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호박을 지키는 일_1인 출판사 대표의 밤_02

출간 후원 프로젝트 공개를 하루 앞두고

by 김하녹 Ha Nok Kim

"번아웃이 왔을 때 관성적으로 계속 목표를 향해 노력했지만, 노력의 질은 좋지 못했어요. 노력과 갓생을 신성시하는 사회에 살면서, 제대로 노력하지 못하는 제 모습에 실망을 많이 했었습니다. 제 노력이 가짜 같았어요. 하지만 가짜라는 게 있을까요?...(중략)... 자기를 가짜라고 비하할 만큼, 인간은 가짜일 수가 있을까요?"*


-

'나는 가짜야.' 방금 전까지 머리를 박박 긁고 싸매던 이는, 구글 문서함을 열었다가 마주한 글 앞에서 쿨쩍, 콧물 섞인 눈물을 살짝 훔쳤다. 책을 만드는 데, 어떤 자격이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자격을 내가 갖고 있는지 스스로 계속 되묻게 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기획, 교정교열 및 편집, 표지 시안 디자인, 북펀딩용 리워드 디자인, 계약서 작성(법무)및 검토, 북펀딩 상세페이지 및 출판사 홈페이지 개설, 마케팅, 피드백... 등등, 1인 출판사는 스스로 바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마구 움직이다 보면, 어느샌가는 비탈길을 구르고 있다. 분명히 다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는 새 놓치는 부분이 생긴다. 탄식이 절로 나온다. 몸을 열개로 쪼개고 싶다. 길이 없으면 삽을 들어 길을 내야 한다. 포크레인을 부를 정도의 예산은 아직 없다.


영혼을 볼 수 있다면, 지금의 내 영혼은 곧 출간될 책에 망령처럼 들러붙어 있을 것이다. 눅진하게 지쳐 늘어진 채로. 그리고 내 영혼만이 아닌, 함께 달려온 작가 10명의 영혼도 옹기종기 모여 한데 담겨있을 터.


우리의 노력이, 마음이, 결과가 가짜일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금 일어서 달릴 용기가 났다. 묘한 일이다. 책을 만드는 일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하면서도, 책 속의 문장으로부터 위로와 확신을 얻는다니.


모든 글이 영혼을 가진, 살아 숨 쉬는 무언가처럼 끊임없이 내게 말을 건다. 내게 들리는 이 목소리가, 더 많은 이에게 닿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한번 북펀딩 상세페이지를 점검하기 위해 노트북을 켠다.


*『가짜 플라스틱 야자수』_ 문파란 작가님

인터뷰 中 발췌


『가짜 플라스틱 야자수』_ 문파란 작가


...(중략)


빵-빠방-

지나가던 자동차가 경고하는 듯이 경적을 울렸다.
그 소리에 둘은 최면에서 빠져나온 듯했다.

“우리 자살하려는 사람들처럼 보였나?” 수빈이 자기가 말해놓고 자기가 빵 터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모습이기는 해.”
“하하하.” 진심인 듯, 과장된 연기인 듯, 수빈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웃음이 잦아들고, 수빈은 은지에게 말을 건넸다.
“……사실, 나, 네 노력이 가짜라고 생각 안 해. 너 살아있잖아.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가진 힘을 다 쓰고 있는 거잖아. 남은 힘은 한 줌인데, 그 안에서 너 노력한 거잖아.”
“나는…….” 은지는 수빈의 말을 부정하려다가 마음을 바꿨다.
“네 편 해줄게. 네가 믿는 정의를 위해 네가 싸울 때.”
“고마워.” 억눌린 목소리로 고마움을 표하고, 수빈은 울음을 터뜨렸다. 난간을 꽉 붙들고 애써 참아온 눈물을 흠뻑 쏟아냈다. 은지도 눈물을 훔쳤다.
수빈이 조금 진정이 되고, 은지가 물었다.
“너 아까 술집에서 가짜 야자수 봤어?”
“봤지.”
“우리 진짜 야자수 보러 가볼까?”
“어디로?”
“몰라. 바다는 아쿠아마린 색인 그런 데겠지.”
“돌아와서 뭐 할 거야?”
“돌아와서……돌아와서…….” 은지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은지의 말을 수빈이 완성했다.
“돌아와서 그때 다시 생각해 보자.”


...(후략)



문파란 작가님의 더 긴 이야기는,

『마주치면 돌이 되는』 텀블벅 프로젝트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11월 28일 목요일, 오전 10시 공개.
지금 미리 보기에서 알림 설정해주세요.
텀블벅 링크: https://airbridge.tumblbug.com/ahn246k


빵과 장미와 나비 출판사 : https://inkrebelbrc.imweb.me/

인스타그램 : @inkrebels_brc

@hanokdrawdreams



작가의 이전글굴러온 호박을 지키는 일 _1인 출판사 대표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