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함께 투자하는 사회

돈벌이만 좇는 투기가 남긴 상처들

by 피터

지난 글에서 노후의 불안이 개인의 책임으로만 해결될 수 없으며,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임을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불안을 넘어, 삶을 회복하기 위한 새로운 금융의 방식을 상상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지난 15년간 재정 상담을 하며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수없이 들었지만, ‘내 돈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수는 없을까?’라고 질문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재테크 공화국’은 우리에게 돈을 불리는 기술만을 가르쳤습니다. 오직 수익률만이 선(善)이었고, 돈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질문을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때입니다. 돈을 맹목적으로 좇는 대신, 돈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돈벌이만 좇는 투기가 남긴 상처들


우리의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돈은 알게 모르게 세상을 아프게 만들고 있을지 모릅니다. 저는 투기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한 고객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혹시 투자하신 기업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면, 그 기업이 버는 돈의 일부는 오염된 강물과 아파하는 사람들의 눈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고객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는 자신이 투자한 회사가 인근 강에 유해 물질을 무단으로 방류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큰 수익을 거뒀지만, 동시에 알게 모르게 환경을 파괴하고, 타인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데 동참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이것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재테크 공화국'은 우리에게 수익률만 좇으라고 가르쳤고, 그 결과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사회와 환경을 파괴하는 투기에 동참해왔습니다.


환경 파괴 : 화석연료, 무기 제조업, 유해 화학물질 생산 등 지구 환경을 해치거나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기업에 돈이 흘러들어갔습니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점수보다 오직 주가 상승 가능성만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사회적 불평등 심화 : 노동자의 권리를 외면하거나, 빈곤층을 상대로 한 약탈적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에 투자가 집중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소수의 부는 극대화되었지만, 사회적 약자들은 더욱 고통받는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기존의 투자는 돈을 벌기 위해 삶의 다른 중요한 가치들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는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부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함께 투자하는 사회'로의 전환


이제 우리는 이 파괴적인 투기에서 벗어나, 돈과 윤리, 삶의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투자 방식을 모색해야 합니다. 바로 사회책임투자(SRI), 커뮤니티 펀드, 그리고 공유가치 투자입니다.


사회책임투자(SRI) : 이는 투자 결정 시 재무적 고려뿐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를 함께 고려하는 투자 방식입니다. SRI는 단순히 수익을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ESG 기준을 잘 지키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보고서(2022)는 국내 SRI 시장의 꾸준한 성장을 보여주며, 돈의 방향이 바뀌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커뮤니티 펀드 : 개인들이 돈을 모아 지역사회의 소규모 사업이나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고, 그 이익을 공동체에 환원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거대 자본이 주도하는 시장과 달리, 돈의 흐름을 통제하고 그 이익을 지역사회 안에서 순환시킵니다. 돈이 가진 힘을 개인의 사적인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공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가장 구체적인 실천 방안입니다.



이러한 투자 방식은 돈을 불리는 기술을 넘어, '내 돈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동반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용기 : 돈의 주인이 되는 법


'재테크 공화국'은 우리에게 돈벌이만을 가르쳤지만, 결국 우리를 불안하고 불행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돈벌이를 넘어선 투자, 즉 '모두가 함께하는 투자'를 통해 삶의 주인이 되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나의 돈이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은, 돈이 주지 못하는 깊은 의미와 만족감을 선사할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논의를 더 확장하여, ‘금융의 공공성을 회복하자’는 주제로 금융 시스템 자체의 근본적인 개혁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참고 자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2022). 『한국 사회책임투자 동향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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