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31일, 군산 나홀로 여행

혼자 설 엄두가 안 났다. 그러나 그래야했기에 처음으로 혼자 떠났다.

by 한량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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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웠다. 혼자 떠나는 여행도, 네가 없는 빈자리도. 모든 것이 두렵기만 했다. 그러나 언젠가는 혼자가 될 것을 알았기에 준비를 해야만 했다. 우리에게 함께 할 미래는 없었음을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내 꾹꾹 감정을 눌러담아 모르는 척 했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 문을 걸어나가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리기를 꿈꿨었다. 니가 없어도 씩씩하고 용감하게 살기를 바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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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너무 맑았다. 내 마음도 몰라주고 제깟 녀석은 무에 그리 좋다고 쨍긋인지. 눈이 부시게 푸르른 하늘은 늘 눈물이 핑돌게 만든다. 특히나 늦가을 청명한 하늘은 시큰하기까지 하다. 보고싶었다. 그 와중에도 니 생각이 많이 났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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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노란색만 보면 빠짐없이 사진에 담곤했다. 네가 좋아하는 색이라서. 아주아주 늙어 호호할배가 되면 노란색 스포츠카를 몰고 싶다던 너. 색으로 기억되는 사람은 아마도 영원히 떠오를 것 같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색이 있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그 색들과 마주하기 때문에. 네가 그리워서라기 보다는 그냥 자동반사적으로 네 생각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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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늙어갈 미래를 꿈꾸기도 했었다. 나 역시도 당신이 나보다 행복하길 바란다. 40년 후,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문득문득 지금도 바보같은 단꿈에 빠지곤 한다. 지금 나는 꿈꾸는 것 밖에 달리 할 것이 없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래서 또 바보가 되더라도 꿈을 꿀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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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쉼없이 일렁이고, 내 맘도 수십번 망설이다가... 끝끝내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을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무슨 미련이 남았던건지 또 전화를 하고 말았다. 아주 짧은 통화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래서 바보같이 혼자 동영상을 찍었다. 너에게 이 풍경을 전하고파서, 지금의 내 마음을 전하고파서. 이런 내가 얼마나 버거웠을까? 가끔은 도를 지나친 내 사랑이 참 밉기도 하다. 조금만 천천히, 조금만 숨돌리며 달려왔어도 지금과 같았을까? 문득문득 짙은 후회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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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이 아닌 영화는 안 보고 싶다. 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특히나 로맨스에서는. 현실에서도 벅차도록 슬프고 아픈데, 영화에서만큼은 더없이 행복하기를 꿈꾼다. 그래서 '초원사진관'을 지나며 나도 돌을 던질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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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네 생각을 참 많이 했었다. 앞을 보고 걷다가, 발을 보고 걷다가, 보도블럭을 보고 걷다가, 주변 풍경을 보고 걷다가. 그렇게 쉼 없이 네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떨어져있어서 오히려 더 그리움이 짙었고, 하필 여행을 혼자 간거라 네 생각을 할 시간이 차고 넘쳤다. 아마도 내 마음이 전해졌다면, 너도 역시 꽤나 피곤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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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낙엽조차도 몇 잎 남아있지 않던 10월의 마지막 날, 그렇게 혼자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을 걸었었다. 걷다가 사진을 찍다가 잠시 쉬며 그림을 그리고, 너에게 편지를 썼었다. 함께 오지는 못했지만 지금의 이 순간을 함께 즐기고 싶었다. 읽는 동안만이라도 너 역시 낭만에 젖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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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당. 일본식 건물이라 그런지 살짝 음산스럽다. 안은 또 얼마나 어둡게. 삐거덕거리는 나무 소리가 어둠을 더했다. 무서워서 어찌 잘까 걱정했는데, 사온 막걸리 댓병 마시고 엄청 잘 잤다. 다다미방이라 바닥은 따듯 뜨끈했고, 방안 가득 뜨순 온기를 더했다. 그래서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곯아떨어졌고, 왼종일 펴지도 못하던 아픈 허리도 씻은듯이 나았다.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너 없이도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살다보면 참 희한한 곳에서 용기를 얻곤한다. 아마 이 날이 그날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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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아름답지만 쓸쓸하다. 아름다움은 순간이요, 쓸쓸함은 꽤나 짙고 깊다.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왜 이런 현실에 놓이게 되었는지, 왜 우리는 이렇게 떨어져있어야 하는지. 수 십번, 수 백번 생각해도 억울하기만 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널 갖을 수 있을지 제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해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이렇게 된 마당에 돌아보니, 그때 조금만 고민할껄 그랬다. 괜히 부화가 난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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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웠던 당신이여, 잘지내는가? 지금도 가끔 연락을 하고 소식도 전하고 있긴한데. 마음만 먹으면 만나는 것도 전혀 어렵지 않은데. 가끔은 그때의 당신이 그립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우리 사이는 더 사무치게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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