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영화를 리뷰합니다.
<추락의 해부>와 <괴물>입니다.
요즘에 저는 역전재판이라는 게임을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산지 3일 만에 플레이 타임 10시간이 찍혀 나와서 정말 당황했어요. 어쨌든 그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살인사건의 변호인이 되어 증인들을 신문하면서 증언의 모순점을 찾고, 이를 지적해 숨겨진 진실을 찾습니다. 증언과 증거품의 모순되는 점을 하나씩 짚어나가면 생각지도 못한 숨겨진 사실이 뒤에 숨겨져 있는 게임입니다.
저는 현실에서도 이렇게 하나의 진실을 온전히 밝혀내는 일이 가능한가를 이 영화들을 보며 생각해 봤습니다. <명탐정 코난>에서 코난의 말처럼 진실은 언제나 하나일까요.
먼저 첫 번째, <괴물>에서 그랬듯이 하나의 진실은 다른 사람들에게 각각 다르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요? 미나토의 엄마, 호리 선생님, 미나토와 요리는 각각 일련의 사건에 대해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보만 다를까요? 제가 언제 선천적 시각장애인한테 노란색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어디서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노란색이라는 건 결국 눈으로 들어오는 파장이 약 565nm에서 590nm인 가시광선을 뇌에서 처리한 거잖아요. 그래서 색을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 노란색이라는 걸 객관적인 사실로만은 전혀 설명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의 진실"인 "파장이 약 565nm인 가시광선"을 아무리 얘기해 봤자 아무런 설명이 되지 않으니까요. 저조차도 이 글을 쓰려 검색하기 전까진 몰랐으니까요.
거기에다가 이런 무서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눈이 보이는 다른 사람이 보는 노란색은 과연 제가 보는 노란색이랑 같은 색일까요? 다른 사람 머릿속으로 직접 들어가지 않으면 영원히 알 수 없지 않을까요? 두 색깔로 보이는 드레스 얘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제가 지금 노란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머릿속 허상의 색은 다른 사람에게는 파란색일 수도 있겠죠. 제가 생각하는 파란색의 색은 다른 사람에게는 노란색일 수도 있습니다. 이 색은 노란색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색을 보고 있겠지라고 착각하면서 말이에요.
<괴물>은 같은 이야기를 다른 세 명의 입장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이야기를 보면 저도 모르게 나쁜 사람과 착한 사람을 머릿속에서 나눠버리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면 또 계속해서 바뀝니다. 각 인물의 입장에서 정보가 다 다르고 그걸 생각하는 것도 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이지만 계속 다르게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영화에서도 미나토의 엄마와 호리 선생님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태도가 정말 다릅니다. 호리 선생님이 어떤 여자와 걸스 바 주변에 있었다는 진실은 미나토의 엄마 눈에는 "호리 선생님은 걸스 바를 들락날락하는 음흉한 사람이다", 호리 선생님한테는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는데 우연히 그 주위였다." 이렇게 다르게 보입니다. 가진 정보도 다르고, 그에 대한 생각도 다르니까요. 미나토의 엄마가 그 여자가 호리 선생님의 여자친구였다는 정보나, 호리 선생님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없었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는 않지 않았을까요?
마지막 이야기로 왔을 때는 이야기 속에 나쁜 사람은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오히려 계속해서 선악을 구분한 제가 나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게 돼요. 영화가 일부러 노리는 거 같긴 하지만요.
요즘 가장 뜨거운 사건들 중에 대표적인 예시를 생각해 보면 주호민 작가의 특수교사 고소 사건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기사가 나올 때마다 누가 잘못했냐를 생각했습니다. 절대 한 명이 나빴다던가, 둘 다 나쁘다던가, 둘 다 안 나쁜 사람이라는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주호민 작가님의 입장과 특수교사님의 입장이 정말 극명하게 달랐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이 영화는 일본 영화인데 선생님과 학부모의 대립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과 겹친다는 점도 신기했죠. 어쨌든 주호민 작가님과 특수교사님 중에 누가 잘못 한 거냐고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바로 이게 <괴물>을 보고 나서 느꼈던 단 하나의 아쉬웠던 점이었습니다.
그건 바로 <괴물>에서 마지막 이야기인 미나토와 요리의 입장에서의 이야기에서 너무 진실이 확실해진다는 점입니다.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다른 사람 머릿속으로 들어갈 순 없으니 항상 이런 사건들은 누가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결론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사람 머릿속으로 들어갈 수 있으면 얼마나 많은 분쟁들이 해결되었을까요? 당장 560nm 파장의 빛이 눈으로 들어왔을 때 보이는 것도 같은지 확신을 잘 못하겠는데 말입니다.
사실 그래서 마지막 이야기를 보면서 여러 복선들이 풀리는 걸 보고 통쾌해 하면서도 그렇지만 아마 현실에서 미나토의 요리의 이야기는 절대 들을 수 없겠지라는 생각에 슬펐습니다. 그러니 제가 만약 영화 속의 인물이었다면 누구도 괴물은 없었다는 판단은 내리기 어려웠을 거 같아요.
두 번째, <추락의 해부>에서 그랬듯이 하나의 진실은 정말 존재할까요? 어느 날 남편이 별장에서 추락사했고, 이를 시각장애가 있는 아들 다니엘과 안내견인 스눕이 발견합니다. 그런데 남편은 왜 죽은 걸까요? 아내 산드라가 남편과 싸우다 남편을 죽인 가능성도 있고, 남편이 자살한 가능성도 있고, 사고사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검사는 산드라를 남편을 살해한 사람으로 기소하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없습니다. 그래서 검사는 재판에서 여러 정황증거들을 꺼내 산드라를 압박합니다. 산드라가 불륜을 했었다는 사실, 양성애자라는 사실, 그 전날 남편과 말다툼을 한 녹음 파일들, 산드라가 자신을 투영했을지 모른다는 산드라의 소설들을 꺼내며 산드라는 해부당합니다. 아들 다니엘의 증언에는 이상한 오류가 있고, 말을 바꾸질 않나, 정황이 이상합니다.
산드라와 남편의 관계도 조금 이상합니다. 남편은 교수 일을 그만두고 작가가 되려고 하며, 이미 유명한 작가인 아내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산드라의 변호인은 이를 들어 남편이 자살한 거라는 주장을 합니다. 맨 처음에 산드라에게 말했을 때 산드라는 남편이 절대 그럴 리 없을 거 다라며 말했지만, 산드라가 죽이지 않았던 거라면 남편은 자살했어야 합니다. 사고였다면 이상한 핏자국이 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어쨌든 결국 심리는 아들 다니엘의 증언으로 끝이 납니다. 다니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영화를 보며 계속해서 산드라를 의심했다가 남편을 의심했다가 계속해서 생각을 바꾸며 결국 모르겠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결국 다니엘은 누군가의 편을 들어야 했으니까요. 다니엘은 아빠와 자동차를 탔을 때 스눕이 언제든 피곤하고 지치면 갑작스럽게 죽을 수 있다는 말을 했다는 기억을 떠올립니다. 남편은 스눕을 자신에 비유해서 이 말을 한 걸 수도 있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말한 걸 수도 있지만 어쨌든 법정에서는 전자로 받아들여지고 산드라는 무죄가 됩니다.
그렇지만 그게 진실일까요? 저는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산드라가 남편을 죽인 건지, 남편이 자살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다니엘이 산드라의 편을 든 것도 진심으로 산드라가 죽이지 않았다고 믿었거나, 그냥 앞으로 산드라와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런 증언을 한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법정이라는 공간이 그렇듯이 산드라의 결혼 생활은 계속해서 두 관점으로 비추어집니다. 진실은 과연 존재하는 걸까요? <괴물>에서는 미나토와 요리의 시선에서 진실의 전말을 알 수 없었지만 이 영화에서는 전말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서로의 이해관계와 외관만 존재할 뿐, 그래서 <추락의 해부>가 <괴물>보다 현실과 조금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나토와 요리는 살아있지만, 남편은 죽었기 때문에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진실을 알고 있을 수도 있는 산드라의 머릿속에 감히 들어가는 일은 감독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는 영화 속의 방청객 1이 되어 스스로 판단해야 합니다. 주호민 작가님과 특수교사님은 저랑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사건이니 모르겠다는 말로 비겁하게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이런 사건이 제 주변에서 일어난다면 결국 다니엘처럼 저도 한 명의 편에 서야겠죠. 영화에서 나오는 말처럼 진실을 결정한 건 아니지만 한 명을 확신해야 합니다. 어쩌면 진실은 그때그때 만들 수 있는 편리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이 검사님이 진짜 약오르게 신문을 잘합니다. 그리고 사실 프랑스 영화라 막 예술적이고 난해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전혀 그렇지는 않고 현실에 딱 붙어있는 영화입니다. 요즘 영화들이 추구해야 하는 바람직한 영화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 옛날 <라쇼몽>에서부터 내려오는 전통 있는 소재를 같은 기간에 나온 두 영화가 모두 다루고 있고, 그 영화 둘 다 칸 영화제에서 상을 하나씩 받은 걸 보니 신기했습니다. 진실과 그에 대한 관계자들의 다른 시각은 언제 꺼내 먹어도 좋은 국밥 같은 소재인 것 같아요. 둘 다 정말 좋은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