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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량한양 Jun 17. 2019

초원을 지나 아프리카로

먼지 쌓인 짚차 위에 내 꿈을 싣고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주 어린 시절부터 꿈꿔오던 것들이 몇 가지 있다. 하고 싶은 것들도 있고, 경험해보고 싶은 것, 그리고 가고 싶은 곳들... 이번 30일 프로젝트에서는 이제까지 내가 느끼고 경험했던 여행기를 다뤄보고자 한다. 사진에 대한 설명도 좋고, 여행지에 대한 설명도 좋고, 그 당시 내가 느꼈던 감정이나 어떤 기분으로 그곳을 거닐었는지... 그리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 또한 그때는 틀렸지만 지금은 맞는 것들은 무엇인지 이번 기회에 하나하나 되짚어보려한다. 


아마도 한 장 한 장 사진을 들여다보며 할말이 꽤 많을 것 같다. 바쁜 일상의 챗바퀴 속에 들어가기 전, 30일 동안은 매일매일 여행하는 기분으로 그때를 돌이켜보고자 한다. 혹시라도 함께 읽는 누군가가 있다면 매일 아침 함께 여행을 하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여행이 끝난 후, 사진과 글을 담아 30개의 엽서를 만든 계획이다. 찌든 일상 속 힘들어하는 주변분들에게 한 장씩 선물을 드리고자 한다. 세상에 딱 1장밖에 없는 한정혜의 여행 엽서...




20170121-30


누구나 그러하듯, 내게도 죽기 전에 꼭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 잠결에도 본능적으로 툭! 대답할 수 있는 곳. 아프리카와 쿠바. 높은 빌딩 숲이 아닌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서도 좋지만, 이곳들의 색감이 너무 마음에 든다. 쨍한 색감. 그리고 짜릿한 강렬함. 


성격 자체도 모 아니면 도! 그러하기에 뭐든 정확하고 명확한 게 좋다. 그래서 이곳들의 쨍함과 강렬함, 그리고 선명함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두 곳 모두, 쉽게 선뜻 떠날 수 있는 곳은 아니기에 언젠가는 가겠지~ 하고 남 일 대하듯 느끼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운명처럼 다가온 떠나게 된 곳, 아프리카! 미리 계획한 것도 아니고, 대단히 나스럽게 즉흥적으로 갑작스럽게 결정된 여행이라... 오히려 더 설레였고, 오히려 더 흥분되었던 건 아닐까싶다. 


똑같은 모습으로 출근하고 퇴근하고 또 출근하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갑작스러운 여행, 더군다나 아프리카! 이 얼마나 짜릇한 일인지. 3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며 찌릿, 전율이 온다.










왜? 아프리카?


매일 같은 번호의 버슬 타고 

매일 같은 이름의 가겔 가고 

매일 같은 어색한 인살 하고 

매일 같은 상표의 물을 산다 

매일 가득 질린 남의 얘기와 

매일 가득 실린 연예 기사와 

매일 가득 밀린 내 일거리와 

매일 가득 쌓인 내 영수증과 


돌아보고 돌아봐도 꿈 이면 좋을 내 현실아 

잊어보고 잊어봐도 사라지지 않는 내 꿈아 

살아보고 살아봐도 재미없는 똑 같은 하루야 


이 지루하고 지겨운 내 친구들아 나는 떠난다

나 만의 도시로 


초원을 지나 아프리카로 먼지 쌓인 짚차 위에 내 꿈을 싣고 

심장이 없는 이 도시의 나무 꾼들이여 아직 늦지 않았으니 길을 떠나자 


꿈은 어린 왕자의 별이 되고 

나는 이 나라의 일꾼이 되고 

꿈은 벌거숭이 임금님처럼 

이젠 나만 아는 동화가 되고 


돌아 보고 돌아보며 한숨 쉬는 이순간 보다

후회하고 후회하면 짜증만 날 낼 아침 보다

살아보고 살아봐도 답이 없는 똑 같은 하루야 

이 지루하고 지겨운 내 친구들아 나는 떠난다 


나만의 도시로 


...


마법구두와 허수아비와 겁쟁이 사자라 해도 나는 떠난다

심장이 없는 이 도시의 나무꾼들이여 아직 늦지 않았으니 길을 떠나자


https://www.youtube.com/watch?v=Aho57keEo8k




이 노래다. 이 노래가 나의 아프리카의 시작이다. 이 노래를 듣고 한참을 입 속에서 노래가사가 맴돌다가 아프리카의 푸른 초원이 눈앞에 아른거리다가... 흙먼지 날리는 짚차 위에서 자연을 마주하고 싶었었다. 단지 그 이유였다. 무엇을 반드시 해야겠다가 아니라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아프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까지 망설임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그저 현실의 장벽(돈)에 후한이 두려웠지만, 설레임과 흥분이 그깟 두려움을 앞서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여행 기간 중 이틀을 오롯이 사파리에서 머물렀다. 


역시!


말이 필요없었다. 이건 그 어떤 미사어구로도 표현되지 않을 장엄함이다. 봐야안다.




20170125 Tarangire National Park

20170126 Ngorongoro National Park


세기의 명작이라고 해도, 모두가 감탄해마지않는 예술이라해도 자연 앞에서는 모두 무용지물이 아닐까 싶다. 흙먼지가 입안에 들어가는 걸 알면서도 다물 수가 없었다. 눈 앞에 펼쳐진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누구나 한번쯤 내가 나인 것을 잊고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니 꼭 그래보길 추천한다. 그곳이 아프리카가 아니여도 상관없다. 마음 속 깊숙이에서 원하고 갈망하던 그곳에, 꼭 한번은 머무르기를...


그 정도의 희망은 있어야 사는 게 행복하지 않을까?














늘 현실에 살면서 자유를 꿈꾼다. 아마 일반인들보다 조금은 더 심한 정도가 아닐까 싶다. 내 가지 것이 없으니 언제고 훌훌 털어버리고 떠날 날을 희망하고 있다. 다 버리고 홀연히 떠나 내가 나인지, 네가 너인지 모를 곳에 가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 


45살 이전에는 꼭 그러하고 싶다. 이 땅을 떠나 그곳이 어디든 다른 곳 안에 머물고 싶다. 오늘 사진을 보며 끄적이다보기 더 강렬해졌다. 준비하지 않는 삶을 지향하지만 이번만은 계획적으로 떠남을 선택하고 싶다. 가야겠다. 그러니 더 재미나게 남은 시간을 즐겨야겠다. 가자, 어느 곳이든. 지금 이곳이 아닌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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