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변화를 가속하는 방법
코로나에 이어서 또 마음 아픈 일이다. 텔레그램을 통한 디지털 성범죄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고 짧은 심사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국내 신문 기사에 의하면 청원의 주요 요구사항은 텔레그램 해외 서버 수사, 디지털 성범죄 부서 신설, 강한 처벌을 위한 양형기준 재조정 이렇게 세 가지를 포함한다.
디지털 국민 청원의 제도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취합해보면 당연히 효과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남용될 수도 있음을 반증하는 여러 예시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도 누가 조사해주거나 국가에서 입법 상관관계 통계를 내면 좋겠다). 청원 제도의 의도는 참여정치의 차원을 표방하는데, 입법으로 이어지는 성공률만이 성공의 척도는 절대 아니고 또 그래서도 안된다. 국민이 입법을 직접 조종하면 입법부가 필요 없지 않겠나. 그러니까 국민 청원 제도란 애초에 입법이 목적이 아닌 것이다. 가장 긍정적인 해석을 적용한다면 특정 이슈에 대한 관심을 깨우는 것이 되겠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청원의 경우처럼 요구하는 세 가지 (국제수사, 전담부서, 양형 강화)가 현재 공공 체제에 부족하다면 그 자체로 이슈가 될 자격이 있다. 고로 현 청원이 나랏님들의 탁상에 긴급 배달하고자 하는 사항은 사건 자체의 수사 말고도, 적어도 위의 세 가지 이슈를 함께 내포하는 셈이다.
이로서 이미, 우리가 아는 정치인들의 인지적 총량을 초과하고도 남는 양의 복합적 문제다. 정치인들이여, 이것은 칭찬이 아니다.
본 문제의 죄질이나 법률적 정의는 내 분야가 아니다. 반면 내 분야는 온라인 상의 악플, 언어 범죄, 상업적 플랫폼들이 개발하는 악플 걸러내기 필터에 대한 기술적 내지 법률적 한계들과 개선 방안의 연구다. 디지털 범죄에 대해서는 내게 일가견이 있기 때문에 정치의 반응이 굼뜰 수밖에 없을 거라는 예측을 한다. 디지털 언어 범죄 제지의 어려움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이를 정치의 무능함으로만 치부하는 것도 옳지 않다. 하지만 정계의 자발적 이슈 이해도가 느리면 느릴수록, 사회적 잡음 (여러 정치 이익집단의 시기적절한 프레임 전쟁, 그로서 증가하는 정보 및 통계 왜곡 및 유언비어의 위험) 그리고 사회적 장기 피해 (불신, 갈등, 트라우마)는 배가된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디지털 청원이라는 제도가 국민의 수요와 국가의 공급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공급이 미미할 경우 역효과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애초에 바꿀 수 없다면 허상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이러한 제도를 개방할 때, 해당 법률의 대중적 커뮤니케이션을 함께 제공하여 현실적 한계와 효과를 풀이하는 것이 어떨까. 실행하기 어렵겠지만 이 정도 각오 없이는 시작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독일의 경우,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까맣고 까만 블랙 코미디처럼, 어떤 경우에 법안 개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바로, 정치인의 아동 음란물 소지가 탄로 날 때이다.
이런 일이 절대로 없기를 바라지만 오늘의 기사는 그런 경우를 조명한다. 독일 국회가 2014년에 성범죄법을 개정한 사례다. 이부터 아동의 나체를 찍고 사진을 판매 및 교환할 경우 범죄를 행하게 된다. 독일 사민당원이 아동 음란물 소지 혐의에 처한 후, 검찰 수사를 받고 퇴출된 사건 중에 신속히 법안이 통과됐다. 우리가 익숙한 속도와는 비교도 안되게 빨리, 그리고 빠른 통과가 좋은 것일까에 대한 의문과 함께.
아동과 청소년이 이제부터 성착취 및 나체 촬영의 위협에서 더 보호될 전망이다. 국회가 그러기 위해 성범죄법을 강화했다. 원래 법무장관 (사민당)은 보다 포괄적인 법규를 지향했지만, 전문가 및 법률 정치인의 만류로 입결 바로 전에 수위를 낮췄다.
법안 개정으로 인해 국회는 전 사민당원 정치인 사건에도 반응하는 셈이다. 그는 음란물에 해당할지도 모르는 촬영물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혐의에 처한 후, 현재 아동 음란물 소지로 고소당한 상태다.
법률 강화의 또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은 성범죄의 유효성이 앞으로 길어진다는 것이다. "사이버 그루밍"의 수사 또한 강화된다. 이는 인터넷과 거짓 정보를 통해 어른이 아동과 교신을 시도하는 것으로서 아동이 성행위를 실행하도록 추구하는 행위이다.
야당은 비판적이었다. 법률위원회 대표 (녹색당)은 비록 "국회가 아동의 인권과 보호를 강화한 것은 칭찬할 일"이라고 했지만, 사민당-기민당 연정이 형법 상의 개인 인권에 대해 결정한 사항들을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비상식적인 사례들이 생겨나서 검찰이 수사하게 될 것입니다".
그녀는 이어서, 법안을 통과시킨 과정을 비판했다. 이토록 근본적인 변화들은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학자들도, 야당도 이토록 막대한 변화를 제대로 살펴볼 기간을 24시간조차 주지 않는다면 결과물이 괜찮을 리 없습니다."
맞는 말이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분주하면 안 되지 않을까. 그러니, 그럴 만한 여유가 없는 것도 문제이고, 이는 관심과 이해가 없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추가하자면 위의 비판점의 경우, 애매한 사례가 과도하게 발생하는 점을 주로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기사는 2014년에 전반적인 정보를 다루기에 일부 발췌, 번역한다:
독일에서 아동 음란물에 해당되는 것은?
형법에 의하면 아동의, 아동을 향한, 아동 앞에서의 성행위 묘사이며, 이는 사진이나 영상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묘사가 실질적 상황인지는 법적으로 무의미해서 만화나 소설 등의 배포도 독일에서 처벌받는다.
정확히 처벌받는 사항은?
확보, 소유, 배포의 모든 유형이 금지된다. 경찰 예방수칙에 의하면 인터넷을 통한 교환이든, 개인 컴퓨터에 저장됐든 상관이 없고 모든 유형이 금지된다. 이는 어떤 의도에서든 인터넷에서 아동 음란물을 찾아보는 행위에도 적용된다. 경찰을 돕기 위해 해당 자료를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범죄인 것이다. 고로, 제외되는 직업군은 예를 들어 포렌직 전문가나 일부 수사관이다.
수사가 어려운 이유는?
자료의 무수한 양이다. 바이에른 주만 해도 연간 6000건의 흔적이 인터넷 상으로 발견되고 이는 IP주소를 통해 혐의자와 연결될 수 있다. 독일의 가장 유능한 아동 음란물 수사자이던 인물은 2009년에 "불가능한 업무 환경"에 대해 울분을 터트리며 직분을 내려놓았을 정도다. 실제로 혐의 사례에 비해 전담부서의 인력 배정은 턱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 수사기관과의 협력은?
인물 교환은 인터폴을 통해 이루어지곤 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배급자가 탄로 나면 현지 기관들이 본 사건 외에도 고객 명단을 함께 수사한다. 이를 원천 국가별로 정리한 후 인터폴을 통해서 각국의 기관에 전달한다. 그 후에야 독일의 검찰 및 수사관들이 공급된 데이터를 판별하기 시작한다. [검거된 사민당원]의 경우에는 캐나다 경찰이 아동 음란물 조직을 수사하던 중에 대량의 자료를 찾아낸 사례다.
혐의 사례를 수사하기까지 왜 몇 년씩이나 걸리는 것이 허다한지?
인력 부족 말고도 수사가 매우 번거롭다. 특히 국제 교류가 부분적으로 시간을 과도하게 소요한다고 검찰은 얘기한다. 만약 신용카드 정보와 같이 독일 혐의자들에 대한 정보가 도착할 경우 그때부터 고생이 시작된다. 전수사가 중요한 이유는 졸지에 무고한 시민의 집을 수색하지 않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혐의자가 신용카드 사기를 당했고 직접 아동 음란물을 구매한 적이 전무할 수 있으니까. "이런 작업은 오래 걸릴 수밖에 없어요"라고 검찰은 말한다. "확실한 것은, 이런 걸 한 번 구매한 사람은 장기적으로 그럴 거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아동성애자이고, 앞으로도 아동성애자일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불거지는 온/오프라인 범죄의 영역과, 흑백 고로 악의 너무나 명백한 존재감과, 법안 내용의 품질에 따라 발생할 흑백 경계 사이의 무수한 잠재적 회색 영역과, 기술적 장벽까지 합해서 실로 복합적인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위의 터무니없는 사례를 보고 배울 것이 그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