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해외 경험을 하게 된 것 17살의 나이였을 때이다. 2008년, 나는 학교, 학원, 집을 반복해 돌아다니며 보통의 고등학생처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당시에는 학업과 인간관계에서 오는 사소한 고민들이 나의 스트레스 였었고, 주변의 친구들과 게임, 운동을 같이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몹시 좋았다. 그러던 중 나에게 갑작스러운 해외 봉사의 기회가 주어졌다. 처음에는 단칼에 거절했다. 동네를 벗어나는 일에도 격려가 필요한데, 태국이라는 나라에 봉사를 하러 가는 일은 많은 용기와 주변의 설득을 필요로 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인천공항에 몸을 싣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가치관에 가장 큰 변화를 준 계기가 되었다.
20살이 되어서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남들이 생각하는 소소한 성인의 일상이 아니었다. 나는 유럽 배낭여행을 그 해에 가고 싶었다. 태국 봉사활동을 통해 나의 시야는 넓어져 있었고, 세상을 보는 눈이 확연히 달라졌었다. 태국의 경험이 모두 좋았던 것은 아니었으나 배움이 있었고 삶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 것이 잔상으로 남았다. 그래서 나는 대학교에 들어가서 얼마 있지 않아 유럽 배낭여행을 계획했다. 유럽 8개국을 돌아다니며 예상했던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다. 같이 간 동기 친구와의 갈등, 위험에 처할 뻔한 순간, 낯선 문화의 교류 등 굵직한 사건들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이러한 추억을 만들 수 있게 해 준 환경과 부모님께 지금도 감사하다.
해외에 대한 도전은 멈추지 않았고 캐나다 유학으로 이어졌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나의 20대 정점은 이 유학 시절에 도달한 것 같다. 25살의 좋은 나이에 나는 날씨가 극도로 좋은 빅토리아 섬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냈다. 찬란한 봄, 나는 유학생에게 가장 재미있다는 초기 2개월을 보냈고, 여름에 접어들며 새로운 캐나다 가족과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우수한 가을이 올 때쯤 나는 익숙한 생활환경에서 자연을 만끽하게 되었고 또 다른 유학생들을 만나게 되었다. 한국으로의 복귀가 다가오는 겨울, 나는 대학교 연수 과정 졸업과 동시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는 유학생 시절에 나는 감동하였고 변화하였으며 인생의 새로운 고점을 갱신할 수 있었다.
국내 여행이 나를 비워내기에 적절한 방법이라면, 해외유학은 나를 채우는데 참으로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낯선 환경과 다른 언어, 기후에서 오는 약간의 긴장감과 신비로움이 나를 성장시킨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에게서 전해지는 기운과 분위기는 온전히 스며들어 수용적인 삶의 태도를 갖게 만든다. 해외 유학은 어디까지나 선택이지만, 시간과 비용이 허락한다면 과감히 도전해 볼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나는 나이대에 따라 여행에서 가져올 수 있는 것들이 달라진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래서 당장 출발하는 해외 경험도 섣부르고 지나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해외 유학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성향의 사람이라면 늦지 않게 국내를 떠나보는 것이 나쁜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