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빅토리아 가정에서 알게 된 진실

by Amour Seo

스위스 홈메이트를 떠나보낸 지 며칠 되지 않아 단풍이 거리를 장식했다. 붉게 물든 이너하버의 경치는 여름이 질투할 만큼 아름다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의 외로움은 더해져 갔다. 거주지를 옮기고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배움터를 대학교로 옮기면서 나의 동선에 변화가 생겼다. 함께 지낸 기존 유학생 친구들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떠나가고 새로운 유학생 친구들이 학교로 유입되었다. 그리고 빅토리아의 새로운 가정에 남은 기간 동안 머무르게 되었다.


킹스부부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 들어선 새 보금자리는 컨디션이 좋았다. 1층에 위치했고 창도 크고 쾌적했다. 구식 난방기가 겨울의 한기를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나름 괜찮은 방 상태에 만족했었다. 1층 거실의 한편에 클래식 기타가 놓여있었다. 입주하자마자 그것을 발견한 나는 남는 시간에 연주할 생각에 흥분되었다. 대학교 3년 동안 클래식기타 동아리에서 활동했었기에 마음에 숨겨놓은 연주에 대한 열망을 꺼내기 좋은 기회였다. 이후 나는 ‘카바티나’와 ‘황혼’을 종종 연주하며 내면의 어지러움을 다잡곤 했다.


고르게 호수와 달리 쿡스트리트는 도시 냄새가 가득했다. 주변에 꽤나 큰 식료품 가게, DVD가게와 햄버거 가게, 스타벅스를 포함한 몇 군데 카페가 위치했다. 새로운 홈스테이 맘은 매일 식료품가게에서 장을 보고 나와 가족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었다. 북유럽에서 이민을 온 그녀는 건강식을 주로 차려주었다. 마틴의 음식과 대조되어 약간 슬펐지만 덕분에 건강을 챙기게 되었다. 가끔 DVD가게에서 명작들을 빌려와 2층의 거실에서 함께 시청하곤 했다. DVD가 한국에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었지만 빅토리아에서는 여전히 수요가 있었다. 주말에 집 근처 스탁벅스에 가서 과제도 하고 사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새로운 반 친구들과 라포가 형성되고 나서는 교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펍에 가서 수다도 떨었다.


무엇보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아주 훌륭한 공원이 하나 있었다. ‘모스 락’이라는 이름의 공원은 집 주변을 탐색하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공원이었다. 나는 처음 그곳에 도착했을 때 매우 놀랐었다. 거대한 바위가 처음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다음으로 어떤 익숙한 모습의 소년이 나를 놀라게 했다. 새로운 캐나다 가정의 아들인 그와 그 공원에서 조우를 하게 되어 난감했다. 아직 친하지 않고 그가 약간 경계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을이 한눈에 담기는 바위 위에 앉아 얘기를 좀 하다 보니 경계가 무너지고 서로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고등학생이었던 그와 깊은 대화를 할 수는 없었지만, 그때 나는 새로운 빅토리아 가정에 대한 진실에 마주하게 되었다.


새로운 빅토리아 가족은 재혼 가정이었다. 그래서 여자 아이 둘은 엄마 쪽 자녀였고, 남자아이 한 명은 아빠 쪽 자녀였다. 세 명의 아이들은 함께 식사할 때 한 번에 만날 수 있었다. 식탁의 양쪽 끝에 나누어 앉아 식사를 하던 그들은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면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벨기에에서 온 고등학생 홈메이트가 그들의 중간에서 연결고리가 되곤 했으나 큰 효과는 없었다. 다행히 서로 싸우거나 험한 말은 우리 앞에서 주고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 미묘한 기류에서 부부가 알게 모르게 많은 신경을 쏟고 있을 거라는 추측을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받은 상처를 누구보다 잘 아는 부부는 내색하지 않았다. 홈스테이 학생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늘 신경 쓰는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며 홈스테이 맘과 친밀도가 쌓인 나는 그녀를 통해 이혼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대신, 현재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후 평화로워 보이는 다른 캐나다 이민자 가족에게도 내가 알지 못하는 사연이 있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