고, 모든 요양보호사들이 다 저분들 같지는 않을텐데...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내 지인은 치매에 걸린 엄마 댁에 CCTV를 설치했는데 어느 날 그걸 보다가 기함을 했다고. 화면 속 요양보호사는 몸도 못가누고 의식도 희미한 엄마에게 함부로 말하고, 겁박하고, 화를 내더라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대하고 방치하는 모습까지 보였다고 했다.

아, 이럴 때면 차라리 사람보다 로봇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프로그램상 친절과 배려를 장착하고, 적절한 매뉴얼을 갖춘 로봇 말이다.

'AI 시대에 수많은 일자리들이 사라져 갈 거라고 예측하는데 그래도 조금 더 오래 남아 있을 일자리는 무엇일까? 돌보는 일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왔었다.

그런데 며칠 전 신문을 읽다 보니 AI가 요양보호 보조 역할을 적절하게 하면 돌봄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는 기사가 있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몸 상태를 체크하기도 하고, 일어나거나 움직일 때 옆에서 도울 수 있다면 간병하는 사람들이 조금 수월하게 노인들을 돌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AI가 전담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 섬뜩하기도 한 상상이지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AI 요양보호사도 결국엔 돈많은 사람들이 먼저 차지하겠지. 컴퓨터 프로그램인 AI는 인간인 노인의 세세한 상황들에 어떻게 반응할까? 인간으로 태어났다가 말년에는 기계와 함께 하다가 생을 마치는 건가? 만약 내가 치매에 걸리거나 몸을 가눌 수 없는 노년이 되면 나는 AI를 좋아하게 될까?

엄마를 돌봐주던 요양보호사님들을 생각하다가 나의 상상은 AI까지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