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받지 못한 보통의 순간들에게

by Amour Seo

S#1

젤라토를 한 입 베어 물고 곧장 인포메이션 센터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곳에서 근무를 하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웃음을 지었다. 극도로 추운 날씨에 한 손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덜덜 떠는 우리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움 그 자체였다. 그들의 웃음이 옅은 미소로 넘어갈 때쯤 나는 지도를 들이밀었다. 최종 목적지인 숙소의 위치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고, 관광은 그다음이었던 우리는 최적의 경로를 안내받고 문을 나섰다. 높이가 균일한 건물들 사이로 작은 강이 흐르고 있었다. 그 고요한 강 위의 다리에서 나는 관광객을 실은 곤돌라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한참 뒤 덩그러니 남겨진 나와 친구는 잔잔한 물줄기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단 시간에 여러 곳을 둘러보길 좋아하는 친구와 긴 시간에 한 곳을 감상하길 좋아하는 나에게 그 공간은 베니스의 여정에서 꼭 필요로 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합의를 통해 한 발자국 나아가는 법을 받아들이기로 한 우리는 그 아득한 오후를 가끔 곱씹는다.



S#2

단 것이 유난히 먹고 싶던 나는 친구에게 부탁해 역 밖으로 나왔다. 영화에서만 보던 킹스크로스 역 주변의 밤거리는 쫓기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가로등의 조명이 도시를 감싸 안은 아늑한 공간에서 잠시 숨을 골랐다. 아기와 손을 잡고 걷던 한 엄마가 번쩍이는 한 가게에 들어갔다. 다시 달콤한 갈증이 다시 차오른 나는 “바로 저기야”하고 빠른 걸음으로 뒤 따라 들어갔다. 그곳에는 알록달록한 젤리들이 가득했다. 형형색색의 먹을거리들이 즐비했던 가게 안을 쓱 둘러보고 결단을 내렸다. 영국에서의 시간 중 가장 어려운 고민의 순간이었다. 한가득 봉지에 담은 지렁이들을 우리는 조심스럽게 하나씩 꺼내먹었다. 해리포터의 나라에서 일정을 마무리하고 올라탄 유로스타 안에서,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솔직히 영국 와서 먹은 것 중에 지렁이가 제일 맛있지 않았어?”


그동안 묻고 싶어서 안절부절이 난 나는 그의 끄덕임을 눈으로 확인하고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배낭여행이 끝나고 생각이 들었다. 그때 우리가 꺼내먹었던 지렁이는 몇 파운드짜리의 젤라틴 덩어리가 아닌 달달한 추억이었음을.



S#3

세월이 겹겹이 쌓여있는 성의 벽을 따라 나오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마치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내린 새하얀 커튼콜은 장거리 투어로 쌓였던 피로를 말끔히 씻어 내렸다. 미끄러운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오고 우린 아름다운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녁의 카를교를 마주하는 첫 순간이었다. 어둠이 자리 잡은 하늘 아래에 물빛의 향연이 이어졌다. 친구와 나는 촉촉한 강바람을 타고 흐르는 아늑한 기운을 온몸에 담았다. 그리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회색의 교량에 몸을 동시에 기댔다. 나는 그곳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리운 가족들, 장난기 가득한 친구들. 기회가 된다면 그들과 함께 다시 이곳에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솟아났다. 이후 우리는 물가가 비교적 저렴한 체코에서 값비싼 스테이크를 두 덩이나 썰었다. 하지만 숙소에 돌아와 다음 날의 일정을 계획하던 내내 프라하의 새하얀 설경이 아른거렸다.


“우리 꼭 서로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곳에 같이 다시 오기로 하자.”


몇 개월 전, 결혼을 한 친구는 그때의 다짐을 잊어버린 듯 사랑하는 그녀와 함께 우리의 추억이 깃든 프라하로 먼저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