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존재감에 대해서
이별 후에 가장 속상한 것 중에 하나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 우리의 관계다.
어렸을 적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가장 힘들 때 속상한 걸 쏟아낼 수 있는 사람.
기쁜 소식을 함께 축하할 수 있는 사람.
반쪽을 잃어버린 슬픔 그 이상으로
인생의 좋은 친구를 잃었다는 상실감.
그렇게 너의 소식을
물어볼 수조차 없게 되어버린
이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안부를 묻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면,
나는 너무 큰 걸 잃어버린 게 아닐까.
없었던 사람으로 취급하기엔
그 존재의 크기가 너무 컸던 너니까.
박한평 에세이
<허공에 흩어진 이별의 기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