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호박을 지키는 일_1인 출판사 대표의 밤_ 04

기꺼이 비밀을 나눈 공범이 되고 싶은, 모난 여성들의 광기

by 김하녹 Ha Nok Kim


"사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가 자백하고 싶은 속내를 한 조각씩은 품고 산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멀쩡한 사회인을 연기하면서 살아가는 연기자라고 생각하고요. 다만 그 한 조각을 내어놓아도 되는 사람이나 공간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는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주치면 돌이 되는』수록작 <자백> 정주리 작가 인터뷰 中 발췌




첫 장을 여는 순간부터 나는 제이와 케이의 공동정범이 된다. 납작하지 않은 여성이 모난 모습으로 지면을 종횡무진 가로지른다. 정신없이 그 발자취를 좇다 보면 호흡은 가빠지고, 심장은 미친 듯이 두근거리다 마침내 돌이 되는 문장을 만나 환희에 젖는다. 서로의 욕망과 광기를 추동하는 두 여성의 서사에 함께 지독하게 얽히고 싶다. 기꺼이 비밀을 나눈 공범이 되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기꺼이 그 서늘한 공모에 가담하게 되리라 확신한다.




『마주치면 돌이 되는』수록작 <자백>_정주리 작가


(중략)


막힘없이 이어지던 이야기는 기나긴 사건 경위를 지나 이제는 유현수의 시신이 어디 있는지를 고백할 타이밍이었다. 내가 본 이래 처음으로, 케이가 입을 다물었다. 족히 몇 시간은 흐른 듯 느껴지는 몇 분간 케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케이는 까만 눈으로 나를 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문재 형사도, 김은주 형사도, 나조차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케이는 주위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았다. 자신이 가진 그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곤 했다. 이번에도 그랬다. 케이는 그 찰나를 충분히 만끽한 뒤, 선심 쓰듯 입을 열었다.


"유현수는, 학교 뒷산에 있어요."


-


유현수는 빠르게 발견됐다. 그 커다란 몸뚱이가 몇 개로 나뉘어 묻혀 있었다. 케이는 덤덤하게 현장검증을 했고, 케이의 요청에 따라 나도 얼마간 떨어진 거리에서 그것을 보고 있었다. 케이는 틈틈이 내가 자리를 잘 지키고 있는지, 자신을 보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케이는 없는 꼬리라도 흔들 것처럼 활짝 웃었다.

기자들이 그 얼굴을 열정적으로 찍어댔다. 나는 이마를 짚고 한숨을 쉬었다. ‘저러면 기사가 어떻게 나가겠어, 저 바보 같은 게. ‘케이는 늘 나에게 맑다고, 눈치가 없다고, 착하다고 했지만, 나는 늘 그런 케이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케이. 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케이 관련 기사를 검색했다. 기자들은 역시 빨랐다. 케이의 맑게 웃는 얼굴을 크게 띄우고, 성급하게 적었는지 서너 줄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기사 제목은 너나 할 것 없이 자극적이었다.


[ '기역대 살인사건' 용의자 케이의 미소… 남녀 갈등, 이대로 괜찮은가?]

["남자가 그냥 싫어서 ", 토막살인 女 케이의 섬뜩한 미소]

["남자가 싫었다" K대 토막살인녀의 순진한 얼굴에 가려졌던 핏빛 미소…

사형 가능할까?]


(후략)





[ 마주치면 돌이 되는 북토크 공지] : 우리는 기꺼이 공범이 되기로 했습니다.



정주리 작가님의 <자백>이 던지는 서늘한 매력, 그 너머의 이야기를 직접 마주할 시간입니다. 이토록 매혹적인 범죄(?)에 가담하실 독자분들을 3월 21일 마포중앙도서관으로 초대합니다.


현장에서 책을 펼쳐보는 순간, 당신도 이미 이 위험하고 아름다운 서사의 공범이 되어 있을 겁니다. 도서관 규정상 현장 판매는 진행되지 않으나, 여러분의 가슴을 뛰게 할 특별한 'QR코드 뽑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어떤 문장이, 어떤 혜택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 은밀한 공모에 가담하기 (직판 폼 링크): https://witchform.com/payform/?uuid=BMLTTYFP4M

✔︎ 북토크 <마주치면 돌이 되는> 참석 신청: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dyTeQ5xJZumd7Kh-95J5WMIlZRj8aOAECdPRQQxOD8f5iNOw/viewform

*일시: 2026년 3월 21일 (토) *장소: 마포중앙도서관 6층 세미나실 오후 3시-5시


빵과 장미와 나비 출판사 : https://inkrebelbrc.imweb.me/

인스타그램 : @inkrebels_brc

@hanokdraw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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