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지 않는 사랑에 대해서
너는 나에게 오늘은 또
왜 그러냐고 말했지.
이별을 결심한 이유는
멀리 있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도 그리고 너에게도
기대하지 않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바라는 게 없어진 것이다.
나를 서운하게 하고 화나게 했던 모습들도
이제는 그러려니 하면서 포기하게 됐으니까.
이게 서로에게 익숙해진
사랑의 형태라면,
나는 이 사랑을
그만하기로 결정했다.
나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것들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으니까.
이제는 정말 그만하자.
박한평 에세이
<허공에 흩어진 이별의 기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