옭아맨 사슬을 벗어던지는, 울퉁불퉁하고 통쾌한 목소리
* 『마주치면 돌이 되는』수록작 <악귀를 모신 제사> 이지현 작가 인터뷰 中 발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주는 작가와 작품을 만난다면 이런 기분일까? 거칠고 모난 문장, 신선한 소재, 가부장제에, 권위에 거침없이 도전하는 솔직한 목소리. 빵과 장미와 나비 출판사가 '거칠고 모난, 울퉁불퉁한 여성 서사'를 선발하겠다는 건 거짓이 아니었기에, 그런 서사를 만난 순간 내내 막혀있던 숨통이 탁 트이는 기분을 느꼈다. 자기 자신을 옭아맨 모든 사슬을 벗어던지는 여성 서사는 언제든, 어찌나 통쾌한지 모르겠다.
(중략)
항상 계집이라 재수가 없다며, 나를 때리던 할아버지가 쓰러진 곳을 잘근잘근 밟았다. 발로 바닥을 비비고, 대문을 밀었다. 텔레비전을 던져도 열리지 않던 대문은 쉽게 열렸다. 나는 맑게 갠 하늘을 바라보다 밖으로 뛰어나갔다. 몸에 튄 피와 밤새 엉겨 붙은 머리가 바람에 휘날렸다. 근처 버스정류장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처음으로 자유를 느꼈다.
나를 옭아매던 모든 줄은 이제 힘을 잃었다!
나는 울지 않는 방법을 일찍 깨쳤다. '계집이 울면 재수가 없다.'라며, 내가 울 때마다 뒤통수를 때리던 아빠와, 그런 아빠를 방관한 엄마. 그래서 나는 팔이 부러져도 울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나를 억압하는 모든 것들이 사라진 이 순간만큼은,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달려 버스 정류장에 다다랐다. 아직 버스도,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나는 옆집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다가와, 내 꼴을 보고 기함하기 전까지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울었다.
“시상에! 계집애가 꼴이 그게 뭐냐?!”
할머니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그래, 나는 ‘계집’이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 이상, 할머니의 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저 웃음만 나왔다. 나는 18년 인생 처음으로 소리를 내어 웃었다.
나는 살아남았어!
우리를 억압하던 모든 낡은 것을 비웃으며, 마침내 소리 내어 웃게 된 <악귀를 모신 제사> 속 그 울퉁불퉁한 목소리를 직접 마주할 시간입니다. 세상의 잣대에 굴하지 않고 살아남은 우리들의 통쾌한 해방 일지에 동참하실 분들을 3월 21일 마포중앙도서관으로 초대합니다. 당일 현장에서는 오직 북토크 참석자만을 위한 '비밀의 뽑기 통 QR코드'가 여러분의 발걸음을 더욱 짜릿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일시: 2026년 3월 21일 (토) 오후 3시-5시
*장소: 마포중앙도서관 6층 세미나실
인스타그램 : @inkrebels_brc
@hanokdraw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