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각 정리를 위해 방 한편에 쌓아두었던 짐을 꺼내 분리했다. 잘 안 입는 옷, 목적을 잃어버린 서류, 사용감 있는 베개 등 쓸모가 없어진 물건들이 많이 있었다. 그날은 그것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방법을 결정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먼지가 쌓여있던 더미가 없어지고 깨끗한 공간이 탄생했다. 확장공사를 한 듯 넓어진 바닥을 보며 흐뭇해했다. 하지만 마무리 단계가 아직 남아있었다. 손길이 닿았던 물건들을 열을 맞춰 구분해 놓았다. 그리고 그것들 중 일부를 종량제 봉투에 넣었다. 다른 일부는 나눔으로, 용도 있고 상태 좋은 나머지 것들은 중고거래를 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종이 조각이 된 서류들과 낡은 베개를 넣은 봉투를 가지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지구 살리기에 동참하는 분리수거장에 도착했다. 손에 든 과거의 것들을 버리려는 찰나, 익숙한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도넛과 메이플라테가 유명한 OOO 브랜드의 종이 박스가 제일 위에 펼쳐져 있었다. 나는 그것을 신기하듯 만져보았다. 빅토리아에서의 맛보았던 도넛은 안에 없었지만, 그 빨간 박스를 통해 잠시 빅토리아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한바탕 웃음꽃이 피어난 자리가 고요해졌다. 곱슬머리의 선생님이 시선을 주목시키고 이야기했다.
“바자회가 있을 예정이에요. 이 행사에서 제일 많은 수익을 낸 팀에게 소정의 상품이 지급됩니다.”
다음 주의 일정을 공지하자 교실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바자회엔 한 팀이 필수로 참여해야 했다. 그 불가피한 사실을 인지하고 학급생들은 서로를 쳐다봤다. 치열한 눈치 싸움이 시작되었다. 누가 선생님의 부탁에 응할지 정해지지 않은 순간, 내가 손을 들었다. 모두가 의아해 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유학생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었으나, 평소에 조용했던 나는 그 따가운 시선들을 이겨내야 했다. 얼굴이 붉어졌지고 정신을 붙잡았다. 옆에 있던 하우스메이트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뒤쪽을 둘러봤다.
평소에 친해지고 싶었던 친구가 하나 있었다. 자리를 옮긴 나는 용기를 내어 말을 건넸다. 함께하지 않겠냐는 제안에 그녀는 고민하는 듯했다. 긴장한 모습을 감추고 싶어 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톡 쳤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가방을 챙긴 그녀는 알겠다는 신호를 미소로 전달했다. 그렇게 반 대표 팀이 구성되었다. 셋으로 뭉친 우리는 교문 밖을 나섰다. 비좁게 느껴진 출구로 많은 유학생들이 자신들의 캐나다의 가정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베이센터 앞에 도착한 우리는 각자의 연락처를 교환했다. 마음에 드는 친구 하나가 더 생겨 신이 난 나는 숨겨두었던 전략을 일찌감치 풀어놓았다.
초코칩 쿠키를 잔뜩 들고 배정받은 자리로 이동했다. 시작 십분 전, 정성과 사랑의 동그란 것들을 차분하게 배치를 하기 시작했다. 과연 학생들이 좋아할까. 의구심이 차오를 때쯤 다른 반 선생님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샘플로 가져온 못난이 쿠키를 맛을 본 그는 눈썹을 지켜 올렸다. 쏟아지는 극찬을 귀로 쓸어 담은 우리는 희망에 부풀었다.
중고물품과 차별화된 우리의 기호 식품은 단시간에 소문이 났다. 친구와 친구의 친구들이 몰려와 사재기하듯 쿠키를 가져간 그날 행사는 우리 반 팀의 승리로 끝이 났다. 판매수익금이 모두 자선단체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돌아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과정도 재밌었고 결과도 챙긴 나는 보상으로 받은 도넛을 우리 반 친구들에게 나눠주며 조용히 물어봤다.
“바자회 일등도 일등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