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가는 대로 선택하면 위험이 따르는 나이에 삶의 방향성을 다시 정하려다 보니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들을 다시 정립해 보고, 두려워하는 것과 이미 잘하고 있는 것들을 구분 짓는 일에 신경을 쏟다 보니 하루는 족히 지나버렸다. 하지만 이 가치 있는 일을 미루다 보면 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굽어진 길을 걸어가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갈림길이 있다. 여기서 잠시 멈추는 행동은 오히려 이후의 여정을 더 멀리 갈 수 있게 만들 것이라는 확신으로 이어졌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행동에 옮기고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잘하고 있는 것을 더 다듬어 나의 무기로 만드는 일과 두려워하는 것들을 계속 시도하여 두루 잘하게 되는 일 사이에서 나는 일단 후자에 시간을 투자하기로 했다.
여러 분야에 대해 적당히 할 줄 아는 ‘올 라운드 플레이어’가 되는 것을 먼저 선택한 이유는 나의 지적 호기심과 현재 놓인 불편한 상황 때문이다. 탐구하는 즐거움을 알고 있고 심리적 압박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나는 지경을 넓혀 프로세스를 파악하는 일에 최소한 비축해 온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류, 제안서, 운영, 보고서의 챗바퀴에서 벗어나 로봇, AI, 반도체의 영역에 뛰어드는 일은 과감해야 함을 알고 있으며, 이는 모두 연결되어 있기에 기회비용이 들더라도 마음이 두근거렸다. 사람의 영역을 업으로 삼았던 나는 이것을 확장이라 생각하며, 되돌아오는 인사이트의 측면에서 가치 있는 일이라 여기고 있다.
안전장치를 몸에 휘감고 살아가던 어린 시절을 기억한다. 동네라는 영역에서 벗어나는 것을 싫어함은 물론 해외에 나가는 것은 이번 생의 일이 아니라고 당시에 생각했다. 그러한 나에게 반강제적인 해외봉사의 기회가 주어졌고 나는 이것을 계기로 180도 변하게 되었다. 이후의 나는 국내 경험 못지않게 해외 경험을 쌓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13개국이라는 적지 않는 숫자의 나라에서 다양함에 놀라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현재의 수용적인 태도를 가지게 된 어렸을 적 결정적인 계기를 나는 놀라워하고 감사해한다. 이후로 삶에 저항이 있는 것에 불편해하지 않기로 했다. 저항이 클수록 마찰이 심하지만 나의 모난 부분은 깎여나가 둥글게 변화된다. 어디까지나 변화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다 만나는 큰 파도에 계속 휩쓸리는 것과 이 파도에 한 번 맞서게 되는 것은 너무 다른 일이다. 어려운 순간을 경험하면 성장과 또 다른 길을 마주하게 된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고 있다.
커리어의 확장과 전환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보다 나는 내게 필요하지 않은 안전장치를 여러 개 보유하고 있었다. 그중 나를 둘러싼 무난하고 평평한 환경이 가장 영향력이 크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를 가장 먼저 변화시켰다. 모양이 다르고 선명도 높은 색의 삶을 살고 싶다면 변화를 선택해야 함을 인지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더 높은 곳보다 더 멀리 가기 위한 도약을 위해 나의 안전장치는 여러 개가 아닌 한 개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