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자연, 그리고 공간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by Amour Seo

천고가 높은 사무실에서 일한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복층으로 이루어진 사무실 내부는 꽤 넓고 쾌적했다. 출근을 하면 가장 먼저 높은 흰 천장이 눈에 들어오고, 그다음으로 한강이 보일 듯 말듯한 유리창에 시선이 쏠린다. 간단히 아침인사를 나누고 앉은 나의 자리는 문과 가까운 통로에 위치했다. 나는 그곳에서 몇 개월을 일하고 빈자리가 생기자마자 제일 안쪽의 상석으로 이동했다. 제일 윗 선의 허락을 맡은 후 책상 배치를 바꾸겠다고 직원들에게 선포했다. 전체를 바라볼 수 있게 변화를 준 그 시도는 지금 돌이켜보면 약간 아찔하고 대담했다고 느낀다. 사무실 환경을 최적화시킨 나는 종종 고개를 돌려가며 고정된 장면을 벗어나고자 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언덕 위의 나무가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닿을 수 없는 천장 아래의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채워지는 광경에 묵혀둔 생각들이 스쳐갔다.


작은 새가 물을 마시고 떠나는 마틴의 발코니를 참 좋아했다. 활기찼던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집에서 뚝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궁금증이 머릿속에 가득 찬 나는 조심스레 창고 쪽으로 향했다. 울타리 너머로 건장한 중년의 남자가 못질을 하고 있었다. 섬세하고 신속하게 작업을 하던 마틴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마치 내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땀이 살짝 젖은 티셔츠의 그는 발코니를 보수 공사 중이라고 대답했다. 일이 마무리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고 거실 옆 쪽의 스위치를 올렸다.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계단에 등불이 밝혀졌다. 그리고 구분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나의 방은 반지하 좌측에 위치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가을에는 약간 스산한 그 공간에서 매일의 순간들을 기록했다. 저녁의 선선한 공기를 마시며 촉각으로 동네를 기억했고 그 감정들을 글로 써 내려갔었다. 아래층의 중간에는 다목적 공간이 있었다. 우린 그곳에서 서로의 과거 이야기를 나눴다. 가끔 거리감이 줄어든 유학생들을 불러 모아 보드게임을 하기도 했다. 그 빛바랜 추억들은 여전히 나의 작은 수첩 안에 있다.


저녁을 먹기까지 시간이 좀 남아있었다. 오래간만에 찾아온 여유를 즐기러 위층의 ‘세이프 존’에 올라왔다. 어둠이 내려앉은 고요한 분위기를 몸으로 느끼다 사색에 잠겼다.


마을을 두 눈으로 담아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자연과 어우러져있고 목조 주택으로 구성되어 있는 평화로운 동네를 그리워했다. 새들의 속삭임이 지붕을 뒤덮는 맑은 날, 개선된 발코니에서 하우스메이트 그리고 조이와 조화로운 풍경을 감상하며 내뱉은 고백이 기억난다.


“천천히 움직이는 이 동네가 좋아요.”


서울과 비교하면 느린 것이 맞다고 할 수 있는 빅토리아는 모든 것이 천천히 움직이는 도시였다. 사람도 동물도 행정도 천천히 진행되는 아름다운 도시에서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으나 불편하지 않았다. 시곗바늘마저 천천히 움직이는 외딴섬에 홀로 선 나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사람과 자연, 그리고 공간은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어느 하나를 분리하면 부자연스러워지고 피부로 바로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