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땅에서 피어나는 꽃을 꺾을 수 없었다

by Amour Seo

성인 ADHD로 의심이 되는 한 직원이 있었다. 평소에 그를 유심히 지켜보지 않았지만, 주변의 제보를 통해 언제 한번 그의 업무 스타일을 관찰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러고선 얼마 있지 않아 업무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그에게 나의 의견을 전달하며 업무 방식을 파악해 보았다. 다른 상사에게 꾸중을 들었을 때와 같이 다리를 심하게 떨던 그는 두서없이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참으로 안타까웠고, 한편으로 불안감이 느껴졌다. 예전에 그 업무 방식에 대해 조언을 해주었다는 한 주임의 증언이 있었는데, 현재까지도 그러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에 말없이 자리로 돌아와 고개를 떨구고 생각에 잠겼다. 결국, 그는 시간이 흘러 회사 전체에서 늘 화두가 되었고 여러 사람이 이중 업무를 하게 만드는 지경에 이르게 만들었다.


그가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고 나에게 소식을 전했을 때, 나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가 퇴사라는 결정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고, 그것이 현실이 되자 나는 그와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의 가정환경에 대해서 듣게 되었고, 그가 회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아 어느 정도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성인이 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픔을 스스로 이겨내야 함을 알고 있기에, 그의 결정이 애석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에게 결핍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행동을 통해 전해지는 그의 조금 부족한 모습에 나는 또 한 번 생각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으며, 사회는 그의 결핍을 품기에 어디까지 냉정해야 하는 것일까.


주니어에게 많은 배려가 있었지만, 동시에 요구하는 것도 많았던 회사의 사정을 빗대어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척박하다고 여긴 회사의 환경에서 성장 중이던 그에게 나는 현실과 진실을 말해줄 수 없었다. 내가 그에게 그것들을 말해주는 것이 상처가 아닌 자양분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내 역할은 일단 위로해 주는 동료가 되는 것이 먼저라 판단했다. 그래서 나는 주어진 마지막 시간 동안 그에게 그와 맞는 회사가 어딘가에 분명 존재할 거라는 얘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그의 하소연을 잠시 들은 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의 쓸쓸한 마지막 퇴근길에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더 했으면 마음이 조금 가볍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비옥하지 못한 땅에서 피어나는 꽃을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꺾을 수 없었다. 나의 성향과 반대되는 행동이었으며, 나에게 그럴 자격이 없다고 여겼다. 사람에 대한 연민이 나에게도 있던 것일까. 일터가 아닌 곳에서 그를 만났다면 난 더 다정히 대할 수 있었을까. 좋은 상사와 사람 사이에서 오는 갈등을 겪은 그 첫 사례를 떠올리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결핍이 좋게 아물고, 비옥하게 될 토양을 잘 가꿀 수 있는 지혜가 나에게 있었다면 그의 성장 방향성에 대해 첨언을 해줄 수 있었을 텐데. 적정선의 경계를 고민하던 찰나, 나는 두 명의 신입직원을 만났고 조금 더 따뜻한 상사가 되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