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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nseo Sep 25. 2024

즉흥 바이브로 가을을 즐기다.

: 재즈가 가르쳐주는 인생론

익숙하다 싶으면, 거의 재즈


"어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다양한 노래를 듣다보면 익숙한 멜로디에 귀가 쫑긋해지는 경우가 많다. 너무 익숙해서 표절에 대한 의심이 들 때도 있는데, 나만 하는 생각이 아닌지 수 많은 표절 의혹 기사들이 보도 되기도 한다. 표절 논란의 결말은 대부분 "샘플링이었다."


            


빈지노의 Dali, Van, Picasso도 같은 일을 겪었다. 재즈 베이스 힙합으로 빈지노스러운 감성을 제대로 나타내 큰 사랑을 받았던 그의 노래. 하지만 재즈의 멜로디가 대중들의 귀에 너무도 익숙했고, 멜로디의 정체를 찾은 끝에 Chet Baker의 Alone Together가 멜로디의 주인공이었음이 밝혀졌다. 당연히 표절의혹에 휩싸였지만, 샘플링 엔딩으로 파문은 잠잠해졌다.



아마 익숙한 멜로디의 곡들을 파헤쳐보면, 대부분은 재즈를 샘플링한 노래들이다. 힙합뿐만 아니라 ost나 가요들에도 자주 등장한다. 워낙 표절과 한끗차이로 아슬아슬해 보이는 경향이 있지만, 샘플링의 단골손님이 되고 있는 재즈. 

재즈와 샘플링은 이제 떨어뜨릴 수 없는 조합이 되어버렸다. 워낙 활용도가 높고 자유로운 장르이기에 아티스트들이 원재료로 사용하기 딱 좋다. 자유로운 음악하면, 이제는 사람들이 재즈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한편, 자유로운 존재인 재즈를 다른 말로 표현해본다면, 누구보다 억압받는 걸 싫어하는 음악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너희는 전혀 스윙하고 있지 않아”


미국 즉흥 재즈 피아니스트 배리 해리스. 그는 교수로 활동하며 학생들에게 재즈를 가르쳤다. 경직된 학생들의 피아노연주는 그의 귀에는 전혀 즉흥적이지 않았다. 그런 그들에게 했던 말, “너희는 전혀 스윙하고 있지 않아”. 동시에 배리 해리스의 손끝은 스윙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연주가 스윙이 될 수 있던 점은, 그가 연주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드럼의 박자에 맞춰 “조화”를 이루고자 했던 학생들과는 정반대였다. 드럼 연주에 인위적으로 맞추고자 하는 연주는 더 이상 조화가 아니라 피아노와 드럼의 듀엣일 뿐이다. 오히려 드럼의 박자를 깨야지만 피아노의 즉흥연주가 스윙이 되고 재즈가 완성된다.


            


재즈 밴드의 공연을 들으면, 연주자들이 각자 제멋대로 연주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삑사리 같은 음을 일부러 내기도 한다. 아슬아슬한 음의 변화, 불규칙한 멜로디와 박자, 어딘가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서 더욱 흠뻑 빠져든다. 몸에 익숙한 멜로디와 박자들로 무심코 다음 음을 예측하는 것들이 자꾸 엇나가지만, 엇나갈수록 예기치 못한 음들에 사로잡히게 된다. 귀를 불편하게 하는 이상한 음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즉흥 연주'로 느껴진다. 그 순간 연주자, 관객 모두가 틀에 얽매어있지 않게 된다.





                    





재즈의 장은 틀이 존재하지 않는다. 연주자 모두가 음을 이끌어가고, 심지어는 실수를 하더라도 허용이 된다. 정해진 규칙없이 마음껏 연주를 펼치는 ‘잼세션’을 비롯해서 가사 없이 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스캣’과 같은 개념들이 이를 증명하기도 한다. 










단순 전통 재즈만 들었던 '잼알못'들이라도, 연주자들이 즉흥적으로 내뱉는 ‘다-디다’ 추임새를 듣는다면, 덩달아 같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텐데, 이때부터 진정한 재즈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깔끔하지 않더라도 라이브에서 튀어나오는 즉흥 연주들에 한번 맛보고 나면 재즈 공연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집에 돌아와 그 카타르시스를 다시 느껴보고자 음원을 틀더라도 라이브 공연만큼의 느낌이 되살아 나질 않는다. 재즈가 선보이는 이상한 즉흥성은 강렬하게 뇌리에 박히도록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Editor " 당장 이 글을 쓰고 있는 에디터 본인도 즐겨듣는 재즈 밴드들이 있지만, 그들이 출몰하는 재즈바에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에디터 픽 아티스트들을 추천해볼테니, 음반보다는 라이브 공연으로 즐겨보길 진심으로 바란다." 




음원도 좋지만 라이브는 더 좋은, 재즈 밴드 추천




          


김오키(새턴발라드, 뻐킹매드니스)

신나는 재즈를 원한다면 김오키 뻐킹 매드니스를, 잔잔한 트리오 연주를 원한다면 김오키 새턴발라드를 들어야한다.
재즈 멜로디가 흘러나오다가 트럼펫의 거친음이 절정으로 치닫도록 하는데, 부드러운 멜로디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반할법한 김오키의 즉흥 트럼펫 연주.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트럼펫의 음이탈과 각 세션의 개성있는 연주는 낭만 그 자체다.







최항석과 부기몬스터

재즈의 근본, 블루스를 느끼고 싶다면 꼭 만나야하는 밴드. 이들의 연주를 들으면 나른하고 지루하다는 블루스에 대한 편견이 깨진다.

나긋한 리듬감에 충분히 신날 수 있고, 흥이 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밴드.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블루스가 가벼울 것이라는 오해는 금물이다. 유쾌하면서도 연주만큼은 자유로움에 진지한 그들이다.







겨울에서 봄

이름 그대로 겨울에서 봄이 다가오는 듯한 감성을 전달하는 재즈 트리오. 전통적인 사고관에서 벗어난 노래를 만들어내고 싶었던 결성 이유처럼 이들의 연주는 신선한 충격을 준다.

특히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는 이들의 정체성을 그대로 담아낸다. 감상을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 라이브에서 직접 들으며 느껴보길.







실수를 환영합니다.



 실수는 경험보다는 용납되지 않는 과실에 불과할 때가 많다. 특히 한 순간에 무사히 성과를 내야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음악을 연주할 때 실수를 한다면, 연주자는 물론이고 모든 공연의 흐름이 중단되는 '연주 사고'로 이어진다. 공연장의 분위기가 갑분싸가 되는 그 최악의 분위기.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그러나 재즈 공연에서는 사고를 목격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재즈에서는 실수를 알아채기는 커녕, 재치있는 연주자들의 실력에 압도 당한다. 만약 실수를 했더라도 그것마저 연주의 기교라고 생각이 든다. 오히려 최고의 순간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도중에 생각치도 않은 음이 들리는 순간 자연스레 ‘shit’을 내뱉게 되니 말이다.




“실수했다 싶은 음의 다음에 오는 음이 앞의 음을 고쳐줘요” - 마일스 데이비스


 재즈 트럼펫에 한 획을 그었던 마일스 데이비스의 유명한 명언은 재즈를 통한 실수의 미학을 보여준다. 실수로 당황하게 되고 곧 패닉으로 이어지는 순간 연주는 중단되지만, 재즈의 넘쳐나는 자유로움은 결코 실수를 방치하지 않는다. 그 다음에 나타나는 음은 방황하는 음정을 즉흥으로 만들어준다. 즉흥 바이브를 위해서는 어쩌면 실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재즈는 그릇이 참 크다. 누군가의 허물을 덮어주는 걸 넘어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어주는 넓은 아량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좌절한다. 그리고 본인조차도 자신을 용납할 수 없어 절망에 빠진다. 하지만 절망에 멈추어있다간, 우리 삶의 발걸음은 앞으로 내디딜 수 없다. 마치 패닉이 온 연주자로 모든 연주의 흐름이 중단되는 것 처럼. 


영화 <키싱부스>에 나오는 대사를 곱씹어보면 마치 재즈가 연상된다.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대처하는 자세에서 그 사람의 참모습을 볼 수 있는 법”



 실수를 어떤 식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의 흐름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 실수를 최고의 순간으로 만드느냐, 그저 패닉의 시발점으로 만드느냐로 말이다. 


더욱이 현실에 갇혀서 그 허점을 극복하려 하면 오히려 힘이 들기만 하고, 정답이 보이지 않게된다. 게다가 실수를 마주한 당장의 순간에는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고 부정적인 감정이 치밀어 올라, 패닉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최선의 방법으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감정에 솔직해지고 추스리는 게 우선이다. 어떨 때는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힘을 뺄 필요도 있다. 각자마다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겠지만, 실수를 최고의 매력으로 바꿔주는 재즈가 어쩌면 힐링이 되어줄 수도 있겠다. 

다가오는 가을, 치열하고도 재치있는 연주가 흘러나오는 재즈바에서 삶이 충전되는 경험을 해볼 수 있길 바란다. 







최고의 실수를 찾아서!

: 재즈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재즈바 큐레이션


            




house of blue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9길 6 지하1층


화사한 네온사인 뒤에 은은한 분위기를 풍기는 재즈바. 

서양의 클래식하면서도 빈티지스러운 감성을 담아낸 공간에서 재즈의 가득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house of blue









            




dido jazz lounge

� 서울 광진구 자양로18길 56 지층 디도재즈라운지


사람들이 많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는 다른 재즈바와 달리 테이블 세팅이 좋아 느긋하게 재즈를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바. 

분위기가 좋아 특별한 기념일에 소중한 누군가를 한 번쯤 데려가고 싶게 만든다. 

dido jazz lounge











            



Entry55


�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8길 60 B101호


� 서울 동작구 동작대로1길 18 B-102


사운드 퀄리티, 음식&주류, 분위기 모두 완벽해 방해받지 않고 온전한 재즈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연주 사이사이에 들려주는 밴드에 대한 소개, 뒷좌석을 위해 설치된 스크린은 섬세한 배려가 느껴진다.

재즈와 더불어 모든 요소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재즈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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