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혐오의 공기 속에서, 사라진 동료와 그 자리를 대체한 기술
* 『마주치면 돌이 되는』 수록작 <퍼펙트윙클럽> 김지민 작가 인터뷰 中 발췌
품에 가득 안기던 소중한 동료가 작은 봉안함 안에 잠들어있다. 내게 말도 건네지 못한 채 삶을 등지고 영면을 선택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명백한 혐오의 공기에 짓눌려서. 숨을 쉴 수가 없어서. 그리고 그 자리를 대체하는 AI 아이돌.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 무엇과 싸워야 할까? 이 소설은 그런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한다. 질문하게 만들고, 기꺼이 답을 찾아내고 싶은 이야기이다.
퍼펙트윙클럽, 퍼펙트윙클럽, Love, love, love.
트윙클럽의 데뷔곡, ‘퍼펙트윙클럽’과 함께 영상이 재생됐다. ‘케이팝 백스테이지’라는 알록달록한 자막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스포트라이트가 자막 위로 화려하게 흩뿌려졌다. 백금발 머리의 여자가 장난스러운 웃음을 머금고 화면 가장자리에서 튀어나왔다. 여자의 눈가에 붙은 조그만 보석들이 움직임에 맞추어 반짝였다. 여자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발랄한 손동작과 함께 공식 인사말을 외쳤다.
“퍼펙트윙~클럽! 안녕하세요, 트윙클럽의 휘경입니다!”
케이팝 백스테이지는 매주 월요일에 방영되는 음악방송, ‘케이팝 스테이지’의 출연자 대기실을 방문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의 웹콘텐츠였다. 휘경은 이 콘텐츠의 고정 MC였다. 이번 회차에서 방문할 대기실은 이번 주 컴백한 인기 아이돌 그룹, 트윙클럽의 대기실이었다. 멤버들은 아직 스타일링을 끝마치지 않은 상태였다. 메이크업을 마친 새벽이 화장대에서 일어나자, 휘경이 기다린 듯 새벽을 껴안고 마구 흔들었다. ‘막둥이를 향한 맏언니의 뜨거운 사랑’이라는 자막이 이글거리는 효과와 함께 나타났다. 활짝 웃는 휘경의 얼굴이 화면 중앙에 자리 잡았다.
새벽이 영상을 멈췄다. 모니터 화면 속 휘경의 시간은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새벽은 휘경의 웃는 얼굴을 마주한 채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새벽은 휘경이 저 눈웃음을 짓는 법을 영원히 잊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휘경의 기일이었다.
-
휘경은 아직도 작은 네모 칸을 벗어나지 못했다. 봉안 안치단 유리에 새벽의 얼굴이 비쳤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도 바싹 말라버린 눈동자와 건조한 입술이 보이는 듯했다. 회색기가 감도는 탈색모가 검은 자연 모에 밀려나 미련처럼 애처롭게 남아있었다.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을 마친 새벽이 선글라스를 벗고 마스크를 내렸다. 휘경은 밝은 조명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활동 중에 점점 야위어 가던 휘경은 이제 좁디좁은 봉안함에 들어가 있었다.
새벽은 영상 속 휘경이 자신을 품에 안았을 때의 촉감을 떠올렸다. 새벽의 키가 컸기 때문에 휘경이 거의 매달린 모양새였지만 품은 분명히 따뜻했다. 새벽은 두 팔을 벌려 생전 휘경의 몸을 품듯 허공을 감쌌다. 팔을 벌린 폭에 비해 봉안함은 몹시 비좁고 차가워 보였다. 봉안당 복도 끝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후략)
김지민 작가님의 <퍼펙트윙클럽>이 우리에게 던진 묵직한 물음. 그 답을 혼자가 아닌 함께 찾아가고 싶은 독자님을 3월 21일 북토크로 초대합니다. 명백한 혐오 속에서도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지켜나가려는 분들의 발걸음을 기다리겠습니다. 당일 현장에서는 오직 참석자분들만을 위한 특별한 'QR 혜택 뽑기'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 『마주치면 돌이 되는』 직판 폼: https://witchform.com/payform/?uuid=BMLTTYFP4M
✔︎ 3월 21일 북토크 초대장: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dyTeQ5xJZumd7Kh-95J5WMIlZRj8aOAECdPRQQxOD8f5iNOw/viewform
*일시: 2026년 3월 21일 (토)
*장소: 마포중앙도서관 6층 세미나실 오후 3시-5시
빵과 장미와 나비 출판사 : https://inkrebelbrc.imweb.me/
인스타그램 : @inkrebels_brc
@hanokdraw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