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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쓰는 일기

2025년 11월

by 상준


1. 카메라


카메라를 샀다. 무려 6년 전에 출시한 소니 rx-100m7이다.

나는 왜 거금 165만 원을 들여 이 카메라를 산 것일까?


2. 코코


코코가 죽었다. 코코는 내가 초등학생부터 기르던 귀여운 푸들이다.

코코를 기르는 동안 나는 내가 귀여운 것들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귀여운 게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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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가 죽기 전에 165만 원을 들여 카메라를 살 용기를 얻었어야 했다.


3. 영화


내가 고등학생 때 리그 오브 레전드에 카밀이라는 챔피언이 처음 나왔다.

나는 카밀이 꽤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고, 그때까지 하지도 않던 롤을 시작했다.


롤은 꽤나 어려웠고 결국 난 카밀을 그닥 몇 판 하지도 못한 채로 도망가버렸다.

그때의 분함이 생각난다.


사실 나는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만화보다 열등한 매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돈은 끊임없이 들이붓어야 하는 주제에,

카연갤에 올리는 똥만화보다 사람들이 많이 알아주지도 않는다.


그렇다. 나는 관종이라 관심이 필요한 법인데,

그렇지만 그림을 잘 그리지도 않는다.

만화를 배우다가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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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 영화는 마치 카밀 q와 같아서,

만화를 접은 나는 억울해서라도 q 2타를 날려야 한다.

그리고 이번 년에 단편영화를 두 편 찍었다.

눈먼 곳에 날린 q 2타 두 번에 내 마나가 닳고 있는지도 모르고.


4. 만화


그러면 나는 왜 만화를 접은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냥 내가 너무 추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림 그리는 것은 고통스럽다.

게다가 내 못 그린 그림을 보는 것은 더 고통스럽다.


결국 나는 만화를 접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앞서 롤을 접은 이유와 비슷하다.


그렇지만 나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5. 앞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항상 고민이다.

나는 무언가에 내 인생을 온전히 바칠 위인이 못 된다.


내가 그린 만화 콘티 중에 날개라는 만화가 있는데,

다 쓰고 나서 난다는 꿈에 속아 인생을 포기한 주인공이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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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B7%B8%EB%A6%BC1.jpg?type=w773 <히어로 콤플렉스>, 타이잔5


이 장면은 내가 본 만화(영화를 포함해서) 중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나는 항상 달리는 게 괴로웠고,

이 광활한 우주에서 유사 원숭이 한 개체가 달리는 데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항상 합리화했다.


그렇지만, 의미는 결국 인간이 결정하는 것.

사람이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렇지만 이왕이면 다른 사람한테 인정받는 게 기분이 좋으니까,

상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6. 떨어졌다!!!!!!


대학교 문학상 시나리오 부문에 시나리오를 냈다.

사실 내 시나리오 주제가 주제인지라 수상할 거라고는 예상 안 했지만,

그치만 정말 실망스러웠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내가 이야기를 정말 잘 쓴다고 생각한다.


그저 보잘 것 없는 25살,

한심한 쉬었음 청년이라도.


그렇다 하더라도,

달려라!!! 상준!!!





+

날개는 만력이 있다고 황준호 작가님한테 칭찬도 받았었다.

굳이 영화로 만들지 말았어야 했을까.

(증거자료 : https://www.youtube.com/live/dfauRv7hJOw?si=8VhSPdXbz3HbaJn7&t=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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