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회만 인맥으로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다. 학연, 지연 등의 "한 번 지나오면 변경할 수 없는" 요소들이 한국에서 중요하다고 해서 부조리를 초래하기도 하지만, 인맥이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모여서 사회를 이루는 어느 나라에도 마찬가지다. 신기한 규칙성이고 당연한 섭리다. 그래서 한국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인맥은 중요하다. 아예 쾰른과 그 부근 같은 지역에는 "인맥으로 뭉쳐서 나눠먹기"를 표기하는 단어가 따로 존재할 정도다.
오늘의 기사는 독일 상류 지도층 중 도움을 요청하는 고객과 가까이에서 교류해온 커리어 코치 두 명과의 인터뷰다. 오늘의 기사는 고위직이 무엇에 의존하는지를 들여다본다. 정치인에 대한 사례라서 특수하기는 하지만, 보편적 요소가 있다.
동료와 상사가 나를 갑자기 피한다면? 위기를 어떻게 거치고 직접 사퇴서를 내는 것이 나을 때가 언제인지? 오늘 만나는 직업 코치 두 명은 고위 경영인을 상담하는 일을 한다.
Q: 독일 최대 정당인 기민당에서 방금 당대표가 사임했습니다. 고객들에게 사임을 권하는 경우는 언제인가요?
A: 특히 누가 봐도 극명한 실수가 드러났을 때이죠. 예를 들어 박사논문을 표절했거나 불법 노동자를 도우미로 고용했다 쳐요. 이런 경우에는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한 후 사임하는 것 말고는 방도가 없어요.
Q: 사임한 기민당 대표가 고객이라면 사면을 권하셨을까요?
A: 아니요! 위기의 한가운데에서 사퇴하면 안 돼요.
Q: 그러면요?
A: 우선 위기를 견디어내야 해요. 저희라면 우선 모든 관련된 주요 결정권자와 대화하고, 신뢰를 회복하고, 지지자를 주위에 모으라고 권했을 거예요.
Q: 기민당 대표가 여성이기 때문에, 혹시 개인적 책임을 지는 것이 여성적 스타일인지를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토론했죠. 거의 동시간에 실수를 범한 자유경제당 대표는 꿈쩍도 안 했으니까요.
A: 아니요, 특정 패턴은 없어요. 여성의 경우 관심이 더 클 수는 있고 그걸 굳이 여성성과 연관시킬 수는 있죠. 남자도 자주 사임하고요. 사임에 대한 태도는 성별과 상관없어요.
Q: 지도층은 사임하기를 어려워하나요?
A: 다양하죠. 너무 빨리 사임하거나 권력을 놓지 못하는 경우가 다 있어요. 정치인보다 경영인이 사임하기 더 쉬운데, 정치인만큼 공개적 관심을 받지 않으니까요.
A: 정치인들은 훨씬 더 자주 공격받아요. 공격받으면 후퇴하는 성향이었다면 정치인이 되지도 않았죠. 적수의 비난뿐 아니라 위협과 모독까지 점점 더해지는 추세죠. 반면에 일리 있는 비판을 향해 둔해지지 않고 본인의 나침반을 잃지 않는 것이 매우 어려워요. 제삼자로서 판단하기에 더 쉬울 때가 있어요. 해고를 당할 거라는 것이나 여론이 등을 돌릴 것을 당사자가 깨닫기도 전에 외부가 먼저 알아챌 때가 많아요.
Q: 사민당 대표 의원의 경우에도 예측이 가능했나요?
A: 아니요, 저희 고객도 아니니까. 그런 원격 진단은 신빙성이 없고, 미디어가 아닌 본인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야 가능해요. 만약 저희의 고객이었다면 아마 예고했겠죠. 일반적으로 그런 일이 임박할 경우, 지도자의 지지층이 흔들려요. 해당 지도자를 가까이하기 꺼리기 시작해요. 미묘한 현상이죠.
Q: 매우 높은 위치를 포기했을 시에 왜 그냥 더 낮은 위치에서 일을 계속하지 않나요?
A: 지도층에 있었던 사람은 내려가기가 어려워요. 기민당 전 대표가 지금 보좌관이나 지방 의원실에서 일하기 시작한다면 신빙성이 없어요. 유명하니까 관심을 받겠지만 잘하고 있다는 인정은 어려울 수 있어요. 명예롭다고 생각하는 소수도 있겠지만, 수석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에 들어맞지는 않죠.
A: 경영인들도 그게 힘들어요. 더 이상 밑의 계층이 소속되지 않는 거예요. 승진으로 인해 사고체계, 문화, 실력까지 변했으니까요. 더 이상 한 분야의 전문인이 아니에요. 그랬던 적이 없을 수도 있고요.
Q: 사임 후에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한동안 쉬어야 해요. 실수를 인정했다는 사실이 신빙성 있어야 해요. 그러려면 자숙도 하고 어쩌면 배상도 필요해요. 만약 박사논문이 문제였다면, 일 년 쉬고 난 후 박사를 다시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Q: 승진하려 하는 지도층은 어떤 질문을 들고 오나요?
A: 다음 단계를 어떻게 열어야 할지요. 예를 들어 대기업 임원이 더 많은 오퍼를 원하거나, 연구소장이 국제적으로 더 유명해지기 원할 때요. 저희 고객들은 이미 매우 성공했고 더 성공하기 바라요.
Q: 그들은 왜 도움이 필요하죠?
A: 그런 사람들은 많이 일하고 실력도 뛰어나죠. 하지만 실력이 결정적이라는 건 커리어에 대한 최대 착각이에요. 출중한 실력은 기본이지만 위대한 커리어를 주도하는 건 좋은 인맥이에요. 그래서 고객들과 함께 고민하는 부분은 그들이 추천받고 발견되기에 이르는 좋은 분위기의 형성이에요.
Q: 어떻게 발견되나요?
A: 노출이 잘 되어야 해요. 레벨이 그쯤 되면 이력서를 들고 돌아다니진 않죠. 무엇을 대변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하고, 자신에 대해 말할 준비가 되어야 해요. 그런 후 카푸치노 만남을 제안해요. 파리로 날아가서 지인들에게 며칠 머물 거라고 말하고, 카푸치노라도 마시자고 제안해요. 일자리를 찾는다고 하지 말고, 본인 얘기를 하며 남의 얘기도 물어봐요. 그걸 꽤 오랜 시간 해요. 실제 일자리를 찾기 한참 전이 좋아요.
Q: 전통적인 네트워킹이네요. A: 바로 그게 아닙니다. 많은 사람을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소수의 영향력 있고 인간적인 사람들과 진정한 관계를 유지하는 거예요. 그들을 정말 안다고 할 수 있어야 하고, 공략도 해야 하고, 성탄절 카드도 보내야 하고, 오페라나 스타디움 공연 같은 초대도 해야 해요. 상류층 공동체를 가까이한다는 게 열쇠예요.
Q: 기업가의 세계에서 성탄절 카드나 네트워킹 행사가 부족하다고 느낀 적 없어요. 정말 서로 간의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고위 경영인들에게 힘든 일인가요?
A: 그럼요. 대형 컨설팅 회사 임원들의 경우 누가 대신해주기 때문에 이걸 잘 안 해요.
A: 공동체는 양도할 업무가 아니에요. 성탄절 카드 수천 개를 손수 쓰기 위해 산속으로 며칠간 사라지는 대형 컨설팅 회사의 창립자가 있는데, 이건 헛수고가 아니에요. 미리 인쇄된 카드에 대충 사인을 갈기는 것과 다르죠.
A: 작은 행동은 단기적으로는 이득이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전략이에요. 오늘날 상류 리그에 존재하는 유일한 안전이에요.
Q: 실업에 대한 안전이요?
A: 네. 실업은 뛰어난 업적에 상관없이 사람을 흔들어요. 공동체에 기반이 약해서 추천을 못 받는 경우 더 그래요. 대형 기업 임원을 상담한 적이 있는데, 그는 임원 대표와 사이가 안 좋아서 해고를 당한 후 공개 처형까지 당했어요. 그래서 오랜 시간 어울리는 직장을 찾지 못했죠. 그에게는 지나친 안전 의식에 빠지지 않도록 상담했어요. 자녀가 비싼 학교를 다니고 집도 아직 지불하는 중이라면 결국은 수입은 고정되지만 관심분야에서 다소 멀어진 직업을 그냥 선택할 위험이 높아져요. 그래서 그가 대변하는 분야는 무엇인지 긴 시간 상기시켜야 했죠. 결국 최고 경영인으로 새로 고용이 됐을 때, 감사함으로 인한 쇼크의 소화도 도와줘야 했어요. 안 그러면 거기서 또 실패했을 거예요.
Q: 심리적 안정에 대한 부분이 크네요. 지도층을 위한 영혼 상담사 같으신 건가요?
A: 절대 아니죠. 지식이 요지예요. 개인의 배경을 알아야 우리가 일할 수 있어요. 평생 부유하게 살아온 것과, 소박한 배경 출신인데 본인의 커리어와 부를 가족에게 숨기는 것은 큰 차이가 있어요. 부모와 형제와 비교되지 않는 성공을 거머쥐면 사람이 어쩔 줄 몰라해요. 어떤 사람들은 부모님이 사는 마을 입전에 기사를 돌려보내고, 작은 승용차를 빌려서 덜 부유해 보이려고 애써요. 이런 사람들에게는 가족과 다시 가까워지도록 돕죠. 이런 건 매우 개인적이죠.
Q: 고위 경영인은 성공 때문에 괴롭다는 건가요?
A: 모두가 그러진 않지만, 큰 성공은 쇼크를 초래할 수 있어요. 최근에는 고객 한 명이 갑자기 국제 기업의 최고 경영인이 됐어요. 심리적으로 소화해야 하기 위해 매우 촘촘히 상담하죠. 예를 들어 친구가 많은 사람이면, 내가 이제 시간이 없는데 어떻게 친구들을 유지하지? 같은 거요.
A: 많은 고객들은 자신의 성공이 가족을 괴롭히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해요. 아들이 왕따를 당하지 않게끔 어떻게 행동해야 하며, 아내를 어떻게 보호할지? 이러한 과정에서 종종 빠지지 않는 뉘앙스가 있는데, 내가 정말 이걸 받아도 되나? 난 그럴 만할 자격이 있나? 같은 의구심들이에요. 이런 질문들은 도움이 안 돼요. 대신 이렇게 생각해야 해요: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다. 내가 항상 원했던 곳에 와있다.
"감사함 쇼크"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나도 한때는 나를 채용해준 상사와 직장을 향해 "감사함 쇼크"를 품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전문인으로서 걸림돌이 된다. 전문인으로서 주관적으로 감별해야 하는 사항들을 "사명의식을 가지고" 혼자서 해결하려 한다면 문제가 생긴다. 나는 다행히 "감사함 쇼크"에서 알을 깨고 탈출했다.
대형 은행의 프랑크푸르트 지사에서 중견직으로 근무하는 동창도 인터뷰를 7회를 거쳤다고 한다. 그만큼 퇴사를 아깝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일종의 장치라고 한다. 힘들게 들어왔는데 나가기 아깝다고 생각하게끔 일찍이 세뇌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못해 먹겠을" 때에는 아무렴 다 상관없어지니 아주 회사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본인의 가치를 평가절하하지 말아야 진정성도 제대로 전달이 된다. 현재의 자리가 어디든 그 누구도 축소할 수 없는 본인의 알맹이가 모두에게 있다. 실패나 실업 등의 가장 심각한 여파는 이 알맹이가 흔들릴 때이다. 만약 이런 시절을 지나고 있거나 막 지나왔다면, 따듯한 봄은 반드시 온다고 믿길 바란다. 불가항력적인 사실에 대한 타당한 믿음이 잠시 휘청한 것뿐이니 말이다.
진정성이 없는 왕래를 즐거워할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결국 인맥이란 서로의 진정성을 확인한 사람들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반의 관심과 노력은 찜찜하지 않은 인맥관리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