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후회에 대해서
너는 독특한 입맛을 가지고 있었다.
그 수많은 커피의 종류 중에
너는 꼭 그것만 주문시키곤 했다.
원두의 진한 향이 담긴 것 같지도 않고,
마냥 달지도 않은 그런.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곧 사라져버릴 것 같은 메뉴였는데
너는 항상 이것의 가치를 이야기하곤 했다.
나에게 그 커피는 오롯이 너였다.
네가 떠난 지금에서야
그 커피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네가 없이 남아있는
이 커피의 향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
후회는 그렇게 진하게 남아서
사라지지 않는다.
함께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이미 끝나 버린 다음이니까.
박한평 에세이
<허공에 흩어진 이별의 기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