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한 봄 젤라토의 맛

by Amour Seo

산책로에 들어섰다. 회백색의 건물아래 앙상한 나무 사이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삼십 분이 흘렀을까. 하체에 힘이 들어가고 발바닥에 자극이 오기 시작했다. 건강해졌다는 뿌듯함이 아닌, 지쳤다는 몸의 신호에 먼저 반응했다. 일단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안경을 고쳐 썼다. 주변을 둘러보자 몇 군데 쉼터가 보였다. 간단한 분석 끝에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햇빛이 내리며 사람이 잘 오고 가지 않는 공간. 비운의 그곳으로 이동했다.


갈색 옷을 입은 벤치는 홀로 나무들을 지키고 있었다. 조금은 쓸쓸한 그곳에 나는 자리를 잡았다.


고개를 들어보았다. 푸른 도화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하늘을 배경으로 있자니 심호흡이 절로 이루어졌다. 폐부로 맑은 공기가 들어갔다. 그리고 그것은 지친 심신을 정화시켜 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걸음을 멈추었다. ‘딸랑’ 거리는 소리가 들린 가게에서 어린아이와 어머니가 익숙한 것을 들고 나오고 있었다. 일반 아이스크림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노란색 간판을 쳐다봤다. 영어로 글씨가 쓰여있었다. 다양한 색으로 행인들을 사로잡는 유리창 너머에서 나는 달콤 쌉싸름한 추억을 떠올렸다.


교문을 나서자 누군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마음을 감추고 명량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이전의 같은 반에 있었던 여자아이였다.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그녀가 화답하듯 밝은 얼굴로 말을 건넸다.


“친구들을 모아서 내일 부차드 가든에 가지 않을래?”


부차드 가든은 이별의 계절에 오기 전 한 번 가보고 싶은 장소였다. 표정으로 이미 제안을 받아들인 나는 수줍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부푼 가슴을 안고 횡단보도를 건너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아는 친구들이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그들에게 모집 공고를 구두로 전달했다. 꽤나 길어진 연설에 마음이 조마조마할 때쯤, 세 명의 친구가 긍정의 반응을 보여줬다. 당시에 나는 거절을 거절하려 했지만 다행히도 동의해 주었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서서히 모습을 감추자 장소와 시간을 서둘러 공지했다. 그리고 안도하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연락했다.


화창한 봄날, 각기 다른 옷차림의 유학생들은 입구에서 서로의 생각들을 공유하고 있었다. 나는 버스의 긴 여정 끝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친구들이 등을 두드리며 반갑게 맞이했다. 완전체가 된 우리는 알록달록한 초입에 들어섰다. 다섯 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 정원에서 우린 이탈리아 가든을 먼저 가보기로 했다.


꽃의 아름다움을 즐기다 그늘 안으로 모였다. 강해진 햇빛에 피로해진 우리는 기분을 환기시키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몇 분이 지나자 한 친구가 입을 열었다.


“이탈리아 정원에서는 젤라토를 먹을 수 있대!”


귀가 밝은 그녀가 입수한 정보를 전달받은 우리는 바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나의 진두지휘 아래 매장 앞에 도착했다. 취향을 존중해 각자 선택하기로 했다. 시선이 주목되는 주인장으로부터 바로 만들어진 젤라토를 전달받았다. 친구들은 그 영롱한 고체 덩이를 한 입베어 물고 감탄사를 외쳐댔다.


나는 몇 개의 영어 단어에 담기지 않는 달콤 쌉싸름한 맛을 표현해내고 싶었다. 하지만 한글을 이해할 수 없는 그들에게 대신 엄지만 지켜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