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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량 Jul 04. 2020

영원을 믿나요?

언제부턴가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이 진리가 된 듯하다. 평생에 걸쳐 입증해야 하는 가설을 부정하는 순간 마음의 평화를 얻는 다라. 번뇌하는 청춘에게 이 얼마나 뿌리치기 힘든 달콤한 유혹인가. 나 역시 그렇게 믿었다.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순간의 유효기간은 고작 십 년을 넘기지 못했고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만이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진실이라고 받아들인 후 오랫동안 안고 있던 감정의 무게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하지만 영원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모든 것이 괜찮게 된 나는 별로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다. 기억을 재구성하며 사소한 사건에, 사람에,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오, 남들이 비웃을 일에 얽매이고 울고 웃는 바보 같은 감정 소비, 영원을 바라고 또 바라는 은밀한 희망이, 그 어리석은 마음이 나를 빛냈다는 걸 늦은 오후 햇살이 길게 내려앉은 버스 안에서 기억해낸다.


가을이 저문다. 역설적이지만 지난 주말 꽤 오랜 시간 동안 소중했던 것을 내려놓았다. 겨울로, 겨울로 발걸음을 옮기지만 올겨울은 마냥 춥지만은 않을 것 같다. 나는 이제 말할 수 있다. 저는 영원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사랑일 거예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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