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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nzlerin Feb 10. 2020

독일의 싱글 부모는 잘 살까?

힘듦에 무게를 매기지 않는다

한국에서의 아이 낳고 키우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누이가 알고 매부가 안다. 현세대의 노력의 부족을 지적하는 일부 어르신조차도 한국에서의 자녀 계획에 대한 현실적 어려움은 공감하고 동감하는 것 같다 (라고 믿는다). 나는 아직 직면하지 못한 어려움이지만 국가 정책이 필요한 정도가 한참은 지났다는 것은 안다. 그리고 국가 정책의 한계 상 기다림이 불가피하다는 것도 안다. 아마 국민이라면 이 정도쯤은 다 알 테다. 나까지 의견을 얹을 필요도 없거니와 식상하지 않은 의견이 나에게도 없다.


다만 독일의 경우 육아의 체험이 어떤지는 간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육아가 힘드니 싱글 가정의 육아는 더 힘들 것이며 오늘의 기사는 싱글 엄마의 수입 설명서다. 그녀의 나이는 27세, 월수입은 1251유로다 (현 시각 163만 원)


저는 나 자신이 애였을 때부터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여동생이 5살 반이나 어렸는데 제가 많이 돌봐야 했어요. 자주 재우고 깨우고, 생일파티를 준비하고, 하교 후에 유치원에서 데려오곤 했죠. 동생은 좀 연약했는데 저는 키도 컸고 열두 살 때부터 나이치고 성숙했어요. 길거리를 가면 엄마와 딸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때부터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꼈죠. 


15년 후 석사 대학원생이 되고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던 중, 하룻밤의 만남 때문에 갑자기 혼자 배가 불러오는 상황에 처했어요. 충격을 받아들이는 게 좀 걸렸죠. 하지만 아이를 가지고 싶은 간절한 바람은 이뤄졌죠. 


순진하게 들리지만, 싱글 엄마가 될 거라는 깨달음이 온 순간, 이 정도는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나 지금이나 가장 문제는 저와 제 딸을 위한 벌이를 혼자서 감당하는 것이죠.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준비할게 태산이었어요. 부모 보조금, 기본 보조금, 육아 보조금. 사범대에서 국어 및 생물학 교육 석사를 하는 도중에도 계속 광고회사에서 편집자 및 감수자로 일했어요. 사실은 이전 연도의 평균 연수입의 65%를 국가에서 줘요. 그런데 저는 임신 중에 자주 아팠어요. 병가를 낸 시간은 국가 보조금 정산 때 수입이 없는 것처럼 쳐요. 연수입의 50%라도 받기 위해서 출산 직전까지 일해야 했어요. 부양비는 없었어요. 하룻밤 만난 거라서 아빠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아동 복지국이 부양비 가불을 준비 중에 있지만 처리기간이 14개월 내지 30개월이에요. 


출산 때 문제가 생겼는데 출산하고 난 후에야 발견됐어요. 신생아 딸과 저는 병원에 몇 주간 머물러야 했어요. 생사를 오가던 그 기간에 원래는 각종 지원서를 작성해야 했었는데요. 퇴원하고서야 지원금 절차를 챙길 수 있어서 지불이 정체됐어요. 파트너가 있다면 그런 서류 처리를 해주었겠죠.   


부모 보조금과 자녀 보조금을 합해서 작년에 월 870유로를 수령했어요 (현 시각 113만 원). 삶이 가능한 금액이지만 허리띠를 조금은 졸라매야죠. 몇 달 전에 딸이 수령하는 기본 보조금도 추가됐는데 383유로예요 (현 시각 50만 원). 제가 수령할 보조금은 아직 해당이 안되는데, 아직 대학생이라 그래요. 다음 학기에는 휴학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기존 보조금이 합쳐서 995유로가 돼요 (현 시각 130만 원). 대신 부모 보조금인 660유로가 곧 중단되는데, 딸이 한 살이 되어서 적용이 더 이상 안되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총 1200유로는 되니까 (현 시각 156만 원) 그 정도로는 살림을 잘 꾸릴 수 있어요. 더 큰 아파트로 이사도 가능해지죠. 둘이 살기에 35제곱미터는(10평)은 슬슬 좁아요. 부엌 바닥 말고도 놀 공간이 딸에게 필요해요. 


가족의 지원이 딱히 없지만 대신 친구들이 서로 지원해줘요. 출산 직후 일어나지 못할 때 친구 두 명이 병원으로 왔어요. 신생아이던 딸을 챙겨 주고요. 지금도 정기적으로 친구들이 찾아와서 단절된 기분은 전혀 든 적 없어요. 제 친구들이 제 두 번째 식구와 같아요. 제 인생에 참여하기를 선택한 사람들이죠. 


작년에는 장염이 심하게 걸려 새벽 네시에 딸을 돌보지 못하겠다고 깨달았죠. 그래서 친구 여섯 명에게 긴급 문자를 보냈어요. 그 날 아침 친구가 딸을 두 시간 봐주고, 나중에는 지인이 6시간을 맡아줬어요. 평소에는 일주일에 3-4시간을 친구들이나 친구의 어머니께서 애를 봐줘요. 돌이 지나면 딸이 하루에 몇 시간 보육원에 갈 거예요. 그러면 제 일을 저녁이나 낮잠 시간이 몰아서 할 필요가 없어지죠. 


여가시간이란 육아 기간에 우스갯소리 같은 거죠. 딸이 자는 모든 시간을 뜻하는데요, 저녁 7시쯤부터 제가 취침할 때까지, 혹은 낮잠 한 시간 반 정도요. 그때 쉴 수는 없고 업무를 처리해요. 생일 선물을 준비하거나 관청 서류 작성, 이사 준비. 일부러라도 쉬려 하는데 드라마를 틀어 놓거나 커피를 마셔요. 일기장도 써요. 좀 힘든 일이 있을 때는 글로 적어서 제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 도움이 돼요. 


아이들에 대한 정보 수집에도 시간을 많이 쏟게 되는데요, 주의사항이나 교육 같은 거요. 원래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사범대도 간 거지만. 지금 같은 경우는 아이용 겨울 신발이 최대 관심인데, 인터넷 중고시장 사이트에서 매일 몇 시간을 찾기도 해요. 새로 구입할 필요 없게. 


저희 조부모님은 제가 결혼했더라면 안정적으로 살았을 거라고 오래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제 본인의 잘못이라고 하셨죠. 요즘에는 제 임신기간만큼 엄하진 않으세요. 제가 딸과 얼마나 행복한지 보시니까요. 제 상황을 얘기하면 무엇보다 동정을 많이 받아요. 놀이터에서 만난 엄마들이 저보고 육아 중에 좀 쉬기도 해야 하는데 절대 혼자서는 불가능했을 거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그럴 때 그냥 혼자 생각하죠. 당연히 돼지, 어쩔 수 없다면, 라고요. 


싱글 엄마인 게 다행일 때도 있어요. 제가 아는 어떤 엄마들은 일상적 스트레스에 더해서 가정 불화까지 있어요. 남편이 둘째 아이 같다고도 하고요. 저는 그런 문제는 없어요. 아이 이름 같은 결정도 논쟁 없이 직접 할 수 있고요.


임신하기 전에는 아이가 6개월이 되면 다시 일하러 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기분도 들어요. 혼자서 매일 24시간 혼자 책임지지만 않는다면요. 제 졸업 논문도 몇 개월 후 제출해야 하고요. 


3월부터는 광고회사에 복직해요. 그때가 되면 딸이 하루 종일 보육원에 있으면 좋아요. 장기적으로는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싶은데 그전에 실습 기간이 몇 년 걸려요. 시간표를 자세히 짜지 못했어요. 아직은 진로 계획에 몰두하기 어려워요.


그저 뒹굴거리는 것이 당연히 그리워요. 제 자신을 좀 더 챙기는 것도요. 사우나에 가서 유리창을 통해 애를 봐주시는 분을 계속 쳐다볼 필요도 없이요. 파트너가 있을 때의 든든한 감정과 장점도 그립고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제게 중요한 부족함은 없다고 생각해요. 


댓글란을 읽어보니 주로 아내가 있는 남자들이 존경을 표하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알고 보면 병원에 사회 복지사가 있어서 보조금 지원서 작성 같은 업무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독일 여자는 강하다. 하지만 한국 여자도 장난 아니게 강하다. 동양 여자가 체구가 작고 얼굴이 앳되다 보니 서양에서 몰라볼 때가 있지만 우리는 자신의 실체를 알지 않는가. 강함의 성격이나 결이 조금 다른 면은 있지만 그건 문화적 차이 때문이고 본질적으로 못할 일이 없다. 국가가 필요시와 평상시에 잘 보조해주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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