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호박을 지키는 일_1인 출판사 대표의 밤_ 08

옭아맨 사슬을 벗어던지는, 울퉁불퉁하고 통쾌한 목소리

by 김하녹 Ha Nok Kim

“이 작품의 폭력은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한 묘사가 아니라,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알아차리지 못한 언어의 폭력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입니다. 결국 그 속에서 여성 인물이 어떻게 자신을 회복하고 다시 언어를 되찾는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 『마주치면 돌이 되는』수록작 <악귀를 모신 제사> 이지현 작가 인터뷰 中 발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주는 작가와 작품을 만난다면 이런 기분일까? 거칠고 모난 문장, 신선한 소재, 가부장제에, 권위에 거침없이 도전하는 솔직한 목소리. 빵과 장미와 나비 출판사가 '거칠고 모난, 울퉁불퉁한 여성 서사'를 선발하겠다는 건 거짓이 아니었기에, 그런 서사를 만난 순간 내내 막혀있던 숨통이 탁 트이는 기분을 느꼈다. 자기 자신을 옭아맨 모든 사슬을 벗어던지는 여성 서사는 언제든, 어찌나 통쾌한지 모르겠다.




『마주치면 돌이 되는』수록작 <악귀를 모신 제사>_이지현 작가


(중략)


항상 계집이라 재수가 없다며, 나를 때리던 할아버지가 쓰러진 곳을 잘근잘근 밟았다. 발로 바닥을 비비고, 대문을 밀었다. 텔레비전을 던져도 열리지 않던 대문은 쉽게 열렸다. 나는 맑게 갠 하늘을 바라보다 밖으로 뛰어나갔다. 몸에 튄 피와 밤새 엉겨 붙은 머리가 바람에 휘날렸다. 근처 버스정류장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처음으로 자유를 느꼈다.


나를 옭아매던 모든 줄은 이제 힘을 잃었다!


나는 울지 않는 방법을 일찍 깨쳤다. '계집이 울면 재수가 없다.'라며, 내가 울 때마다 뒤통수를 때리던 아빠와, 그런 아빠를 방관한 엄마. 그래서 나는 팔이 부러져도 울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나를 억압하는 모든 것들이 사라진 이 순간만큼은,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달려 버스 정류장에 다다랐다. 아직 버스도,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나는 옆집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다가와, 내 꼴을 보고 기함하기 전까지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울었다.

“시상에! 계집애가 꼴이 그게 뭐냐?!”

할머니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그래, 나는 ‘계집’이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 이상, 할머니의 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저 웃음만 나왔다. 나는 18년 인생 처음으로 소리를 내어 웃었다.


나는 살아남았어!




[공지] 옭아맨 사슬을 끊어낸, 가장 통쾌하고 벅찬 해방의 자리로



우리를 억압하던 모든 낡은 것을 비웃으며, 마침내 소리 내어 웃게 된 <악귀를 모신 제사> 속 그 울퉁불퉁한 목소리를 직접 마주할 시간입니다. 세상의 잣대에 굴하지 않고 살아남은 우리들의 통쾌한 해방 일지에 동참하실 분들을 3월 21일 마포중앙도서관으로 초대합니다. 당일 현장에서는 오직 북토크 참석자만을 위한 '비밀의 뽑기 통 QR코드'가 여러분의 발걸음을 더욱 짜릿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 사슬을 벗어던진 이야기, 먼저 만나기 (직판 폼 링크): https://witchform.com/payform/?uuid=BMLTTYFP4M

✔︎ 북토크 <마주치면 돌이 되는> 참석 신청: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dyTeQ5xJZumd7Kh-95J5WMIlZRj8aOAECdPRQQxOD8f5iNOw/viewform

*일시: 2026년 3월 21일 (토) 오후 3시-5시

*장소: 마포중앙도서관 6층 세미나실


빵과 장미와 나비 출판사 : https://inkrebelbrc.imweb.me/

인스타그램 : @inkrebels_brc

@hanokdraw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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