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 확신을 가졌던 순간에 대해서
나는 우리의 연애가
조금은 다를 줄 알았지.
감정 소모만 하다가 껍데기만 남은
그런 연애와는 다를 줄 알았어.
자존심만 세우다가
가장 중요한 걸 놓쳐버린
한심한 형태의 연애와는
분명 다를 거라 생각했거든.
소중한 걸 모르고
소홀하게 대하는
그런 멍청한 연애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지.
중요한 걸 잃어버리고 나서
미련스럽게 주변을 맴도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어.
이별이라는 게
우리에게 들이닥칠 일은
없다고 생각했지.
한때는.
박한평 에세이
<허공에 흩어진 이별의 기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