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여정의 원동력은 '사랑'이었습니다
*『마주치면 돌이 되는』수록작 <광인> 김하녹 작가 인터뷰 中 발췌
본업인 화가로서 타인을 응시하던 사랑이 글이 되었고, 그 글들이 모여 다른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는 그릇이 되었습니다. 마주치면 돌처럼 굳어버릴 만큼 발칙하고 솔직한 목소리들을 한데 모으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사랑은 평온한 감정이 아니라, 함께 금기를 깨부수는 공모(共謀)이자 서로를 지키기 위한 투쟁입니다. 이것을 '자매애'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서로를 살게 하는 지독한 필연'에 더 가깝습니다.
우리는 종종 '운명'이나 '환경'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 무력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현의 손목에 새겨진 멍 자국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생생한 박동이 돌아왔듯, 우리를 억누르는 어떤 낙인도 결국 우리 안의 뜨거운 생명력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내 삶의 주인이 나라는 감각, 내 손목을 타고 흐르는 이 뜨거운 박동을 믿으세요. 독자분들도 소설 속 현처럼, 자신을 믿는 마음으로 자신만의 각본 없는 무대를 당당히 걸어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중략)
짙은 나무 향과 묵직한 목탁 소리는 현의 불안을 잠시 잠재워 주었다. 아끼는 이의 머리를 빗어내리듯, 마당을 정성스레 쓸고 있는 승려의 뒷모습을 현은 가만히 바라보았다. 비탈길을 올라 굽이굽이 굽은 골목을 통과하면 자리잡고 있는 작은 사찰. 온 몸이 흠뻑 땀에 젖어 마른 숨을 몰아쉬는 현을, 현문사의 승려는 말없이 안으로 들여 보내 주었다. 마른 가지취를 너른 솥에 넣고 뭉근하게 끓이는 냄새가 사찰을 가득 채웠다. 가지취 내음을 가득 들이마시고 뱉으니, 내내 뒤틀리던 속이 조금은 가라앉는 듯 했다. 마당 한 구석에는 방금 끼니를 배불리 먹은 고양이 가족이 햇볓 아래에서 오수를 즐기고 있었다. 입구를 지나 돌계단을 오르니, 작은 법당이 보였다. 현은 법당의 문턱에 걸터앉은 채, 법당 안의 불상을 향한 기도를 올렸다. 사실상 기도라기 보다는 독백에 가까웠다. 이마 끝에 송골 괴인 땀이 입술을 따라 흘러내렸다. 땀이 아닌 다른것일까.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간절한 소망과 의지가 닿길 바라며, 일각의 시간에 영원의 진심을 담아 토해낸다. 어디선가 목탁 소리가 들려왔다. 손에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던 승려는, 어느새 현의 먼발치에서 조용히 목탁을 두드리며 현과 함께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 작은 배려에 지친 마음을 기대니, 기댈 곳 없던 이의 마음은 바람을 따라, 목탁 소리를 따라, 멀리, 더 멀리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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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연아, 지금 가는 길이야. ]
[ 조심히 와! 오면 같이 저녁 먹자. ]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 현은 손에 쥔 염주의 구슬을 손가락으로 알알히 굴려보았다. 묵직한 염주의 무게가 불안한 현의 마음을 땅에 정박시켰다. 연화 스님의 선물이었다.
“모든 이의 안에 이미 부처가 있습니다. 그대 안에 있는 고귀한 마음을 믿으십시오.”
(후략)
굴러온 호박을 지키기 위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던 1인 출판사 대표의 밤. 그 밤이 모여 마침내 단단한 책 한 권이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믿고 당당히 걸어 나갈 여러분을 위해, 3월 21일 북토크라는 든든한 아지트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현장에서는 특별한 혜택이 담긴 '뽑기통 QR 이벤트'로 여러분께 즐거움을 선물할 예정입니다. 각자의 궤도를 돌다 마주치게 될 그 기적 같은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인스타그램 : @inkrebels_brc
@hanokdraw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