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해오던 신호들에 대해서
우리의 이별은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사고가 아니다.
꾸준히 오던 신호를
서로 무시하고 있었던 거니까.
그렇게 애써 외면하다가
결국 터져버린 것이다.
조금씩 포기하기 시작한 것들이
산불 번지듯 그 영역을 넓혀갔고,
어느새 서로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조차 사라져버렸다.
알면서도 무시했기에 문제가 됐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아채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지쳐버린 것이다.
우리의 이별은 제법 오래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너에게도. 나에게도.
박한평 에세이
<허공에 흩어진 이별의 기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