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연락 왔어?”
“아니”
매일 아침 되풀이되는 질문이다.
“12월 초에 미국 넘어오는 걸로 하자고 하고서는 왜 연락이 없어? 비행기 표를 끊어줘야 그때 맞춰서 준비를 하지.”
말은 신사다.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오는 너희 가족을 위해 서두르고 싶지 않단다.
지난 2월 미국에 있는 회사에 이력서를 넣고 나서부터 기다림은 반복되는 일상이다.
미국이 선진국이라는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업무 진행 속도가 이렇게 떨어지는데 선진국이라니.
우리가 신청한 비자가 시작하는 10월이면 미국에 갈지도 모른다고 주변 친구들과 송별회를 미리 했다. 주말마다 시댁과 친정의 일정들이 차고 넘쳐서 평일에도 끼워 넣을 수 있는 일정들은 다 끼워 넣었다.
지금은 11월.
인사는 끝났다. 이제 모든 안부 전화나 문자는 출국 날짜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때마다 아직이라는 답을 해야 하는 건 답답함을 가중시킨다. 친구들은 잘됐다고 조금이라도 늦게 보내서 좋단다. 내 사정은 다르다. 아직이라는 말을 그만 이야기하고 싶고 준비만 하는 것도 그만하고 싶다.
“자기야, 연락 왔어?”
“크리스마스 전에 올 건지 후에 올 건지 묻는데?”
월요일에 주고받은 대화다.
12월 초에 미국에 넘어가는 걸로 이야기한 그 상사가 다음 대화로 이렇게 연락해온 것이다.
초(初)가 어떻게 말(末)이 되는 거지? 어이가 없다.
이렇게 되면 크리스마스 전에 가나 후에 가나 크리스마스 휴가시즌이라 집을 보러 다니기도 힘들고 은행 업무도 마찬가지로 어렵게 된다.
결국 출국 날짜를 1월 초로 옮겨야 했다.
10월에는 미국에 있을 줄 알았는데 1월을 또 기다려야 한다.
이 지루한 기다림의 종지부를 찍어줄 비행기표가 간절하다.
미국은 지금 땡스기빙 데이 휴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그렇다.
이건 우리의 기다림은 적어도 일주일은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마우스 클릭 몇 번과 키보드 몇 번 두드리면 예매할 수 있는 그것을 2주일은 지나야 받을 수 있을까 말까 하는 게 미국이다.
지난 4월 비자 로터리 신청을 하고 추첨만 되면 속전속결일 줄 알았다. 6월 추첨이 되어 서류를 접수하고 나서는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체력을 쌓고자 시작한 운동이었다. 그러나 이젠 그걸로는 부족했다. 남편을 재촉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게 좀 더 빠져들어야 했다. 그때 다가온 것이 바디 프로필이었다. 젊은 사람이, 몸짱이 한다는 그것을 나도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두 달 반만 바짝 집중해서 해보자. 그렇게 빠져서 했던 바디 프로필도 9월 말에 끝났다.
비자가 승인이 나기까지 힘들었던 그 시간이 지금 또 반복되고 있다.
또다시 집중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기다림이 피로감으로 다가오지 않도록.
이게 내가 글쓰기를 시작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