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와친 호수에서 빅토리아 현지인을 만나다

by Amour Seo

킹스부부가 나와 홈메이트를 거실에 불러놓은 이유는 다름 아닌 ‘캠핑’때문이었다. 매년 여름과 가을에 한 번씩 캠핑을 가는 부부는 캐나다 국경일을 포함한 연휴에 캠핑을 가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엔 그 계획에 우리가 포함되어 있었다. 조이가 미소를 머금고 기대하는 시선으로 우릴 쳐다봤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한 나는 생각을 조금 해보겠다고 했으나 홈메이트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가겠다는 사인을 보냈다. 스위스에서 온 홈메이트는 자연 속에서 살다와서 그런지 캠핑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나도 물론 캠핑을 싫어하지 않았으나 3박 4일을 숲 속에서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들은 후 고민이 되었다. 우리에게 허락된 숙박시설은 1인용 텐트 두 개와 해먹뿐이었다. 음식이 무료로 제공될 거라는 달콤한 유혹이 있었으나 마음이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그날밤을 생각에 잠겨 보내다 아침이 밝아왔다.


인사를 건넨 마틴은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면서 캠핑에서 먹을 음식의 재료들을 보여줬다. 꽤나 양이 많아 보이는 그것들을 보고 나는 캠핑 인원을 대략 추측할 수 있었다. 적어도 십 인분의 재료가 들어있는 아이스박스를 보고 마틴에게 우리끼리 가는 것인지 물어봤다. 나의 예리한 질문에 그는 당연히 아니라며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을 보여줬다. 네모난 프레임 안에는 킹스부부를 제외한 캐나다의 여러 가족들이 있었다.


“이번에 캠핑을 같이 간다면 다른 캐나다 가족들을 만날 수 있을 거야.”


나는 그 한마디에 곧바로 마음을 굳힐 수 있었다. 빅토리아에 있으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 나는 킹스부부와 다른, 빅토리아의 가족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평소에 궁금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가 현지인의 삶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함께 가겠다고 마틴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는 잘 결정했다면서 어깨를 토닥였다. 그리고 냉장고의 재료들을 보며 캠핑 때 먹을 음식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무려 다섯 시간 동안을 운전한 끝에 도착한 코와친 호수는 압도적이었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호수와 하늘에 닿을 것 같은 산세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림으로 그려놓은 듯한 경관을 그렇게 넋 놓고 보고 있을 때 인기척을 느낀 주변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여전히 코 흘리고 다니는 홈스테이 학생임을 단번에 눈치챈 그들은 나의 이름과 국적을 물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나의 전공 얘기에 동공이 확장되었다.


캐나다 빅토리아에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도시를 구성하고 있었다. 블루컬러와 화이트컬러를 구분하는 일은 그곳에서 유의미하지 않았다. 각자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공과 살아온 삶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매우 흥미로워했다. 내가 만난 캐나다의 가족들은 해외여행보다 국내여행에 관심이 많았고, 컴퓨터보다 자연을 더 선호했고, 친구들보다 가족과의 시간을 더 중요시 여겼다.


혼자서 통찰의 시간을 갖는 동안 수제 햄버거가 준비되었다. 오랫동안 굶주린 상황을 인지한 마틴의 이웃들은 우리에게 패티 두 장을 넣은 햄버거를 가져다주었다. 숯불에 웰던으로 익혀진 그 음식은 현재도 가끔 생각나는 별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